올 고객만족상 받는 이재훈씨
통신장비 쪼는 딱따구리 찾아
새 장비 고안해 문제 해결했죠
“지금 발주해야 하는데 또 인터넷이 안 돼요. 이번에도 딱따구리 문제예요?”
LG유플러스 경북운영팀 경북유선파트 이재훈 책임(45)은 인터넷이 계속 끊긴다는 고객사를 방문했다가 딱따구리와 전쟁을 치렀다.
곤충을 찾아 나무에 구멍을 뚫어야 할 딱따구리가 비슷하게 생긴 원통형 ‘함체’를 수시로 사정없이 쪼아댔기 때문이다. 야외에 설치된 함체 속에는 여러 네트워크 장비와 케이블이 연결돼 있는데, 딱따구리가 이를 훼손하면서 서비스 장애가 반복된 것이다.
이 책임은 “처음 현장에 갔을 때에는 함체에 구멍이 뚫려 있어 의아하긴 했는데, 딱따구리 때문인지는 몰랐다”며 “일단 고객의 업무가 급하기에 빠르게 장비를 교체하고 철수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일주일 뒤 또다시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다. 현장에 가 보니 직전에 교체한 함체에 같은 모양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통신 분야 선로 유지·보수 및 장애 처리 경력만 10년이 넘는 이 책임은 그간의 경험을 살려 이 문제가 유해 조수나 해충이 원인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고객에게 ‘모든 곤충과 새를 잡을 수도 없고, 해결할 수 없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연락을 달라’는 식으로 설명하기에는 실시간으로 발주하고 결제를 해야 하는 고객사 사정이 눈에 밟혔다”며 “LG유플러스를 믿고 선택해준 것인데, 고객 가치의 관점에서 대책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단지와 도시 외곽지역 등에서 각종 조류와 설치류, 벌레 등에 의한 서비스 장애를 해결해온 그동안의 노하우를 총동원했다. 처음에는 새로 교체한 함체 주변에 살충제와 조류 퇴치용 방향제 제품을 도포해 보기도 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다가 현장 점검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함체에 구멍을 뚫는 딱따구리를 목격하고 새로운 함체를 만들게 됐다.
이 책임은 얇고 매끄러운 철판을 이용해 함체 외부를 감싸고 검정색으로 페인트칠을 하는 등 새로운 장비를 제작했다. 딱따구리가 쉽게 매달리거나 알아볼 수 없고, 쪼아서 뚫을 수도 없는 함체를 구현한 것이다. 그는 “철판이 너무 무거워도 안 되고, 너무 얇아도 안 되다 보니 만들다가 몇 번 실패하기도 했다”면서도 “실제로 설치하고 나니 그 이후로는 딱따구리에 의한 파손 흔적이 없어 효과는 매우 좋았다”고 전했다.
고객사에서도 인터넷 장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준 것에 대해 크게 감사를 전했다. 유사한 장애 신고가 접수됐던 다른 장소에서도 이 책임이 고안한 새로운 함체가 설치된 이후, 관련 신고가 없어졌다.
이 책임은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2025 LG어워즈’의 고객만족상을 수상했다. LG어워즈는 LG그룹 각 계열사에서 한 해 동안 고객 가치를 창출한 우수 성과를 발굴해 시상하는 행사다. 이 책임은 “고객에게 ‘더 이상의 장애 재발은 없습니다’라고 말씀드릴 때 굉장히 뿌듯했다”며 “불가능해 보이는 장애라도 항상 고객 관점에서 고객 가치 향상을 위해 고심하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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