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방송·문화]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노숙자 강제 퇴거 둘러싼 사건
총 224편 출품… 85% 이상 예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콘티넨탈 ’25’에 출연한 에스테르 톰파(왼쪽)가 30일 전북 전주시 전주영화제작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립·대안영화의 장인 전주국제영화제가 26번째의 막을 올렸다. ‘우리는 늘 선을 넘지’란 슬로건을 내건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세계 57개국 224편(해외 126편·국내 98편)의 작품을 관객에게 소개한다.
영화제는 유럽 현대 영화의 선두 주자로 평가받는 루마니아 감독 라두 주데의 신작 ‘콘티넨탈 ’25’로 시작했다. 이 영화는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각본상)을 수상했으며, 영화 전체가 스마트폰으로 촬영됐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콘티넨탈 ’25’는 법정 집행관인 오르솔랴(에스테르 톰파)가 노숙자를 건물에서 강제 퇴거시키는 일을 맡게 되면서 벌어진 일을 그린다. 사고로 직업을 잃은 루마니아 운동선수가 노숙자로 전락하고, 그가 머무는 건물에서 강제 퇴거시키는 과정에서 비극적인 일이 벌어진다. 이후 영화는 오르솔랴가 겪는 죄책감과 트라우마를 차분히 따라간다. 오르솔랴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변 사람들과 끊임없이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관객들은 그 대화를 지켜보며 루마니아를 넘어 전 세계가 겪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루마니아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지만, 한국의 현실과도 맞닿아있다. 도시에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아파트들, 그 답답한 집에서조차 살지 못해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노숙자들, 타인의 살 권리보다 경제적 이익을 앞세우는 자본의 논리 등이 스마트폰에 담긴 화면을 통해 가감 없이 전해진다. 모든 것을 극단의 정치적 논리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모습 역시 어색하지 않다. 인간의 살 권리, 그걸 박탈해버린 것 같아 죄책감을 느끼는 오르솔랴의 이야기에서 시작한 대화는 항상 정치적 논쟁으로 끝을 맺는다.
30일 개막작 기자회견에 참석한 에스테르 톰파는 “루마니아에서는 돈만 있으면 누군가의 일조권을 침해해버리는 일이 많이 벌어진다. 매우 폭력적인 상황”이라며 “공부도 많이 하고 아는 것도 많은 오르솔랴가 (영화에서) 계속 우는 건, 문제의 본질은 바뀌지 않을 것이란 걸 깨달았기 때문일 거다. 인간의 부패와 탐욕, 권력 남용 같은 건 바뀌지 않을 거란 생각에 (여러 사람을 만나) 슬퍼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85%라는 높은 사전 예매율, 한국경쟁 출품작 수 최다라는 기록과 함께 순조롭게 출발했다. 영화제 측에 따르면 지난 18일 일반 예매 오픈 후 25일까지 전체 판매분의 85% 이상이 예매됐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고 역대 전주국제영화제 중 최고 예매율이며, 전년 대비 약 26.8% 증가한 수치다.
개막식 티켓이 3분도 안 돼 매진되는 등 많은 관객이 기대한 만큼 개막식 현장을 찾은 관객들의 얼굴에는 설렘이 엿보였다. 맑은 날씨 속 전북 전주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이날 진행된 개막식은 배우 김신록과 서현우의 사회로 막을 올렸다. 개막식에는 올해의 프로그래머로 선정된 배우 이정현과 김보라, 송지효, 안소희, 진선규 등 국내외 영화인들이 참석했다. 이번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오는 9일까지 이어진다. 폐막작으로는 김옥영 감독의 ‘기계의 나라에서’가 선정됐다.
전주=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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