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고성능 슈퍼커패시터 개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서울대 공동 연구진이 차세대 에너지 저장 장치로 주목받는 고성능 슈퍼커패시터를 개발했다. 사진은 슈퍼커패시터에 사용한 단일벽 탄소나노튜브와 고분자 폴리아닐린의 복합 섬유 구조체./KIST
에너지 밀도가 낮아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던 슈퍼커패시터의 단점을 국내 연구진이 해결했다. 슈퍼커패시터는 큰 용량의 전기를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장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탄소융합소재연구센터 구본철 책임연구원과 김서균 선임연구원 연구진, 박원철 서울대 교수 연구진은 차세대 에너지 저장 장치로 주목받는 고성능 슈퍼커패시터를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복합재 파트 B: 엔지니어링(Composites Part B: Engineering)’에 지난 15일 게재됐으며, 국내와 미국 특허출원도 완료했다.
슈퍼커패시터는 일반 배터리에 비해 충전이 빠르고 전력 밀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전력 밀도는 얼마나 빠르게 전기가 방출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단위 무게 또는 부피당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인 ‘에너지 밀도’가 낮아 장시간 사용하기에는 제약이 있어, 전기차나 드론에 실제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웠다.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도성이 뛰어난 단일벽 탄소나노튜브(CNT)와 가공성과 저렴한 가격이 강점인 폴리아닐린(PANI)을 나노 수준에서 균일하게 화학 결합해 새로운 섬유를 만들었다.
탄소나노튜브는 탄소 원자들이 벌집처럼 육각형으로 연결된 미세 다발로, 전기가 잘 통하는 특성이 있다. 탄소나노튜브가 그물처럼 얽힌 섬유는 전기가 빠르게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며, 덕분에 충전과 방전이 빠르게 이루어진다. 여기에 폴리아닐린이라는 소재는 전기를 저장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두 재료를 함께 사용해 전기를 빠르게 전달하면서도, 더 많이 저장할 수 있는 슈퍼커패시터를 만들 수 있었다.
개발한 슈퍼커패시터는 10만 회 이상의 충·방전 테스트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하며, 고전압 환경에서도 내구성이 뛰어났다.
해당 기술은 기존 배터리 시스템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형태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기차에 적용할 경우, 급속 충전과 더불어 효율적인 전력 공급할 수 있어 주행 거리와 성능 모두를 향상할 수 있다. 드론이나 로봇 등의 분야에서도 운용 시간 증가나 안정성 강화 등 다양한 효과가 기대된다. 또한 개발된 복합 섬유(CNT-PANI)는 높은 기계적 유연성을 가지기 때문에, 휘거나 접을 수 있어 웨어러블 기기와 같은 차세대 전자 소자에 적용할 수 있다.
이번 연구의 또 다른 큰 성과는 생산비를 절감하고, 대량 생산 가능성을 확보한 것이다. 단일벽 탄소나노튜브는 우수한 특성에도 불구하고 생산 단가가 높아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연구진은 저가의 전도성 고분자 폴리아닐린과의 복합화 기술을 통해 단가를 낮췄다. 나아가 간단한 공정을 통해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공정 기반도 마련했고, 최근에는 필름 형태의 구조체 개발까지 성공했다.
구본철 책임연구원은 “이번 기술은 슈퍼커패시터의 단점을 단일벽 탄소나노튜브와 전도성 고분자를 이용해 극복한 기술”이라며 “앞으로 탄소나노튜브 기반 초고성능 탄소섬유 개발과 산업화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Composites Part B: Engineering(2025), DOI: https://doi.org/10.1016/j.compositesb.2025.112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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