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선 "제2의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 아니냐"는 우려도
2023년 5월 25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 3차 발사가 진행되고 있다. 달 착륙선은 2032년 누리호를 잇는 차세대 발사체로 발사될 예정이다. 항우연 제공
우주항공청(우주청)이 2년 전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때 결정된 달 착륙선의 추진제와 추진기관을 재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우주청이 예타를 통과한 차세대 발사체 개발사업 내용 변경을 시도하는 것처럼 달 착륙선 계획도 변경을 준비 중인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우주청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을 통해 5개 기업을 대상으로 '달 탐사 2단계(달 착륙선 개발) 사업'에 따른 달 착륙선의 추진계 방식에 대한 제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착륙선의 엔진에 해당하는 핵심기술인 추진계는 추진제, 추력기 등으로 구성된다.
우주청은 5월 말까지 내부적으로 기업이 제시한 방식 중 하나를 골라 달 착륙선 추진계로 잠정 결정하고 전문가 검토를 거쳐 1~2개월 내에 최종 결정한 내용을 사업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주청의 이번 결정에 따라 정부가 달 착륙선 개발 사업의 예타 통과 당시 밝힌 계획이 변경될 여지가 있다. 예타 보고서에 따르면 달 착륙선에는 모노메틸하이드라진과 사산화이질소로 조합된 액체 추진제(MMH/NTO)를 기반으로 한 이원추진제 추력기를 국산화해 탑재하기로 결정했다. 이원추진제 추력기는 연료와 산화제를 다른 탱크에 저장해 섞어 쓰는 추력기다. 무게가 1.8톤(t)급인 달착륙선은 2032년 차세대 발사체로 발사될 예정이다.
우주청 관계자는 "MMH/NTO는 독성이 강하다는 문제가 있고 예타 때는 없었지만 현재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미래 기술이 나오고 있어 예타안을 그대로 진행해도 되는지 검토하는 것"이라며 "안전성, 2032년 발사해야 하는 일정, 국산화 등 달 착륙선 개발 사업이 진행되기 위한 조건을 충족하는 추진계 방식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제출안 제안은 예타안부터 메탄을 이용한 추진계 등 다양하다. 메탄은 우주청이 기획한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 계획 변경안에서 주요 연료로 검토됐다.
예타안과 다르게 추진계 변경이 대폭 이뤄진다면 차세대 발사체 개발사업처럼 세금 530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 계획 변경이 행정절차의 중요성을 무시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갑작스럽게 원래 계획안 변경을 검토하면서 사업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항공우주 분야 대학 교수는 "달 착륙선 개발 사업 예타 과정에서 MMH/NTO 기반 이원추진제 추력기는 전문가들이 상당히 격렬한 토론을 통해 결정한 방식이다"며 "토론이 길어지며 예타 과정이 2~3개월 늘어날 정도로 충분히 고려해 결정한 안을 쉽게 바꾸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예타 보고서에 따르면 MMH/NTO는 맹독성·발암물질이고 압력이나 온도가 급격히 변화하면 예기치 않은 폭발위험이 있다. 저장성과 효율성이 뛰어나다는 장점도 있다.
정부는 이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MMH/NTO를 대체할 수 있는 추진제가 없는 데다 향후 우주개발·탐사활동에서 활용성이 높고 우주선진국에서도 보유하고 있을 만큼 전망이 밝은 MMH/NTO 추진기관을 달 착륙선에 탑재하기로 결정했다. 스페이스X의 우주선 ‘크루 드래곤(Crew Dragon)’도 MMH/NTO를 사용한다.
예타 보고서에는 또 향후 별도 사업을 통해 MMH/NTO의 대안으로 케로신과 과산화수소 조합 액체추진제(Kerosene/H2O2)에 대해 연구개발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달 착륙선 개발 사업은 MMH/NTO로 추진하되 다른 사업으로 대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을 하자는 것이다.
우주청 관계자는 "달 착륙선 추진계 변경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고 이뤄진다고 해도 전체적인 형상은 예타안과 같지만 필요한 기술이 조금 달라지는 것"이라며 차세대 발사체 계획 변경안처럼 큰 변화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착륙선을 궁극적으로 화성에 보내는 등 미래에 지속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사업 초기부터 제대로 검토하고 방향을 설정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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