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파운드리 다이렉트 2025′ 개최
29일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텔의 파운드리 행사에서 립부탄 인텔 신임 CEO가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오로라 특파원
부진의 늪에 빠진 인텔이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한 후 처음으로 개최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행사에서 자사 공정 내실을 다시고, 고객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글로벌 파운드리 1,2위사인 대만 TSMC, 한국 삼성전자를 최첨단 공정으로 단숨에 따라잡겠다고 공언했단 팻 겔싱어 전 CEO와 확연하게 달라진 분위기다.
인텔은 29일 미국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인텔 파운드리 다이렉트 2025’ 행사를 열고 자사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전략을 공개했다. 키노트 연설자로 무대에 오른 탄 CEO는 “CEO 자리에 오른 지난 5주 동안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파운드리 사업을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아왔다”며 “(그에 대)나의 대답은 ‘예스(yes)’다”라고 했다.
29일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텔의 파운드리 행사에서 립부탄 인텔 신임 CEO가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오로라 특파원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는 최근 3년간 적자를 이어가며 인텔 전체에 부담을 주고 있는 만큼, 업계에선 재정난에 빠진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매각할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왔었다. 탄 CEO는 “나는 오늘 인텔 파운드리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약속을 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물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잘 안다. 고객사들이 잔인할만큼(brutally) 솔직한 피드백을 줬으면 한다”고 했다.
이날 탄 CEO는 “올해 말부터 18A(옹스트롬·1.8나노미터에 해당)공정으로 제조한 ‘팬서레이크’ 중앙처리장치(CPU)가 출시될 것”이라며 “2027년에는 14A(1.4나노) 공정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탄 CEO가 이날 공개한 내용은 과거 겔싱어 CEO가 수립했던 공정 타임라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겔싱어 CEO는 과거 행사때마다 더 미세한 1나노대 공정을 곧바로 실현시키겠다는 화려한 계획을 내놓는데 집중했던 반면, 탄 CEO는 먼 미래에 대한 구상 대신 당장 수익화 가능성이 높은 18A 공정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데 방점이 찍혔다. 탄 CEO는 2025년 18A 공정으로 만든 제품 첫 출하 후 2026년에는 전력당 성능을 8% 끌어올린 업그레이드 버전인 ‘18A-P’를 선보이고, 이를 토대로 2027년 14A 양산에 돌입하겠다고 설명했다. 인텔의 18A 공정의 초기 생산은 미 오리건주 힐스버러인근 공장에서 이뤄지고, 애리조나 공장도 올해부터 양산에 들어갈 것이라고도 밝혔다.
탄 CEO는 또 첨단 공정 뿐 아닌 구형(레거시) 공정에서 미디어텍·UMC등 고객사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16나노 공정에서 미디어텍의 보급형 A0 칩셋의 테이프아웃(설계도가 파운드리로 넘어가 시제품을 만드는 단계)에 들어갔다”며 “12나노 공정에서는 대만 파운드리 UMC와 함께 제품을 개발하는 고객사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구형 공정은 당장 TSMC, 삼성전자를 이길 수 있는 ‘필살기’는 아니지만, 투자 비용이 적고 수요가 꾸준해 인텔 파운드리가 적자를 벗어나는데 중요한 공정으로 평가된다.
이날 행사에서 인텔은 신규 공정 발표나 새로운 협력사 발표를 하지 않았다. 대신 탄 CEO는 기조연설에서 케이던스, 시놉시스, 지멘스 등 EDA(반도체설계자동화) 기업들의 CEO를 초청해 “고객사를 만족시키기 위해 인텔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를 물었다. 지금까지 경쟁사를 따라잡기 위해 무리하게 질주했던 속도를 낮추고, 내실을 다지겠다는 자세가 돋보였다.
29일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텔의 파운드리 행사 무대에 오른 로봇개./오로라 특파원
인텔은 이날 기조 연설 중에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로봇개를 무대에 올리고, 이 같은 로봇들이 생산 현장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며 문제가 될만한 공장을 집어내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현장 참가자들 사이에선 “‘돌진’의 느낌이 강했던 겔싱어호(號)와 다르게 고객 신뢰를 다지려는 느낌이 강하다”라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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