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양원모 기자] 산림청의 잘못된 정책이 영남권을 강타한 산불 피해를 키웠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9일 밤 MBC 'PD수첩'에서는 '붉은 재앙-타버린 산, 사라진 책임'이란 제목으로 산불 방지 대책의 이면을 추적했다.
지난 3월 영남권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30여 명의 인명 피해와 4000채 이상의 주택 전소, 1조원이 넘는 피해액을 남겼다. 피해 면적만 10만 4000헥타르로 2000년 동해안 산불의 4배에 달했다.
가장 큰 문제는 산림청의 '산불확산예측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작진이 만난 지자체 관계자들은 "산불 확산을 예측하지 못했고, 산림청에서 어떤 정보도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경북 영양, 영덕에서는 대피 문자가 화염이 마을에 도달한 후에야 발송돼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산림청은 "강풍과 연기로 산불의 화선을 파악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시스템 자체가 가동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 심각한 건 산림청이 내세운 '산불 방지 대책'이 오히려 산불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다. 산림청은 대형 산불이 발생할 때마다 '임도 확충'과 '숲 가꾸기'를 대책으로 제시해왔다. 올해만 해도 임도 확충에 2560억원, 숲 가꾸기 사업에 2392억 원이 배정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임도가 오히려 바람길이 돼 산불 확산을 촉진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뿐만 아니라 산림청의 '숲 가꾸기' 사업이 설명과 달리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대표는 "산불 위험이 높은 곳에 소나무를 또 심고 있다는 건 불폭탄을 또 만드는 것"이라며 "2019년, 2023년 산불 이후에도 반복하지 말아야 하는데 잘 올라오는 참나무까지 베어버리고 또 소나무를 심었다는 건 심각한 범죄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소나무 식재 비율은 전체 조림 면적에서 계속 줄여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산림청 산림임업통계연보에 따르면 소나무 조림은 줄지 않았고, 소나무를 포함한 침엽수를 전체 조림의 7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소나무뿐 아니라 리기다소나무, 잣나무, 해송, 편백, 낙엽송, 테다소나무 등 산불에 취약한 수목들의 (산림청) 식재량이 거의 70% 가까이 된다"며 "활엽수로 빠르게 바뀌어야 하는데 산림청이 못 바꾸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원모 기자 ywm@tvreport.co.kr / 사진=MBC 'PD수첩'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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