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유식별번호 유출 안돼"
"심스와핑 예방 유심보호 가입"
"LG유플때와 차원 다른 처벌"
국정원, 전 부처에 교체 권고
SKT, 유심포맷 방식 개발중
정치권 "피해는 고객 몫"비판
28일 오후 SK텔레콤 'T월드' 서울 광화문점 앞에 유심을 교체받기 위해 찾아온 가입자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김나인 기자
SK텔레콤 해킹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가입자 불안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SK텔레콤 해킹을 조사 중인 민관합동조사단이 단말기 고유식별번호(IMEI)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현재진행형'이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태를 '중대한 보안 사고'로 규정하고 SKT에 대한 책임 추궁과 함께 정부 차원의 강력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2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재까지 확인된 유출 정보에는 단말기 고유식별번호(IMEI)는 포함되지 않았다"며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하면 유출된 정보만으로는 심스와핑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정부와 SKT는 이 서비스를 통해 불법적인 유심 복제로 2차 범죄에 속하는 '심스와핑'을 방지할 수 있다며 국민들에게 가입을 권장하고 있다. SKT는 이날 유심보호서비스 가입 처리용량을 50% 가량 늘려 이날 기준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 28일 시작된 유심 무상 교체 대상자가 최대 2500여만명으로 예상되는 등 유심 물량 부족으로 혼란이 상당 기간 지속될 예정이다.
SKT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약 28만명이 유심 교체를 완료했다. 이는 전체 가입자 수의 1.1% 정도다.
소비자단체들은 유심 교체 지연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에 대한 책임과 보상 범위, 취약계층 보호 방안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대리점을 방문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택배와 같은 실질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방부 등 전 부처에 SKT 유심 교체를 권고하고 나섰다. 민감한 보안 정보를 다루는 정보기관이나 군의 정보 보호를 위해서다. 해외 체류자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미국에서 거주하는 30대 A씨는 "현지 유심도 쓰고 있지만, 한국에서 인증 문자 등을 받기 위해 SKT 가입망을 살려뒀는데 해외에 살고 있어 당장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하지도 못하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B씨도 "별다른 안내도 없고 따로 조치를 취할 방법이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28일 SKT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SKT는 이번 해킹 공격으로 300쪽 분량의 책 9000권(약 270만쪽)에 달하는 최대 9.7GB 분량의 정부가 외부로 유출된 정황이 나왔다. 이에 불안한 가입자들의 이탈도 늘고 있다.
유심 무상 교체를 시작한 28일 하루에만 SKT 가입자 2만5000여명이 순감했다.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의 알뜰폰 가입 문의도 증가세를 보였다. SKT망을 쓰는 알뜰폰 가입자들은 유심을 구입하기 위해 편의점을 찾기도 했다.
정부에서는 SKT의 유심 정보 침해 사고로 합당한 처벌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하루 정도 늦게 신고한 점은 합당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SKT는 해킹을 인지하고 만 하루가 지난 시점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침해 사실을 신고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고의로 지연 보고했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과징금 규모가 2023년 발생한 LG유플러스 때와 차원이 다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최창혁 개인정보위 부위원장은 "정확한 조사가 이뤄져야겠지만 기간통신사업자가 메인 서버를 해킹당했다는 점에서 안전조치가 충분치 못했다는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치권도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사고는 SK텔레콤이 쳤는데 피해는 왜 오롯이 고객들의 몫이어야 하냐"며 "정부와 SKT는 다시는 이런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도 이날 'SKT 소비자 권익 및 개인정보보호 TF'를 구성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SKT는 이날 후속 대응책을 내놓았다. 회사 측은 기존 유심 정보를 소프트웨어(SW) 방식으로 변경해 유심 교체와 동일한 효과를 내는 '유심 포맷'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방식은 내달 중순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SKT는 네트워크인프라센터, MNO 사업부, AT·DT센터 등의 개발역량을 총동원해 해결방법을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유영상 SKT 대표는 30일 열리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보호조치 강화 방안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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