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권혁준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향기 성분을 전기 신호로 바꾸고 AI가 그 패턴을 학습해 냄새를 구분하는 '차세대 AI 전자코'를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연구결과가 표지논문으로 선정된 모습이다. DGIST 제공
사람의 코처럼 향기를 구분하고 향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할 수 있는 AI 전자코가 개발됐다. 맞춤형 헬스케어, 화장품 산업, 환경 감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기대된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권혁준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향기 성분을 전기 신호로 바꾸고 AI가 그 패턴을 학습해 냄새를 구분하는 '차세대 AI 전자코'를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논문 제 1저자는 임형태 DGIST 석박사통합과정생이다.
전자코는 이미 식품 위생, 공장 가스 감지 등 산업 현장에서 쓰이고 있지만 사람처럼 미세한 냄새 차이를 구별하거나 복합적인 향기를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비슷한 꽃향기 계열 향수의 구분이나 상하기 직전 과일의 미묘한 냄새 변화는 기존 기술로는 정확하게 분석하기 어려웠다. 더 정밀하고 유연하고, 다양한 냄새를 읽을 수 있는 차세대 전자코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하나의 냄새가 여러 수용체에 동시에 반응하며 고유한 조합을 만드는 ‘조합 코딩(combinatorial coding)’ 원리에 주목했다. 조합 코딩 원리는 사람의 후각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조합 코딩 원리를 응용해 다양한 센서가 향기 분자에 반응하고 각기 다른 전기 신호 조합을 만들어내도록 설계했다. AI는 신호 패턴을 학습해 향기를 인식하고 분류했다. 연구팀이 기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고성능 인공 후각 플랫폼을 구현한 것이다.
특히 연구팀은 레이저를 이용해 얇은 탄소 재료(그래핀)를 가공하고 산화세륨이라는 나노 촉매 물질을 도입해 향기에 민감한 센서를 만들었다. 센서를 만드는 과정은 복잡한 장비 없이 레이저 한 번으로 간단하게 구현할 수 있다.
개발한 전자코는 향수나 화장품에 자주 쓰이는 9가지 향기를 95% 이상의 정확도로 구별하고 향기의 농도까지 예측할 수 있다. 또한 종이처럼 얇고 잘 휘어지는 소재로 제작돼 팔이나 옷에 붙이는 웨어러블 기기나 스마트 패치에도 적용 가능하다. 실험에서는 지름 2.5mm 기준으로 3만 번 이상 구부려도 성능이 유지되는 높은 내구성도 입증됐다.
권 교수는 “사람의 코처럼 다양한 냄새를 감지하고 구분할 수 있는 서로 다른 특성의 센서를 한 번의 선택적 레이저 공정으로 제작해 단일 집적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며 "향후 개인 건강 관리, 환경 오염 감지, 향수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도록 개발 및 상용화 확장 중이다”고 밝혔다.
연구성과는 지난 4월 세계적인 학술지 '에이씨에스 나노(ACS Nano)'에 4월 게재되면서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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