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LG 세이커스가 통산 3번째로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아직 챔프전 우승이 없는 LG의 오랜 무관 사슬을 끊겠다는 조상현 감독. KBL 제공
프로농구 LG 세이커스가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습니다.
조상현 감독(49)이 이끄는 LG는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해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뒤 현대모비스(3위)를 3연승으로 제압했습니다. 경남 창원에서 열린 홈 1, 2차전을 모두 따낸 LG는 28일 울산 방문 3차전에서 접전 끝에 76-74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챔프전에 선착했습니다.
LG는 SK-KT의 4강전 승자와 대망의 우승 트로피를 다투게 됩니다. 정규리그 1위 SK는 KT를 상대로 2연승을 질주하다가 불의의 일격을 맞았습니다.
LG와 모비스의 대결은 플레이오프 사상 첫 쌍둥이 대결로도 관심을 모았습니다. 모비스의 사령탑이 조상현 감독보다 5분 늦게 태어난 조동현 감독이었습니다. 대전고와 연세대 시절 줄곧 동생보다 몇 수위 기량을 펼쳤던 조상현 감독은 형보다 나은 아우는 없다는 사실을 입증이라도 하듯 압도했습니다.
<사진>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은 쌍둥이 형제 조상현 감독과 현대모비스 조동현 감독. KBL 제공
조동현 감독은 학창 시절 늘 형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지만, 프로 무대에서는 쉼 없는 노력과 끈질긴 승부 근성으로 모비스 전성기를 이끈 주역 가운데 한 명이 됐으며 지도자의 꽃이라는 프로 감독까지 올라 성공한 농구 인생을 걷고 있습니다.
이제 관심은 LG가 사상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라는 숙원을 해결할 수 있을지 집중되고 있습니다. LG는 1997년 3월 1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창단식을 가졌습니다.
세이커스(송골매)라는 팀명을 지은 LG는 고려대와 명지대, 한양대 졸업생을 주축으로 출범했습니다. 창단 감독은 신의 손으로 이름을 날린 이충희 씨였으며 수비 전문 정덕화 씨가 코치를 맡았습니다, 필자도 당시 창단식에 참가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사진> 1997년 3월 창단식을 가진 LG 농구단. 경향신문 캡처
힘찬 날갯짓을 기대한 LG는 프로 출범 후 두 번째인 97∼98시즌 코트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27시즌 연속 챔프전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습니다. 프로농구 10개 구단 가운데 챔프전 우승 반지가 없는 팀은 LG 외에도 한국가스공사, KT가 있습니다. 하지만 가스공사와 KT는 다른 팀을 인수했기에 LG는 최장기간 무관이라는 달갑지 않은 기록이 있습니다.
LG가 챔프전에 오른 것은 이번이 3번째입니다. 김태환 감독 시절인 2001년 삼성에 1승 4패로 패했으며, 김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4년에는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으나 챔프전에서 모비스에 2승 4패로 무릎을 꿇었습니다.
LG는 조상현 감독이 벤치를 지킨 지난 2년 연속 정규리그 2위를 하며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했지만, 챔프전에는 오르지 못했습니다. 조상현 감독 개인으로는 3수 끝에 챔프전 승차권을 차지했습니다.
<사진> 프로 신인 시절 SK에서 우승을 경험한 조상현 감독. SK 홈페이지 캡처
<사진> 99∼2000시즌 SK 우승 주역 가운데 하나였던 조상현 감독. 당시 26세의 서장훈의 모습이 젊기만 하다. 점프볼 캡처
2022년 LG의 제9대 사령탑에 오른 조상현 감독은 선수, 코치로 모두 챔프전 우승을 맛본 경험이 있습니다. 루키 시절이던 99∼2000시즌 SK에서 우승 반지를 끼었습니다. 조 감독은 199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골드뱅크에 지명을 받은 뒤 프로농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크리스마스 트레이드를 통해 현주엽과 유니폼을 바꿔 입게 됩니다. SK에 합류한 조상현 감독은 대전고 연세대 동기인 황성인, 서장훈, 로데릭 한니발, 재키 존슨과 최강 라인업을 구축해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조상현 감독은 오리온 코치 시절에는 추일승 감독을 보좌해 2015∼2016시즌 우승 헹가래를 받았습니다.
국내 프로농구에서 선수, 코치, 감독으로 모두 챔프전 우승을 경험한 인물은 김승기 전 감독과 전희철 SK 감독뿐입니다. 조상현 감독이 세 번째로 진기록에 도전하게 되는 겁니다.
<사진> LG 슈터로 공격을 주도하고 있는 유기상. KBL 제공
올 시즌 LG는 안정된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아셈 마레이, 대릴 먼로, 칼 타마요가 내외곽에서 공격과 수비에 걸쳐 제 몫을 다하고 있으며 NH농협은행 소프트테니스(정구)부 유영동 감독의 아들인 유기상과 양준석이 젊은 패기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3연승으로 4강전을 통과해 체력을 비축할 수 있다는 대목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LG의 상대가 유력해 보이는 SK는 정규리그에서 독주 양상을 보이며 통합 우승을 넘보는 막강한 전력을 과시했습니다. 정규리그에서 2위 LG와 1위 SK의 승차는 7경기나 됐습니다.
하지만 모든 경기가 결승과도 같은 단기전에서 정규리그 성적은 단순한 데이터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LG는 과연 강산이 세 번 정도 바뀔 정도로 해묵은 우승 갈증을 풀 수 있을까요. 그 서막을 알리는 챔피언결정전 1차전은 어린이날인 5월 5일 점프볼 합니다.
7080세대의 큰 인기를 받은 록밴드 송골매의 히트곡 가운데 ‘모여라’라는 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아침부터 놀아보자. 저녁까지 놀아보자. 그래 그래 그래 그거 좋겠다.’
우승 부담을 털고 한바탕 놀아야겠다는 당찬 다짐이 오히려 정상을 향하는 발걸음을 가볍게 하는 에너지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침 올 시즌 LG의 캐츠프레이즈도 ‘LET'S GO CRAZY!(미쳐 보자)’입니다. 미쳐야 미칠(도달할) 수 있다고 하지 않던가요.
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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