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시내 한 SKT 대리점에 유심 재고 소진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해킹사고가 발생한 SKT는 사이버침해 피해를 막기 위해 28일 오전 10시부터 전국 2600여곳의 T월드 매장에서 희망 고객 대상 유심교체를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SK텔레콤이 고객 불안 해소를 위해 '유심 무상교체' 카드를 꺼냈지만, 유심 물량 부족으로 고객 불만이 여전하다. 법조계에선 SKT 가입자 대상 집단소송 준비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피해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과도한 공포가 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28일 서울 강남역 인근 SKT T월드 매장에 1등으로 도착한 50대 여성 A씨는 "7시50분에 왔다. 휴대폰에 중요정보가 다 들어있는데, 뉴스를 보고 전 재산이 털릴까 철렁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인근 매장은 오전 10시가 되자 100명 이상 몰렸다. 매장 직원이 '현재 유심 수량 100개' 안내문을 붙이자 두 번째로 온 B씨는 "아침 일찍 온 보람이 있다"며 기뻐했다.
유심 교체 예약시스템은 오전 내내 접속이 지연됐다. 유심 교체가 시작되기 직전 5만3000명이었던 대기자는 정오께 13만4000명까지 폭증했다. 현장서 대기하던 60대 남성 C씨는 "전 국민 절반이 유심을 바꾸려 할 텐데 온라인은 언제 해줄지 모른다"며 "현장서 대기하는 게 답"이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가입자도 "모바일 웹·앱 모두 막혀 현장에서 줄 서길 잘했다"고 했다.
해킹 공격으로 가입자 유심 정보가 탈취된 SK텔레콤이 가입자 유심 무상 교체를 시작한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T월드 매장 앞에서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온라인 예약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취약계층은 '재고 소진' 공지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대리점 직원을 붙잡고 QR코드는 어떻게 촬영하는지, 본인인증은 어떻게 하는지 등을 물었지만, 몰려드는 고객 때문에 제대로 된 응대가 어려웠다. 70대 여성 D씨는 발길을 돌리며 "우리 같은 사람은 예약 방법을 알려줘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유심 무상 교체 수요가 몰리면서 신규가입·번호이동 등 기존 대리점 업무는 마비됐다. 이날 공급된 유심 물량이 모두 소진됐음에도 가입자들이 매장을 떠나지 않자 "내일 와달라, 양해 바란다"며 사정했다. 일부 매장에선 "몇 시부터 줄을 서란 거냐"며 직원과 고객이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이참에 KT·LG유플러스 등 경쟁사로 갈아타야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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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손배소 카페에 1.7만명 가입…"과도한 공포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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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불만이 집단 손해배상 소송으로 이어질지 관심사다. 한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 카페 가입자는 나흘 만에 1만7000여명을 넘어섰다. 다만 전문가들은 객관적 조사 결과 없이 사회적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심보호서비스와 비정상인증시도 차단(FDS) 시스템으로도 유심 복제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보안 전문가는 "(유심 교체는)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조처인데, 마치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유심 정보를 복제해도 실질적인 개통은 어려운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테크그룹 총괄 변호사도 "현재 단계에서 SKT의 손해배상 책임 성립을 단정하긴 어렵다"며 "개인정보 보호법상 '안전조치 의무' 위반이 입증돼야 하는데 아직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SKT는 지난 주말 휴대폰 판매점에 경쟁사보다 높은 수준의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휴대폰 판매점이 SKT로 번호이동 하는 가입자에게 최대 96만원(갤럭시S25 울트라 기준)의 페이백을 지원한 것이다. 경쟁사 대비 20만~40만원 많은 수준이다. 해킹 논란으로 가입자 이탈을 상쇄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SKT 관계자는 "본사가 아니라 일부 지역 본부나 유통망에서 순감이 많이 나니까 현장 대응을 한 거 같다"고 말했다.
윤지혜 기자 yoonjie@mt.co.kr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김승한 기자 win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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