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유심 교체 첫 날 오전 서울 주요 매장 '북새통'
'오픈런' 오전 중 동나…뒤늦게 매장 왔다가 헛걸음
온라인 예약해도 언제 받을지 기약 못해 전전긍긍
공항 로밍센터 외에도 지원 부스서 유심 교체 지원
디지털 취약계층, 유심 보호 가입도 쉽지 않아 난감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SK텔레콤이 전국 2600여곳의 T월드 매장에서 희망 고객들을 대상으로 유심 무상 교체를 시작한 28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T월드 매장에서 고객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5.04.28. silverline@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SK텔레콤 유심 보호 서비스는 가입했는데 이번주 출장을 가야 해요. 해킹 소식에 가뜩이나 불안한데 해외에서는 유심 보호 서비스가 안 된다니까 어떡하겠어요? 유심을 교체하는 수 밖에 없잖아요.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대리점이라 오픈 시간에 맞춰 왔더니 벌써 줄이 이만큼 기네요. 기다린다고 교체한다는 보장이 없고, 오늘 동나면 내일 또 와야 되는 건지 어떻게 해야 되나 난감하네요 정말."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 SK텔레콤 대리점 앞.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긴 줄이 늘어섰다. 유심 정보 유출 사고 이후 2차 피해가 걱정돼 유심을 교체하기 위해서다. 평소 같으면 오전 9시 30분부터 업무를 시작하는 매장이지만 일찌감치 줄을 선 고객들을 보고 서둘러 문을 열었다.
고객들을 응대하는 매장 한켠에서는 번표호를 출력해 자르기 시작했다. 한참 기다렸다가 유심을 받지 못하고 허탕치는 고객이 생길까 우려해서다. 해당 매장에서 이날 교체 가능한 유심 수량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제작한 번호표가 100개 남짓이었다.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SK텔레콤이 전국 2600여곳의 T월드 매장에서 희망 고객들을 대상으로 유심 무상 교체를 시작한 28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T월드 매장에서 나눠준 번호표. 2025.04.28. silverline@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SK텔레콤은 이날부터 전국 2600여곳 T월드 매장에서 유심 무료 교체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만 첫 날부터 고객들이 일시에 몰릴 것을 우려해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예약 시스템을 운영했다.
그런데도 대리점을 직접 찾은 고객들은 "온라인 예약 시스템이 있는지 몰랐다",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 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어서 직접 왔다", "고객 잘못으로 이런 일이 생긴 게 아닌데 내 시간을 왜 이렇게 허비해야 하나" 등 반응을 보였다.
특히 해외 출장을 앞둔 가입자가 제일 난감한 상황이다. SK텔레콤 유심 보호 서비스는 로밍 요금제와 동시에 이용할 수 없다. 해외 망을 이용할 때 부정 개통 탐지 모니터링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 출장이 잦은 고객들이 난감해 하는 이유다.
SK텔레콤은 다음달 중 시스템을 개선해서 유심 보호와 로밍을 같이 쓸 수 있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그 사이 출국 일정이 잡힌다면 유심 교체가 최선이지만 유심 확보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SK텔레콤은 출국자가 제일 많은 인천공항 측과 특별 협의를 거쳐 로밍센터 인력을 50% 더 늘려 서비스를 지원하기로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공항에서 로밍센터 말고도 유심 교체 지원 부스를 마련해 유심을 교체해드리고 있다"며 "혹 교체를 못하더라도 자체 비정상인증시도 차단(FDS) 시스템이 있어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당부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SK텔레콤이 전국 2600여곳의 T월드 매장에서 희망 고객들을 대상으로 유심 무상 교체를 진행중인 28일 SK텔레콤 유심 무료 교체 신청 예약 사이트에 접속자가 몰리고 있다. 2025.04.28. 20hwan@newsis.com
기자가 이날 오전 찾은 대리점의 경우 주말 동안 전화 문의가 빗발쳐 온라인 예약과 별개로 자체적인 예약을 받기도 했다. 대리점 직원은 "내부에서 봤을 땐 줄 선 고객이 다 보이지 않아서 10~20명 정도인 줄 알았다"며 "예약한 고객을 제외하고 오늘 교체해드릴 수 있는 인원이 100명 정도"라고 언급했다.
주말 예약을 통해 유심을 교체한 여성 A(52)씨는 "유심을 교체하려고 몇십군데 매장에 전화했는데 예약이 안 됐다"며 "얼마 전 여기서 개통한 덕분에 토요일 오전에 겨우 예약하고 오늘 8시 40분부터 줄을 서서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모님과 동생까지 유심을 교체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주민번호를 알려달라고 해서 부담됐다"며 "저희도 저희지만 연세드신 분들은 더 어려울텐데 지방자치단체나 누가 나서야 하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SK텔레콤은 전날 유심 보호 서비스에 가입했는데도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면 100% 책임지겠다고 발표했다. 전날 오후 4시 기준 총 가입자수는 554만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약 24% 수준이다.
하지만 중장년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이 직접 가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심 교체를 위한 온라인 예약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SK텔레콤이 전국 2600여곳의 T월드 매장에서 희망 고객들을 대상으로 유심 무상 교체를 시작한 28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T월드 매장에 붙어있는 안내문. 2025.04.28. silverline@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앞선 매장과 약 300m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다른 대리점도 유심 수급 사정은 비슷했다. 유심 물량이 충분하냐고 묻는 질문에 매장 직원은 "아마 100여건이 되지 않을까 하는데 정확한 수량은 말씀 못드린다. 중간에 끊지 않을까 싶은데 수량이 모자라면 내일 또 들어올 예정이라 다시 안내할 예정"이라며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 대리점은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준비된 유심을 모두 소진해 뒤늦게 찾은 고객들을 빈손으로 돌려보냈다. 항의하는 고객에게 유심 교체 예약 서비스로 연결되는 QR코드를 안내하는 목소리만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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