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원정대’ 패키지 출시하자마자 품절 사태
글로벌 누적 판매량 100만장 돌파
“범용 게임엔진과 AI 기술로 개발 난이도 낮아져”
일러스트=챗GPT
북미·일본 대형 게임사가 독점하던 PC·콘솔 시장이 ‘인디 파워’로 재편되고 있다. 프랑스, 체코, 뉴질랜드 등 변방으로 분류되던 개발사들이 완성도를 무기로 글로벌 차트 정상에 오르면서, 아이디어와 장르 혁신이 흥행의 결정 변수가 되는 구도가 굳어지는 모양새다.
2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신생 개발사 샌드폴 인터랙티브의 데뷔작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이하 33 원정대)’ 플레이스테이션(PS)5 패키지가 발매 4일 만에 국내 주요 쇼핑몰에서 자취를 감췄다. 정상가 5만9800원(디스크판)으로 등록된 상품 페이지는 ‘품절’ 표시가 달렸고, 5월 중순 이후 배송 상품은 6만~7만원대에 거래되는 ‘웃돈’ 현상까지 나타났다.
스마일게이트가 국내 PC 버전 유통을 맡아 지난 24일 글로벌 동시 출시한 ‘33 원정대’는 평단과 이용자 양쪽에서 만점을 쓸어 담고 있다. 메타크리틱 PS5 지수 92점으로 올해 출시작 최고 평점을 기록했으며, 스팀과 스토브 판매 순위도 최상단을 유지하는 중이다. 샌드폴은 27일(현지시간) 33 원정대가 출시 3일 만에 글로벌 누적 판매량 100만장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스팀 기준 동시접속자 수도 12만1422명(27일)을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33 원정대’가 마이크로소프트(MS) 구독형 서비스 ‘게임패스’에 동시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구독을 통해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구매 수요가 폭발했다는 점에서, 게임 완성도와 팬덤의 힘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응형 턴제 전투, 154곡짜리 오케스트라 OST, ‘반지의 제왕’의 골룸 역 앤디 서키스와 ‘데어데블’의 찰리 콕스 등 할리우드급 성우진이 몰입감을 더했다.
한 쇼핑몰에서 33 원정대 PS5 패키지가 품절 된 모습./
인디 돌풍은 ‘33 원정대’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4일 출시된 1인칭 퍼즐 로그라이크 ‘블루 프린스’는 메타크리틱 93점에 ‘머스트 플레이’ 배지를 달고, 스팀 지표 역시 최고 순위를 찍었다.
동유럽 체코의 워호스 스튜디오가 개발해 지난 2월 출시한 ‘킹덤 컴: 딜리버런스 2’는 출시 하루 만에 100만장을 판매했고, 최고 동시접속자 수 18만명(스팀DB 집계)·사흘 만에 25만명까지 치솟으며 올해 GOTY(올해의 게임) 유력 후보로 부상했다. 핵앤슬래시 장르에서는 뉴질랜드 인디 개발사 그라인딩 기어 게임즈(GGG)의 ‘패스 오브 엑자일 2’가 디아블로 시리즈를 제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23년에는 벨기에 라리안 스튜디오의 ‘발더스 게이트 3’가 더 게임 어워드(TGA)에서 올해의 게임을 포함해 6관왕을 차지하며 “인디도 트리플A(AAA) 게임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신생·중소 개발사의 파급력은 투자 지도도 바꿨다. 스마일게이트, 카카오게임즈 등 국내 대형 게임사는 ‘33 원정대’나 ‘패스 오브 엑자일 2’처럼 가능성 높은 글로벌 프로젝트를 퍼블리싱(유통) 라인업에 추가하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자체 개발이 아닌 퍼블리싱 방식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초기 투자 부담이 적고, 글로벌 흥행 시 브랜드 이미지를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어 전략적 가치가 크다는 분석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과거 ‘규모의 경제’만 따지던 시장이 개발력·아이디어 중심의 ‘언더독 반란’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국산 신생 스튜디오들도 콘솔, PC 패키지 시장에 도전할 기회가 열렸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하반기에는 ‘메트로배니아’ 등 독창적 콘셉트를 내세운 국내 인디게임사들의 신작들도 대거 출격을 예고하고 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과 교수는 “인디 게임사들이 최근 GOTY 같은 정평 있는 게임 어워드에서 상위권에 입상하는 이유는 세 가지로 볼 수 있다”며 “첫째, 소규모 개발 집단만이 구현할 수 있는 독창적인 소재가 호평을 받는다. 둘째, 범용 게임엔진의 보급으로 기술적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셋째, 인공지능(AI) 기술의 범용화로 게임 기획과 스토리텔링은 물론 고급 게임 그래픽 제작 비용과 시간도 최소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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