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작 건축 연면적 초과 입증할
설계도면 파일 뒤늦게 확보 빈축
압수 수색 영장 기각 후 북구에
연면적 검토 요청했다 퇴짜 맞아
업계선 "수사 의지 있나" 뒷말도
광주경찰청사
'신중한 수사냐, 아니면 수사 능력 부족이냐.'
경찰이 강기정 광주광역시장 핵심 공약인 'Y프로젝트-영산강 익사이팅 존 조성' 국제 설계 공모를 둘러싼 비위 의혹에 대해 수사에 나섰지만 최근 행보를 두고선 뒷말이 적지 않다. 경찰이 수사 착수 며칠 만에 관련 압수 수색 영장을 신청했다가 기각된 이후 수사 속도감이 눈에 띄게 떨어지면서다.
2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광주시 영산강 익사이팅 존 조성 사업 국제 설계 공모 과정에서 불거진 업무 방해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것은 이달 초. 이 사업은 광주시가 북구 동림동 산동교 일대(7만9,000㎡)에 아시아 물역사 테마 체험관과 자연형 물놀이 체험 시설을 조성하는 게 골자다.
경찰은 당선작이 건축 연면적 허용 범위(5,000㎡)를 초과했다는 공모 관리 용역 업체 S사의 기술 검토 종합 보고서의 지적 사항을 광주시가 당선작에 유리하게 수정해 심사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치게 한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3일 참고인인 S사 관계자부터 관련 진술을 확보한 뒤 공모 참여 업체 등에 대한 압수 수색 영장을 검찰에 신청했으나 검찰이 기각했다. 경찰은 "구체적인 압수 수색 영장 신청 대상과 검찰의 불청구 사유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이 압수 수색 영장 기각 직후 S사 관계자를 상대로 당선작의 건축 연면적 허용 범위 초과와 관련해 보강 조사를 실시한 점으로 미뤄 이에 대한 소명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후 경찰 수사가 뜨뜻미지근하다는 점이다. 실제 경찰은 이달 중순 S사 관계자에 대한 참고인 추가 조사를 하고도 열흘쯤 뒤에야 건축 연면적 허용치 초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증거 자료인 당선작의 캐드(CAD·컴퓨터 이용 설계) 도면 파일(DWG)을 S사로부터 확보했다. 디자인 파일 DWG엔 건축 연면적을 산출할 수 있는 도면과 설계 정보가 정밀하게 담겨 있다. 경찰이 당선작의 건축 연면적 허용 범위 초과 여부를 따져 보겠다면서 직접 증거도 확보하지 않고 S사의 진술만으로 압수 수색 영장을 신청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찰은 24일 영산강 익사이팅 존의 건축 허가 협의권자인 북구에 당선작의 건축 연면적 산출을 요청했다가 퇴짜를 맞기도 했다. 북구는 "건축 연면적 검토는 발주청(광주시)에서 최종 확정한 설계 도면을 근거로 하기 때문에 현재 설계 계획 단계에서 건축 연면적이 '넘었다, 안 넘었다'고 판단하기엔 적절치 않아 경찰의 요청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지역 건축 설계 업체의 한 관계자는 "업계에선 '경찰이 호기롭게 수사를 하는 듯하더니 헛발질만 하고 있다', '도대체 경찰의 수사 의지는 있는 것이냐'는 뒷담화가 들린다"고 말했다. 밖에서 보면 경찰의 수사 역량이 떨어지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S사 측은 공모 운영자로서 당선작의 캐드 설계 도면 파일을 토대로 자체 산출한 건축 연면적이 맞는지 틀린지를 확인해 달라고 북구에 민원을 내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수사 진행 사항은 기밀이어서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다만 이번 수사는 단순한 고소·고발 사건이 아니어서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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