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5 신한SOL페이 핸드볼 H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전석 매진
·유초년생 마니아에 남녀노소 등 가족과 함께 하는 '新응원 문화' 정착
·AI(인공지능) 캐릭터·경기 데이터 분석 등... 기술 접목 팬 소통 '눈길'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내 SK핸드볼경기장 앞 전경/ 사진┃STN스포츠 DB.
"언니들의 박진감 넘치는 점프 슈팅을 따라해 보고 싶어요."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 '신한SOL페이 2024-2025 여자부 챔피언결정' 2차전을 찾은 이연희 양(13)은 박진감 넘치는 경기 장면에 푹 빠진 채 이렇게 말했다. "공수 전환이 빠른 핸드볼의 매력에 한눈에 반했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날 이 양과 같이 부모님 또는 지인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관람객 수는 총 3300여명에 달했다. 이들은 전국에서 모여든 핸드볼 마니아들로 총 5000석 규모의 경기장이지만 전광판과 디지털 사이니지, 안전을 위한 세이프티 존 등을 제외하면 전석 '매진' 기록을 이끌었다.
프로화를 위한 국내 핸드볼 리그의 바람이 거세다. 대한핸드볼협회와 한국핸드볼연맹은 지난 2023년 10년 여간 운영해오던 기존 실업리그를 발전시킨 세미프로리그, 즉 'H리그'를 출범했다. SK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에 따라 마케팅 자회사와 전문방송사 및 중계채널도 갖췄다.
◇전석 '매진' 이끈 기술 접목한 화려한 볼거리
이날 경기장 주변은 경기 시작 전부터 가족 단위 응원단으로 북적였다. 자녀가 함께 나와 SK슈가글라이더즈와 삼척시청의 결승 2차전을 관람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핸드볼 팀의 유니폼을 입은 어린이부터 레플리카(응원용 유니폼)를 커플 룩으로 연출한 젊은 연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사진┃STN스포츠 DB.
올해로 13년째를 맞은 핸드볼 H리그는 2023년 신한SOL페이를 타이틀 스폰서로 맞으며 본격적인 프로화를 선언했다. H리그 출범 이후 관중 수는 1년 새 3배 이상 늘었고, 유료 관중도 10만 명을 넘어서는 등 가시적 성과를 올리고 있다.
핵심은 기술과 콘텐츠다. 대한핸드볼협회는 첨단 데이터 분석과 경기정보 실시간 제공을 도입, 팬들에게 새로운 관전 재미를 선사했다. 비프로(Beepro) 기반의 경기 데이터 분석은 미국, 유럽의 프로스포츠 베팅 시장에서 볼 수 있던 고급 기술로, 국내외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는 평가다.
AI(인공지능) 캐릭터도 빛났다. 이번 시즌부터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AI 캐릭터는 출전 선수들의 이미지와 영상을 AI로 변환한 캐릭터 콘텐츠를 선보이며, 특히 유소년 팬층 확보에 성공했다. 귀여운 캐릭터로 재탄생한 핸드볼 스타들은 어린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미국 프로농구(NBA) 올랜도 매직 등 선진 구단들이 데이터 분석과 팬 마케팅 통합 솔루션에 힘을 쏟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클라우드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스포츠 데이터 시장에 뛰어든 것도 팬 소통과 소비자 맞춤형 마케팅 전략 때문이다.사진┃대한핸드볼협회 제공.
이날 경기의 또 다른 특별함은 주말 황금시간대 공중파(KBS) 실시간 중계였다.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전파를 탄 핸드볼 경기는 2008년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신드롬 이후 오랜만에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스포츠 산업계에서도 "핸드볼 부활 신호탄"이라는 기대 섞인 평가가 쏟아졌다.
◇혼신 다하는 선수이 만드는 박진감 넘치는 드라마
챔피언결정전(3전2승제)을 치러진 이날 경기는 SK슈가글라이더즈가 삼척시청을 24-22로 꺾으며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SK슈가글라이더즈는 1차전 25-21 승리에 이어 2연승으로 여자부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며 보여준 선수들의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에 관중석은 뜨거왔다.
SK는 강은혜가 6골을, 송지은과 강경민, 유소정 등이 각각 4골을 기록하며 공격을 주도했고, 골키퍼 박조은은 15세이브를 기록하며 팀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삼척시청도 만만치 않았다. 경기 초반 리드를 이어가며 김민서(7골)와 김보은(6골)이 분투했지만, 아쉽게 정상 문턱에서 좌절했다.
핸드볼은 국내 구기종목으로서 대표적인 효자종목으로 꼽힌다. 국내에선 비활성화 종목이란 설움을 받은 적도 있지만 이젠 옛 말이다. 더욱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불멸의 의지는 국민에게 지지를 한 몸에 받으며 감동을 선사해 왔다.사진┃대한핸드볼협회 제공.
'H리그'도 마찬가지다. 올 시즌 국내 핸드볼 H리그는 여자부 8개 팀과 남자부 6개 팀 체제로 운영됐다. 6개월간 이어진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을 통해 총 120여 경기가 치러졌다. 모든 선수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함께 만들어가자는 프로화 목표는 매 경기 혼신을 다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대한핸드볼협회가 집계한 이번 시즌 누적 관중수는 약 13만 명이다. 이는 지난해 대비 10배 이상 증가한 결과다. 오자왕 한국핸드볼연맹 사무총장은 "유료화 전환 첫 해 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즌 관증수가 크게 늘어 더 나은 팬 서비스 마련을 위한 전략 수립 등에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핸드볼 종목은 '우생순'으로 대표되는 한국 스포츠의 정신을 보여준 종목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올림픽 4강 신화는 물론, 불굴의 K스포츠 정신을 핸드볼이 입증해왔다. 이제는 독일 분데스리가, 스페인 리가 아소발 등 유럽 강호 리그를 넘어설 한국형 K-프로스포츠로 거듭날 때다.
STN뉴스=유정우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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