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전 세계서 게임 스튜디오 400곳 만나…성수동에 게임 개발 클러스터 조성"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크래프톤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국내 게임업체 중 저희만큼 파이프라인 확장에 적극적인 곳은 없다고 자부합니다. 1천억∼2천억원 규모부터 조 단위 M&A까지 검토하고 있는데, 일부 가시권에 들어왔습니다"
크래프톤 창업자 장병규 의장은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사옥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내 1세대 벤처 창업가인 장 의장은 2007년 크래프톤의 전신이 된 게임 개발사 블루홀스튜디오를 설립, 현재까지 회사의 사업과 투자, 장기 비전 수립을 총괄해왔다.
크래프톤은 장 의장의 지휘 아래 2017년 출시한 'PUBG: 배틀그라운드'의 흥행을 기점으로 현재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게임업체에 필적하는 글로벌 게임 기업으로 부상했다.
2021년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크래프톤의 시가총액은 이달 말 기준 17조9천억원가량으로, 국내 상장 게임업체 중 1위다. 지난해에는 매출 2조7천98억원, 영업이익 1조1천825억원, 순이익 1조3천26억원 등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PUBG: 배틀그라운드 [크래프톤 제공]
장 의장은 "작년은 배틀그라운드라는 글로벌 메가 IP의 의미와 가치, 영향력을 재발견한 한 해였다"며 "게임을 하나의 '서비스'로 보고 진정성 있게 운영한다면 20년, 30년도 갈 수 있단 믿음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또 올해 초 김창한 대표가 '5년 내 매출을 7조원으로, 기업가치를 2배로 늘리겠다'고 공언한 데 대해서는 "게임이 흥행 사업인 만큼 예측은 어렵지만, 우리의 자신감은 그 수치보다도 훨씬 높다"고 강조했다.
장 의장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크래프톤의 적극적인 게임 지식재산(IP) 확보 노력을 강조했다.
장 의장은 "지난해 IP 투자·협력 논의를 진행한 게임 스튜디오가 400곳이 넘는다"며 "배틀그라운드만큼 글로벌 메가 IP가 하나 더 나오거나, 그만큼은 아니어도 경쟁력 있는 IP가 2∼3개는 포트폴리오에 추가돼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 출시되는 게임들만 놓고 봐도 10개를 내면 7∼8개는 실패하고 히트작은 하나 나올까 말까"라며 "결국에는 최대한 많은 게임을 타석까지 올려야 한다는 것이고, 이런 방향성을 크래프톤은 3년 전부터 유지해왔다"고 설명했다.
인터뷰하는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크래프톤 제공]
인수·합병(M&A)은 크래프톤이 기업 가치를 키우고 성장 동력을 확보할 핵심 키워드다. 그는 올해 초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강연에서 1천억 원에서 조 단위 M&A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장 의장은 "코어 비즈니스(게임)와 이를 강화하기 위한 사업다각화 영역 두 가지 차원에서 각각 추진하고 있고 몇몇 곳은 일부 가시권에 들어왔다"며 그 키워드로 '글로벌'을 내세웠다.
그는 "국내 시장만 바라보는 사업은 M&A 검토 대상이 아니다. 2개국 이상에서 성공적이거나, 한국이 아닌 지역에서 잘 되고 있어야 한다"며 "지금 전 세계적으로 자산 가격이 내려간 편인데, 우리처럼 현금이 많은 기업에게는 오히려 기회라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숏폼 영상 플랫폼 '비글루' 운영사 스푼랩스에 1천200억원을 투자한 데 대해서는 "우리 업은 IP를 갖고 있어야 제대로 이익을 낼 수 있다. 새로운 IP를 확보하는 한편 우리 IP를 다른 미디어로 확장·변주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의 적극적인 인도 시장 투자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크래프톤은 2021년부터 인도 유망 스타트업 생태계에 2천500억원가량을 투자했고 최근에는 현지 게임사 '노틸러스 모바일'을 인수했다.
장 의장은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이 지금은 다소 소강기지만 5개년간 매년 6∼7%씩 성장 중"이라며 "향후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여가 시간이 늘어나고, 그러면 게임에 쓰는 시간과 비용도 더 늘 거란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들은 뭐든 빨리 성패가 나는 걸 중시하는데, 인도는 최소 3∼5년은 바라보며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크래프톤 '인조이' 부스 앞에 모인 관람객들 (쾰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21일(현지시간)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 2024 현장에 설치된 크래프톤의 '인조이'(inZOI) 부스 앞에 게임을 체험하려는 관람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2024.8.22 jujuk@yna.co.kr
글로벌 산업계 전반의 화두인 인공지능(AI) 전략도 언급됐다.
장 의장은 "최근 출시한 인조이(inZOI)에 적용한 AI 기술에 고객들이 좋은 반응을 해 줬는데, 신기술을 효율적으로 고도화, 상업화하는 조직적 역량이 자리를 잡았다고 본다"며 "최근 발표한 엔비디아와의 협업 논의도 그런 맥락에서 오래전부터 진행돼왔다고 보시면 된다"고 말했다.
크래프톤은 최근 성수동 일대 이마트 부지, 메가박스 본사 건물 등을 사들이며 본사 및 산하 스튜디오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입주 예정 시기는 2027년∼2028년경이다.
장 의장은 "게임산업은 장르, 플랫폼, 서비스 지역마다 특성과 문화가 전부 다르다. 하나의 큰 건물에 모든 구성원을 다 모으면 다양성이 죽는다고 생각한다"며 성수동 이전이 하나의 '게임 개발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본사 건물은 그 위상에 걸맞게 서울의 랜드마크와도 같은 건물로 만들되, 크고 작은 게임 개발 조직들은 그 일대에 흩어져 자율성과 독립성을 갖고 '도시와 함께 호흡하는' 기업으로 만들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크래프톤 제공]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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