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77-64로 서울 SK 제압... 공격 활발해프로농구 수원 KT 소닉붐이 벼랑 끝에서 살아나며 첫 반격에 성공했다. 27일 수원 KT 아레나에서 열린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KT(1승 2패)가 77-64로 서울 SK(2승 1패)를 제압하며 2연패 뒤에 값진 첫 승을 신고했다.
1,2차전에서 연이어 아쉬운 역전패를 당했던 KT는 한 경기만 패하면 시즌이 끝나는 절박한 상황에서 배수의 진을 치고 나왔다. 외국인 선수 레이숀 해먼즈(19점 11리바운드)와 허훈(17점 3도움 3리바운드)의 원투펀치가 공격을 이끌었고, 문정현이 13점 3점슛 3개, 카굴링안이 7점 6어시스트, 하윤기가 8점 4리바운드로 힘을 보탰다.
KT의 공격
KT는 이번 플레이오프 들어 6강전(5경기)부터 4강 2차전까지 지난 7경기에서 평균 69.4점에 그칠만큼 극심한 빈공에 허덕였다. 이는 KT의 정규리그 평균 득점인 74.7점(전체 9위)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치였다.
하지만 이날은 오랜만에 공격이 활발하게 터졌다. 송영진 KT 감독은 허훈을 중심으로 한 2대 2 플레이에 의존하던 전술에 변화를 줬다. 허훈의 볼 소유시간을 줄이고 오프더볼과 스크린을 활용한 간결한 플레이를 주문하며 마치 슈터에 가깝게 활용한 것이 적중했다. 대신 파이팅이 좋은 카굴랑안에게 주로 리딩 롤을 맡기면서 부진하던 해먼즈와의 투맨게임과 외곽수비까지 덩달아 살아났다.
KT는 1쿼터부터 25점을 몰아치며 SK의 수비를 흔들어 놓았다. 4강전 들어 처음으로 전체 슛 성공률 3개 지표에서 합산 150(야투 43.1%, 3점 34.6%, 자유투 78.3%) 이상을 넘기며, SK(야투 39.7%, 3점슛 20.6%, 자유투 53.8%)를 각 세부 지표별로 모두 앞섰다. 승부가 결정된 4쿼터에 주전들을 대거 빼면서 득점과 야투 적중률이 하락했을 뿐, 3쿼터까지는 점수차가 최대 30점이나 벌어졌을 정도로 일방적인 승부였다.
수비에서는 자밀 워니 봉쇄 전략이 적중했다. KT는 이날 김선형을 비롯한 SK 국내 선수들에게 다소 공간을 내주더라도 워니의 페인트존 진입을 집중 견제하는데 수비의 초점을 맞췄다.
워니는 이날 19점 15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분전했으나 2쿼터 무득점을 비롯하여 전반에는 4점에 그쳤다. KT가 주전들을 뺀 4쿼터에야 9점을 몰아 넣었지만 이미 점수차가 너무 벌어진 상황이었다. KT의 집요한 수비에 평소의 워니답지 않게 답답한 표정을 짓거나 동료들에게 짜증을 내는 듯한 장면도 나왔다.
SK는 워니 외에는 오재현(13점)만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을뿐, 정규리그 MVP 안영준(2점)을 비롯하여 베테랑 김선형(5점), 오세근(3점) 등이 모두 부진했다.
KT에게 옥의 티는 4쿼터였다. 3쿼터까지 29점 차로 크게 앞선 KT는 마지막 4쿼터에서 워니를 앞세운 SK에게 11-27로 끌려가며 한때 8점차까지 좁혀질 만큼 맹추격을 당했다. 앞선 2경기에서 초반에 잘하고도 마무리를 못해 연속 역전패를 당한 악몽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허훈이 종아리 통증으로 경기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이탈한 것도 아쉬운 장면이었다. 송영진 감독은 경기후 허훈에 이어 해먼즈가 모두 부상을 입은 사실을 인정했지만, 상태가 심하지 않아 다음 경기 출전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송 감독은 "선수들의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다. 4쿼터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 잘 가다듬어서 다음엔 더 좋은 경기를 할 것"이라고 경기를 총평했다.
반면 이번 플레이오프 들어 최악의 경기를 펼친 SK는, 고질적인 초반 징크스 개선이라는 숙제를 남겼다. SK는 먼저 2승을 선점했음에도 시리즈 내내 경기력은 정규리그 1위팀의 명성이 무색하게, 6강전에서 최종 5차전까지 가는 혈전을 치르고 온 KT를 압도하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SK는 4강전 내내 3경기 연속 첫 1쿼터에서 졸전을 펼치고 있다. 1차전에서 11-21, 2차전에서 15-18, 3차전에서 14-25로 KT에 번번이 뒤졌다.
1차전은 정규리그 종료 이후 경기감각이 떨어진 탓이라고 위안할 수 있었지만, 벌써 3경기째인데도 과도한 워니 의존도와 외곽 슈팅 난조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어려울 때 팀의 중심을 잡아 줘야할 김선형, 안영준 같은 경험 많은 국내 주전 선수들이 기복 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앞선 2차전까지는 KT의 후반 체력이 떨어진 틈을 타 역전에 성공할 수 있었지만, 3차전에서는 KT의 공격전술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턴오버가 무려 15개나 속출하며 스스로 자멸했다. 너무 풀리지 않는 경기에 전희철 SK 감독도 당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할 정도였다. 결국 전희철 감독은 워니를 제외한 주전들을 일찍 교체해주며 4차전을 대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KT의 에이스 허훈은 "어려운 상황에서 선수들이 함께 힘을 내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 다음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 하다 보면 기적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죽기 살기로 해볼 것"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프로 농구 역사상 5전 3선승제의 4강PO에서 1,2차전을 먼저 내준 팀이 역스윕에 성공하며 챔프전에 진출한 경우는 아직 단 한번도 없다. 0%의 기적에 도전하는 KT가 29일 수원 홈에서 열리는 4차전에서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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