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주니어컬링세계선수권 여자 첫 우승 기록... 남자 대표 의성고도 8년 만에 4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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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 주니어 컬링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첫 우승 기록을 작성한 전북도청 여자 컬링 선수들. 왼쪽부터 이보영·김민서 선수, 권영일 감독, 심유정·김지수 선수, 강보배 스킵. |
ⓒ 대한컬링연맹 제공 |
여자 컬링 주니어 대표팀이 올림픽 컬링 경기가 열릴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에서 한국 첫 우승 기록을 만들었다.
여자 주니어 컬링 대표팀 전북도청은 현지 시간으로 21일까지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 스타디오 올림피코 데 기아치오에서 열린 2025 주니어컬링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대한민국 여자 컬링 주니어 대표팀이 세계 정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자 대표팀으로 출전한 의성 선수들 역시 4강에 오르며 2017년 우승 이후 최상의 기록을 썼다.
대한민국 여자 컬링이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보여주었던 성적은 2014년 당시 '팀 킴'의 김선영·김경애 선수가 포함된 대표팀, 그리고 2020년 당시 대표팀이었던 춘천시청이 기록했던 은메달이 최고 기록이었다.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한 선수들은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어서 기분 좋다"며 기쁨을 드러냈다.
'가장 젊은 팀' 전북도청, 선배들이 썼던 기록 넘어서다
2020년 이후 5년째 메달 소식이 끊겼던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의 우승 도전이었다. 특히 내년 올림픽이 치러질 코르티나담페초 경기장에서 치러지는 테스트 이벤트에 나서는 기회였기에 선수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기회였다.
2005년생 스킵, 2006년생 '고졸 신인 선수'가 있는 등 한국 컬링에서 가장 젊은 팀으로 꼽히는 전북도청이 여자 대표팀으로 나섰다. 강보배·김지수·김민서·심유정·이보영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지난해 주니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한 이후 '2부리그' 격인 B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며 승격에 성공했고, 1월 열린 토리노 동계 유니버시아드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담금질을 마쳤다.
예선은 순조로웠다. 초반 효율적으로 승을 쌓아 올리며 참가팀 중 가장 먼저 결선 진출을 확정지은 대표팀이었다. 비교적 강팀으로 꼽히는 스위스와 스웨덴, 독일 등에게 패를 내주기는 했지만 다른 강호와의 승부에서 좋은 경기력을 펼치며 6승 3패로 4강 진출에 성공, 결선 라운드에 나섰다.
결선 라운드에서는 공교롭게 앞서 패배했던 팀들을 만났던 대한민국은 긴장감 역시 있었지만 선수들은 의연했다. 대표팀은 4강에서 스웨덴을 상대로 초반 연속 득점을 가져가는 데 성공, 동점 상황 치른 마지막 엔드에서 후공을 쥐고 득점을 이루면서 7대 6으로 승리를 거뒀다.
결승에서 다시 만난 독일(스킵 사라 메센젤)에게 대한민국은 내내 앞서가는 플레이를 펼쳤다. 어려운 싸움이 예상되었지만, 강보배는 3엔드 상대에게 스틸을 뺏어내면서 승기를 먼저 잡아냈다. 6엔드 이후로는 한국이 연속 스틸을 얻어내기까지 하면서 점수판 위에서는 한국의 점수만이 연달아 올라갔다.
결국 9엔드 만에 독일이 악수를 청하면서 대한민국의 우승이 확정되었다. 올림픽이 열리게 될 도시에서 먼저 좋은 기운을 얻고 온 선수들은 주니어 세계선수권 우승을 계기로 '한국에서 주목받는 젊은 팀'을 넘어 세계에서 주목하는 팀으로 거듭났다.
아울러 전북도청 선수들이 써낸 우승 기록은 여자 컬링 주니어 대회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강릉시청 '팀 킴'의 김경애·김선영, 김지현·오은진·구영은(이상 은퇴)이 2014년 준우승을, 춘천시청(당시 스킵 김민지)이 2020년 준우승을 거뒀지만, 선수들은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기록을 뛰어넘고 한국 컬링의 새 역사를 만들었다.
아울러 남자 대표팀으로 출전한 김대현·권준이(이상 경일대), 이우정·박성민·신은준 역시 4강에 오르는 호성적을 기록했다. 남자 주니어 대표팀이 4강 무대를 밟은 것은 2017년 강릉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에서 이기정·이기복·성지훈·최정욱·우경호의 경북 팀이 우승을 차지했던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특히 김대현과 권준이 두 선수는 2024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에 출전하기도 했던 선수들이기에, 주니어 대표팀에서의 활약을 통해 보여준 성장세를 바탕으로 성인 무대에서도 좋은 기량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우승 목표 이뤄 기뻐... 영광 함께해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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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니어 컬링에서 새로운 기록, 오래간만의 기록을 쓰고 귀국한 남녀 주니어 컬링 대표팀 선수들이 23일 저녁 인천국제공항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 박장식 |
귀국 직후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강보배 스킵은 "이탈리아에 출국하기 전부터 우승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갔고,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다"며 "경기 하면서 잘 안 풀릴 때도 있었지만 좋게 풀릴 때마다 조금 더 분위기를 끌어올리려 신경 썼다. 그런 덕분에 좋은 결과 나오게 되어 기뻤다"고 대회 소감을 말했다.
강보배 스킵은 지난 동계 유니버시아드(세계대학경기대회)에서 준우승을 했던 아쉬움을 이번 우승의 원동력으로 삼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우리가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었다는 것보다도, 우리가 지난 아쉬움을 올림픽이 열리게 될 공간을 즐기는 것으로,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무조건 우승하는 것으로 풀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막내' 이보영 역시 "운이 좋아서 좋은 기회를 얻었고, 감독님과 언니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가장 크다. 영광스러운 순간에 우리 팀과 같이 함께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최초 우승이라는 기록이 쉽지는 않지만, 함께 해낸 것이 뜻깊다"고 했다.
'팀 킴', '춘천시청' 등 그랜드슬램과 국가대표로 활약하는 선배들의 기록을 뛰어넘은 것도 기쁜 일이었다. 하지만 이보영은 "그렇지만 언니들의 현재 위치가 세계적이기 때문에 우리 팀도 좋은 기록을 내서 언니들처럼 높은 곳에서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미리 가 본 '올림픽 컬링 경기장'은 어땠을까. 강보배 스킵은 "올림픽이 열리는 컬링 경기장 중에서는 가장 자연과 가까운 느낌"이라면서도 "아이스 적응도 초반에는 잘 못했지만, 최대한 빠르게 적응하려고 노력한 덕분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올림픽 경기장의 감상을 전했다.
이제 '올림픽 대표팀'으로의 도전에 나서는 전북도청의 시선은 6월 의정부에서 열릴 국가대표 선발전으로 향한다. 강보배는 "지금 기량에서 더 합을 잘 맞추고 실력을 끌어올려서, 5월 열릴 대한체육회장배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며 "아울러 다음 시즌에는 그랜드슬램에 데뷔할 수 있도록 상위권 팀들과도 많이 맞붙고 싶다"고 각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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