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연구진, 조현병의 원리 규명
신경줄기세포 제대로 분화되지 않는 탓
필요한 신경세포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아
태아 시기 조현병 조기 진단 가능해져
국내 연구진이 조현병은 신경줄기세포가 불균형하게 분화한 탓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구글 이미지FX로 생성
전 세계 인구의 1%가 앓고 있는 조현병은 망상과 환청을 일으키고 이상 행동을 하게 한다. 이전에는 ‘정신분열증’이라고 불렸을 만큼 환자의 사회적 활동에 지장을 준다. 일부 조현병 환자의 범죄가 부각되면서, 조현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지기도 했다.
이 같은 조현병이 ‘마음의 병’ 아니라 뇌세포 분열의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박상기, 김태경, 김민성 포스텍 생명과학과·융합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조현병의 원인을 밝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기존 학계에서는 조현병은 ‘AS3MT’라는 유전자와 관련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지만, 이 유전자가 어떻게 조현병을 유발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 유전자의 특정 변이를 가진 생쥐가 조현병 환자와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생쥐들은 뇌 속 공간이 비정상적으로 커지고,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 둔화하며, 사회적 상호작용이 줄었다.
조현병 증상을 보이는 생쥐들의 뇌 발달 과정을 살펴본 결과, 차이는 신경줄기세포의 분열 방식이었다. 신경줄기세포는 다양한 신경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세포다. 뇌에는 뉴런, 신경아교세포 등 여러 신경세포가 있다. 신경줄기세포가 다양한 세포로 골고루 분화할 수 있어야 뇌가 건강하게 발달할 수 있다.
정상적인 뇌 발달 과정에서는 줄기세포가 균형 있게 분열해 뇌의 다양한 세포를 만들어낸다. 다만 유전자에 변이가 있으면 균형이 무너졌다. 만들어져야 할 신경세포가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아 신경세포 분포에 빈틈이 생긴다.
연구에 따르면 대뇌 피질의 상층부에 있어야 할 신경세포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 뇌의 설계도는 있지만 필요한 재료가 없어 구조적 결함이 생기는 것이다.
신경줄기세포의 분화는 태아 시기나 어린 나이에 일어난다.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신경줄기세포의 문제 역시 태아 시기에 벌어진다. 조현병의 유무는 태어나기 전 뇌의 장애로 결정된다는 의미다. 조현병은 대체로 유전인데, 그 이유 역시 AS3MT 유전자의 변이에 있다.
결핍된 세포만큼의 신경줄기세포가 어떻게 되는지는 이번 연구에서 밝혀지지 않았다. 신경세포의 미세한 변화는 잡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다른 특정 세포군이 더 많이 만들어졌을 수도 있고, 여러 종류로 조금씩 분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핍된 뇌의 신경세포는 사후적으로 채울 수 없다. 다만 어떤 세포가 결핍됐는지를 알면 어떤 기능 이상이 생기는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조현병 환자의 증상을 완화시킬 수는 있다.
이번 연구는 조현병이 ‘마음의 병’이 아니라, 태아기·유아기의 뇌 발달 과정에서 시작되는 생물학적 장애임을 증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앞으로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조현병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게 됐다. 연구진은 AS3MT 유전자를 표적으로 한 약물 개발 등의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왼쪽부터 박상기, 김태경, 김민성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 [사진=포스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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