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범 서울대 화학부 교수가 24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화학회 춘계 학술발표회 및 기기전시회 기자간담회'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자협회 제공
복잡한 천연물이나 세상에 없던 물질을 구현하는 유기합성 분야에서 인공지능(AI)이 사람처럼 창의성을 보이며 화학반응을 최적화하는 데도 결정적 힌트를 제공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화학자들이 앞으로 AI를 활용할 방법을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철범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24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화학회 춘계 학술발표회 및 기기전시회 기자간담회'에서 "10년 전만 해도 AI가 화학물질 합성 전략을 제시하면 대학원생이 한 것보다 수준이 낮았는데 최근 보면 사람이 한 것처럼 창의성이 약간 보이기도 한다"며 "AI가 최근 3년간 임팩트 있는 화학 논문들이 쏟아져 나오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화학 반응에서는 수율과 비용 등 반응에 관여하는 다양한 변수를 최적화시켜야 하는데 실험실에서 하면 정말 오래 걸린다"며 "AI가 특히 화학 반응을 최적화하는 데 결정적인 힌트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험화학자들이 AI를 창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고 봤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 AI와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사람만 할 수 있는 부분을 강조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교수는 이번 학회에서 학술상을 받았다. 제약·재료산업 등에서 핵심적인 화학결합인 아마이드(Amide) 결합을 구현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성과다. 아마이드 결합은 자연계와 실험실에서 모두 카르복시산과 아민이라는 두 분자가 물 분자를 방출하면서 결합된다.
이 교수팀은 두 탄소 원자 사이에 삼중결합이 형성된 알카인계 물질에서 출발해 최초로 아마이드 결합을 구현했다. 연구결과는 당장 유용하게 활용되기보다는 아마이드 결합 반응물을 구할 수 없거나 기존 방식에 한계가 생길 경우 활용될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교수는 이번 수상 성과에 대해 "발상의 전환을 이뤘다"며 유기합성 분야를 "전략을 짜서 바둑 묘수풀이처럼 합성법을 만드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복잡한 분자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인류가 몰랐던 것들을 배우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2021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데이비드 맥밀런 교수와 프린스턴대에서 함께 교수로 근무했던 이 교수는 2016~2017년 맥밀런 교수를 서울대로 초대해 여름에 한 달씩 특강을 마련하기도 했다.
인터뷰에서 이 교수는 2008년 서울대에 처음 채용된 시기를 돌아보면서 "17년 전과 비교해 국내 연구 여건은 과거 낙관적으로 생각했던 만큼 개선되지 않았다"며 "우리 과학기술계가 중국과 비교해 뒤처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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