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진 "완두콩 품종 개량에 활용될 것"
멘델이 유전법칙을 정립하는 데 활용한 완두콩의 7가지 형질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모두 규명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19세기 오스트리아 수도사였던 그레고어 멘델은 완두콩 교배 실험을 통해 유전의 법칙을 정립했다. 멘델이 유전법칙을 정립하는 데 활용한 완두콩의 7가지 형질 중 4개는 이후 유전자 수준에서 규명됐지만 160년이 넘도록 나머지 3개 형질은 어떤 유전자가 관여하는지 밝혀지지 않은 채 ‘멘델의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최근 국제 공동 연구진이 밝혀지지 않은 3개 형질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규명하며 오랜 난제를 푸는 데 성공했다.
영국 존이네스센터(JIC)와 중국 선전농업유전체연구소(AGIS) 공동 연구팀은 6년에 걸쳐 700종에 달하는 완두콩 품종을 분석해 완두콩 품종 간 변이를 보이는 대표적인 형질 7가지 중 밝혀지지 않은 마지막 3가지 형질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규명하고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2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2009년 완두콩의 기준 유전체가 공개된 이후 최대 규모의 연구다.
멘델은 1860년대 초 수도원 정원에서 약 2만8000그루의 완두콩을 교배하며 유전 형질을 관찰했다. 실험을 통해 그는 우성과 열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유전의 기본 원리를 수립했다. 당시에는 유전자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각 형질의 분자적 원인은 규명하지 못했다.
이후 과학자들은 종자 형태, 식물의 키, 꽃 색과 종자 색 등 4가지 형질을 관장하는 유전자를 차례로 밝혀냈다. 하지만 완두콩의 꼬투리 색, 꼬투리 모양, 꽃 배열 방식의 3가지 형질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번 연구에선 완두콩의 꼬투리 색은 엽록소 생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기능 이상으로 결정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정상적인 유전자에서는 엽록소가 합성돼 녹색 꼬투리가 형성되지만 DNA가 결실돼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리보핵산(RNA) 전사 과정에 이상이 생겨 엽록소 합성이 방해받고 노란색 꼬투리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꼬투리 모양은 세포벽의 두께를 조절하는 유전자 2개가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유전자의 변화로 꼬투리가 납작하거나 둥글게 형성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꽃의 배열 방식은 특정 유전자 내 염기서열 결실로 ‘팽창변이’ 현상이 나타나면서 꽃이 덩어리처럼 뭉쳐 피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완두콩의 선택적 교배, 전장유전체 연관분석(GWAS) 및 기존에 수집된 대규모 유전자 자원을 바탕으로 완두콩의 7가지 형질에 관여하는 모든 유전자 메커니즘을 파악했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노암 차윳 JIC 연구원은 “현대의 유전체 분석 기술과 협업 덕분에 멘델의 마지막 유전자 수수께끼를 풀 수 있었다”며 “완두콩 유전체 연구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멘델이 제시한 완두콩 형질을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완두콩의 다양한 유전형질을 설명할 수 있는 2900만 개 이상의 단일염기다형성(SNP) 지도를 완성했다. SNP는 유전체 내에서 DNA 염기서열의 특정 위치에서 나타나는 단일 염기의 변이다. 개체 간 유전적 차이를 보여주며 이러한 차이가 특정한 형질이나 질병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연구팀은 SNP 지도가 향후 완두콩 품종 개량에 직접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수확 편의성을 높이는 형태의 덩굴 형질을 개발하거나 종자의 무게나 양을 결정하는 유전자 조합을 조절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 자료>
- doi.org/10.1038/s41586-025-08891-6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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