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완성' 공약 진정성 의문… 각 지역 표심 겨냥한 나눠주기식 공약 비판
충청권 민·관·정 반발 확산… "국가 행정 효율성 고려해 이전론 재고해야"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들이 때아닌 '해양수산부 이전' 공약을 꺼내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띄운 '해수부 부산 이전' 공약에 맞불을 놓듯 김동연 경선 후보도 '해수부 인천 이전'을 공언, 각 지역 표심을 겨냥한 나눠주기식 공약이란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충청권에선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을 약속했던 터라 공약의 진정성과 함께 지역 간 갈등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후보는 지난 22일 수도권·강원·제주지역 공약을 발표하면서 '해수부 인천 이전' 구상을 밝혔다. 이 후보가 영남권 경선에서 '해수부 부산 이전'을 공약한 지 이틀 만이다.
수도권 소재 부처도 아닌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해수부를 이전하겠다는 공약에 충청권 지역사회에선 파장이 일고 있다. 4년 전 대전에 있던 중소벤처기업부는 부처 간 업무 효율성을 이유로 세종으로 이전했는데, 같은 관점에서 해수부의 세종 이탈은 설득력이 없는 데다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이란 취지를 정면으로 맞서는 만큼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논리라면 해수부 이탈을 기점으로 타 부처의 추가 이탈 가능성도 열려 있어 세종시 행정수도 기능을 상실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이 후보에 이어 김 후보까지 해수부 이전론에 가세하면서 세종시와 지역 정치권에선 우려 섞인 비판을 표명한 상태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행정수도를 세종으로 옮긴 이유는 균형발전 차원으로, 모든 국민·공무원들이 접근하기 가장 쉽고 국토의 중심이기 때문에 세종으로 입지가 정해진 것"이라며 "대통령실과 국회도 완전히 세종으로 이전하겠다는 상황에서 해수부 이전은 합리적이지 않다. 행정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생각하면 바람직한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반대 의사를 표했다.
국민의힘 세종시당 역시 같은 날 성명을 내고 "뜬금없는 민주당 후보들의 해수부 이전 공약은 세종시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축으로 성장하고 있는 이 시점에 찬물을 끼얹는 주장"이라며 "해수부는 이미 세종시에서 국토부·농식품부 등과 긴밀한 협업 속에 정책 조정과 행정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를 다시 이전하겠다는 발상은 수년간 추진해 온 행정도시 건설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며, 국가행정체계를 흔들려는 시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지역 간 분란 여지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 후보의 해수부 부산 이전 공약을 두고 부산 정치권과 해당 지역 교수·연구자 등이 환영의 뜻과 함께 본격적인 여론전에 나서면서다. 앞서 인천 항만업계는 해수부 부산 이전론에 대해 강한 반대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충청권에선 대전과 세종, 충남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공동 대응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자칫 지역 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성은정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행정수도 완성이란 중차대한 시점에서 각 지역 표심만 보고 공약이 만들어진다면 지속가능한 국가적 발전의 저해 요소가 될 것"이라며 "장기적인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펼 수 있도록 필요 시 충청권이 공동 대응에 나설 계획이지만, 우선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균형'에 매몰된 과도한 나눠주기식 접근은 지양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국가 행정의 효율성을 위해선 세종시에 행정수도 기능을 집적해야 한다는 관점으로, 지역 간 균형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1기 혁신도시처럼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박영득 충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역균형발전 계획을 많이 하지만 '균형'에만 과하게 초점을 맞추면 오히려 효과가 반감되는 문제가 생기며, 어느 정도 집중과 집적이 돼야 도시 발전과 국가적 효율성 등 기대효과가 나올 수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행정수도 기능을 하려면 정부부처를 집적화해 소통과 협업이 원활히 돼야 한다. 이 측면에서 해수부 이전론은 여러 비효율이 생길 수밖에 없는 계획으로, 나눠주기식 접근은 지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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