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선 안전성 논란도 불거져
영국 정부가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기 위한 '태양광 차단 기후공학 기술'을 검증하는 야외 실험을 실시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기 위한 '태양광 차단 기후공학 기술'을 검증하는 실험이 이뤄진다. 영국 정부가 약 5000만 파운드(약 946억원)를 투입해 소규모 야외 실험을 승인했다. 실제 대기 환경에서 태양광 차단 기술의 효과와 위험성을 검증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 프로젝트다.
23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태양광 차단 기술을 검증하는 연구 프로젝트는 영국 정부 산하의 고등연구혁신기관(ARIA)이 주도한다. ARIA는 이번 실험이 "기술의 가능성과 위험성을 판단하기 위한 핵심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영국 자연환경연구위원회(NERC)는 태양복사관리(SRM·solar radiation management)의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 프로젝트에 1100만 파운드(약 208억원)를 투자한다.
SRM은 지표에 도달하는 태양광의 양을 줄이는 기술이다. 대기 중에 반사성 입자를 뿌리거나 바닷물을 미세한 입자로 만든 뒤 공중에 흩뿌려 구름이 더 많은 태양광을 반사하게 만드는 방식 등이 있다. SRM 기술이 효과를 내면 지구 표면 온도를 일시적으로 낮춰 기후위기의 피해를 줄이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벌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된다.
태양광 차단 기술은 예상치 못한 환경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태양광 차단은 강수량 변화, 식량 생산 저하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실내 연구실이 아닌 야외에서 진행되는 실험 프로젝트가 취소된 사례도 있다.
태양광 차단 기술의 연구 필요성을 제기하는 연구자들은 단기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ARIA가 주도하는 태양광 차단 기술 연구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마크 사임스 영국 글래스고대 교수는 "기후 티핑 포인트(변곡점)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은 태양광 차단 기술을 연구해야 할 강력할 이유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온도 상승, 해류와 빙하의 붕괴에서 돌이킬 수 없는 전환점이 21세기 안에 도래할 수 있다"며 "위기에 대비하려면 단기간에 지구를 식힐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양광 차단 기술 연구에서 현재 가장 부족한 것은 실제 야외 환경에서 얻은 물리적 데이터다.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연구가 실내 실험이나 컴퓨터 모델링에 의존했지만 기술의 실제 효과와 위험성을 완전히 설명해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ARIA가 주도하는 태양광 차단 기술 연구 프로젝트는 작은 규모로 진행된다. 독성 물질은 전혀 사용되지 않으며 사전에 환경영향평가와 지역 주민 의견 수렴 절차도 거칠 예정이다. 구체적인 실험 방식과 대상 지역 등 세부 계획은 수주 내로 발표된다. NERC의 SRM 연구 프로젝트에선 야외 실험이 진행되지 않는다. 기존 데이터와 컴퓨터 모델링을 활용하고 화산 폭발과 같은 자연적 유사 사례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부 과학자들은 태양광 차단 연구가 오히려 온실가스 감축과 같은 기후위기의 근본적인 대응법을 우회하게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한다. 영국 기후과학계 일각에서는 “이런 기술은 마치 암 치료에 진통제를 쓰는 격”이라며 “지나치게 위험하고 현실을 외면한 선택”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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