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청 전경. 강정의 기자
6·3 대선을 앞두고 각종 공약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의사당을 세종시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두고 격렬한 논쟁이 일고 있어요. 사실상 20여년 전 헌법재판소가 가로막은 ‘행정수도’를 실현하겠다는 건데요, 한국 정치사에서 숱하게 반복해 나온 약속입니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 ‘세종 행정수도 이전’ 공약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선제적으로 던졌습니다. 이재명·김동연·김경수 등 후보 전원이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를 세종으로 완전 이전하겠다고 공약한 것인데요. 다만 대통령 집무실 이전 시기를 두고는 입장이 조금씩 다릅니다. 이재명 후보는 일단 청와대를 보수해서 들어가되 임기 내 세종 집무실을 완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동연·김경수 후보는 “내란의 소굴”인 용산으로 돌아갈 순 없다면서 임기 시작과 동시에 세종에서 집무를 시작하겠다고 했어요.
국민의힘은 긍정적 반응을 보였어요.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1일 “낡은 정치의 상징이 된 여의도 국회 시대를 끝내고 국회 세종 시대의 새로운 문을 열겠다”고 말했어요.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나선 나경원 후보는 개헌을 전제로 행정수도 세종 이전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동훈 후보는 국회는 세종으로 이전하되 대통령실은 일단 용산을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세종 행정수도 이전은 2002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가 처음 내놓았던 공약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3년 12월 국회는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신행정수도법)안’을 통과시켰지만 헌법소원이 제기됐습니다. 2004년 10월 헌법재판소는 신행정수도법이 ‘수도 서울이 관습헌법’이라는 취지로 위헌 결정을 내렸어요. 대통령집무실이나 국회 같은 국가 주요 기관은 수도 서울에 있어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따라서 지금 여야 대선 후보들이 약속을 실천하려면 헌법재판소 판단을 다시 받거나 개헌을 해야만 합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행정수도 공약을 들고나온 배경엔 충청권 유권자에 지지를 호소하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역대 대선에서 충청권은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왔기에 행정수도 이전은 선거마다 단골 공약으로 등장했죠.
하지만 표심을 겨냥한 정략적 의제로만 치부하기에는 국토균형발전 문제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된 것도 사실입니다. 수도권과 지방 격차는 점점 심해지는데요.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9년을 기점으로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지난해 기준 50.8%)이 수도권에 쏠리기 시작했고, 지방 인구는 점점 줄고 있습니다. 돈도 수도권에 쏠리고 있죠. 한국은행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총생산에서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1~2014년 51.6%에서 2015~2022년 70.1%로 상승했습니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강력한 국가 대책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다만 행정수도 이전이 국토균형발전의 최선의 해법이 맞는지 따져볼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2012년 행정수도를 살짝 변형한 ‘행복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특별자치시가 생긴 이후 인구는 11만명에서 2025년 39만명으로 28만명 증가하는 데 그쳤는데, 그 사이 수도권 인구는 139만명이 늘었습니다. 그저 국가 주요 기관을 세종시로 이전한다고 해서 국토균형발전이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우수한 교육 시설과 좋은 일자리가 수도권에 몰려 있고, 각종 투자가 수도권에만 쏠리는 등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는 서울에서 세종으로 출퇴근하는 공무원만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선 후보들이 지역균형 발전 공약의 진정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불균형을 해소할 다른 해법도 함께 내놔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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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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