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 공개 의무화
공정위, 지난해 게임사 대상 현장조사
코그·그라비티·위메이드에 제재 시작
이용자협 "처벌 고무적이나 금액 아쉬워"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23가 개막한 지난해 11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야외전시장에 관람객들이 신작 게임을 즐기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게임업계를 대상으로 '확률형 아이템' 확률 조작 관련 현장 조사를 진행했던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본격 제재에 착수했다. 조작 혐의를 받았던 게임사들에 과태료 부과 등 제재 소식이 잇달아 전해지면서 조사 대상이었던 엔씨소프트, 웹젠 등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전날 그라비티, 위메이드에 각각 250만원씩 총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과태료와 함께 향후 금지명령 및 구체적 및 실효적인 재발방지 방안 보고명령 등 시정명령도 내렸다.
공정위의 이번 제재는 그라비티와 위메이드가 각각 온라인 게임 '라그나로크 온라인'과 '나이트 크로우'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면서 이를 구매·사용 시 획득할 수 있는 구성품의 획득 확률 정보를 거짓 또는 과장해 알린 데 따른 것이다.
이번 건의 경우 위메이드와 그라비티가 법 위반 사실을 스스로 시정하고 소비자에게 확률형 아이템 구매 대금을 환불해주는 등 피해보상 조치를 실시했다는 점에서 과징금이 아닌 과태료가 부과됐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14일 '그랜드 체이스 클래식'을 운영하는 게임사 코그에도 동일한 혐의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3600만원을 부과했다. 확률형 아이템을 뽑을 때마다 정해진 확률이 적용된다고 고지했으나 실제로는 3회까지 당첨이 아예 불가능한 구조를 구축해 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의 게임사 단속은 지난해 3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 공개 의무화 내용이 담긴 개정 게임산업법이 시행되면서 이뤄지고 있다. 개정법에 따라 게임물 제작·배급·제공자는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그 확률정보를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 공정위는 법 시행을 앞두고 자체 검열을 진행한 게임사와 이용자들로부터 신고받은 게임사를 대상으로 대규모 조사를 벌인 적 있다.
업계는 조사 대상이었던 엔씨소프트, 웹젠, 크래프톤, 컴투스 등에 대한 제재도 머지않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정위는 작년과 올해 초에 걸쳐 조사를 마치고 제재 수위와 발표 시점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소프트와 웹젠에는 지난 2월 확률 조작 혐의 관련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무려 6일 동안 현장 조사를 받았다는 점에서 제재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정보 표기 오류와 함께 리니지M과 리니지2M에서 '슈퍼계정'을 운영했다는 의혹이 겹치면서다. 슈퍼계정은 게임사 관계자가 회사에서 무상 지급받은 게임 재화를 통해 효능이 좋은 캐릭터를 만들어 운영하며 부당 이득을 취한 것을 말한다.
웹젠도 모바일 게임 '뮤 아크엔질'에서 발생한 확률 조작 의혹과 함께 '뮤 오리진',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 등 게임 서비스 종료 공지 과정에서도 조사를 받았다. 서비스 종료 직전까지 유료 아이템을 팔고 일방적으로 종료했다는 의혹에서 비롯됐다.
게임 이용자들은 공정위의 제재를 반가워하면서도 과징금 및 과태료 액수가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으로 얻은 이익에 비해 다소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또, 그라비티와 위메이드 사안은 게임사가 소비자에게 선제적으로 피해 규모에 대해 보상했다는 점이 참작의 사유가 됐는데, 보상액 산정 기준이 불투명하거나 자의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게임이용자협회장을 맡고 있는 이철우 변호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여러 확률 조작 사건의 위법성과 소비자 권리 침해를 연이어 확인해주고 있는 부분은 게임 이용자도 소비자이며, 알 권리가 보호받아야 함을 앞장서서 알려주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며 "다만 과징금 액수가 게임사가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로 얻을 수 있었던 이익에 비해 다소 부족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게임 소비자 기만 사례에 대해 심의 중인 만큼 엄정한 판단을 내려 게임사들이 게임 내 확률 등 수치와 콘텐츠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는 관행을 바로잡고 소비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