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텍스 '카스게비' 원천기술 특허침해 주장
"라이선스 계약 통해 공정한 대가 지불해야"
툴젠이 영국에서 미국 유전자 치료제 전문기업을 상대로 자사의 유전자 가위 원천기술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해당 치료제의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 사용에 따른 비용을 지급하라는 취지에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유전자 교정 전문기업 툴젠은 영국 법원에 버텍스파마슈티컬스(이하 버텍스)와 파트너사인 론자(Lonza), 로슬린CT(RoslinCT)를 상대로 버텍스의 '카스게비(CASGEVY)'에 대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툴젠, 유전자 가위 관련 특허 세계 최초 획득
카스게비는 환자의 조혈모 세포를 추출해서 유전자를 조작해 다시 환자에게 재주입하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특정 유전자 서열을 절단해 유전자 편집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 치료제다. 카스9(CRISPR Cas9)이라고 불리는 효소이기도 하다. DNA를 조작하는 기전으로는 세계 최초로 유럽과 미국에서 '겸상적혈구질환 및 지중해성 빈혈 치료제'를 획득했다.
툴젠이 특허침해를 주장하는 배경에는 복잡한 기술거래 관계가 얽혀있다. 툴젠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진핵세포에서 작동하는 것을 증명한 특허를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출원하고 사업화했다. 툴젠이 2012년 10월에 가장 먼저 특허를 출원했고 이후 미국의 브로드연구소가 2012년 12월, 캘리포니아대학교그룹(CVC그룹)은 2013년 1월에 특허를 받았다.
문제는 버텍스가 미국 유전자 편집 기업인 에디타스메디슨으로부터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전받았고, 이 기술은 에디타스메디슨이 미국 브로드연구소로부터 전용실시권을 들여왔다는 점이다.
버텍스는 2023년 12월 에디타스와 기술사용료로 선급금 5000만 달러(당시 환율 650억원), 2034년까지 1000만~4000만달러(약 130억~520억원)의 추가 라이선스 비용을 지급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에디타스는 버텍스에서 받은 금액 일부를 원천기술을 제공한 브로드연구소에 지불해야 한다.
버텍스 기술 관련 '브로드연구소'…툴젠과 특허 저촉심사 진행 중
그런데 브로드연구소는 툴젠과 특허기술의 선발명을 다투는 싸움을 진행 중이다. 툴젠은 미국 특허심판원에 브로드연구소와 CVC그룹을 상대로 특허기술을 먼저 발명했음을 입증하는 저촉심사를 제기했다.
저촉심사는 2단계에 걸쳐 진행되는데 2022년 9월 1단계 심사에서 툴젠이 선출원자(Senior party)로 인정받았다. 미국 저촉심사 2단계에서 툴젠이 이길 경우 브로드연구소는 에디타스, 버텍스와의 거래를 통해 탄생한 '카스게비'의 판매 수익 일부를 받을 수도 있다.
또 툴젠은 지난해 10월 Cas9을 단백질 형태 그대로 세포 내로 전달하는 단백질-핵산 복합체(CRISPR RNP) 특허를 유럽과 일본에 연이어 등록했다. 버텍스의 카스게비가 툴젠의 CRISPR Cas9와 CRISPR RNP 기술을 사용했다는 게 회사측 주장이다.
CRISPR RNP는 DNA, mRNA(메신저 리보핵산) 사용에 따르는 세포 독성을 회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외래 DNA가 유전자에 삽입될 위험이 없고, 낮은 오프타깃(약물이 의도된 대상이 아니라 다른 표적에 결합할 때 발생) 효과로 뛰어난 안전성까지 확보할 수 있어 치료제 개발뿐만 아니라 동식물 유전자 교정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만약 툴젠이 미국과 영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서 모두 이길 경우 기술료 취득에 따른 매출도 쏠쏠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전자 편집 기술은 혁신적인 치료 기술로 꼽히는 만큼 가격이 매우 고가로 책정돼 있다. 카스게비의 경우 1회 투약 비용이 약 220만 달러(약 31억원)로 알려져 있다. 툴젠의 지난해 매출액은 9억원 수준이었다.
툴젠 유종상 대표이사는 "버텍스는 세계 최초로 CRISPR Cas9을 이용한 혁신적인 유전자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툴젠의 CRISPR Cas9 및 CRISPR RNP기술을 사용한 것을 인정하고 공정한 대가를 지불하기를 바란다"면서 "이번 특허침해 소송은 영국 내 환자들이 카스게비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 아닌 합리적인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툴젠이 보유한 기술에 대한 공정한 보상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미란 (rani19@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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