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건설 중인 자산 추이/그래픽=김현정
삼성전자가 현재 반도체 공장 등 건설 중인 자산만 5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테일러 공장 착공 지연 등이 건설 중인 자산 증가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내년 말 가동을 목표로 테일러 공장을 준비 중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말 기준 연결기준 건설 중인 자산은 53조1172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13.7% 증가했다. 2021년말과 비교하면 35조1079억원 늘었다. 3년 사이 약 3배 증가한 셈이다.
국내 생산 공장 증설도 삼성전자 자산 증가의 원인이지만, 특히 미국 텍사스주의 테일러 공장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 중인 자산에서 삼성전자 본사(개별재무제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85%에서 지난해 59.2%로 줄었다.
그만큼 해외법인 등에서 보유 중인 건설 중인 자산이 늘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의 미국 생산법인인 SAS(Samsung Austin Semiconductor)의 자산은 2021년 8조7050억원에서 27조5469억원까지 증가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24조원)을 투자해 테일러(Taylor)시에 2나노 이하의 첨단공정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하고 2021년에 착공했다. 당초 2024년말 가동이 목표였으나 2026년말로 완공시점이 밀렸다. 고객사 확보와 수율 안정화 등을 위해 가동 시점을 늦춘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에서 가동 시점을 더 늦출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최근 삼성전자의 내년 가동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 SAS는 테일러 지역 언론에 "2026년 말까지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미 일부 정규직을 고용해 시설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내 투자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예정된 투자를 더 늦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또 가동 일정이 미뤄지고, 채용 등이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세제 혜택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테일러 시의회는 이달 SAS와 맺은 세금 감면안 수정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경쟁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미국 공장 가동에 속도를 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TSMC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열린 올해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3나노의 공정 기술이 적용될 애리조나의 2공장은 완공됐고, 양산일정을 앞다기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2나노 등 첨단공정이 사용될 제3공장과 제4공장은 인허가 취득 과정을 거쳐 연내 착공을 시작할 예정이다. TSMC는 앞서 1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내 투자 계획을 백악관에서 발표한 바 있다.
다만 테일러 공장이 가동과 함께 재무적으로 감가상각이 시작되는 것은 삼성전자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삼성전자는 현재 '건설 중인 자산'은 감가 상각 대상에서 제외 중이다. 삼성전자는 완공된 건물에 대해 보통 15년에 걸쳐 정액법으로 감가상각을 진행한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 업체가 양산에 속도를 내는 만큼 삼성전자도 미국 공장 가동 시점을 더 늦추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건설 중인 자산이 계속해서 쌓이는 것도 향후에 재무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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