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플레이어를 이해하려면 먼저 플레이어가 어떤 게임을 하느냐를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게임에 대한 정의부터 모호한 경우가 많습니다.”
에스펜 올셋 홍콩시립대 교수는 18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게임과학 심포지엄에서 “게임에서 무엇이 벌어지는지, 그를 통해 어떤 의미가 주어지는지 살펴봐야 한다”면서 강연 주제인 ‘게임 플레이어 이해하기’에 대한 해설을 풀어나갔다.
올셋 교수는 “게임의 종류가 많지만 ‘어떤 게임이다’라고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모든 게 다 게임이라고 한다면 욕조에 물이 담겨있다고 이를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수영장과 똑같다고 치부하는 것과 같은 우를 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같은 게임에서도 완전히 다른 형태의 활동이 이뤄진다”면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캐릭터 레벨 업, 채집, 경매장 활동 같은 다양한 플레이 양상이 나오는 것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행위 주체성과 행위 가능성은 무엇인가, 정의해 보자면 플레이어는 ‘노는 사람’이지만 특정 액티비티, 즉 대상으로서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올셋 교수는 독일 철학자 한스 게오르 가다머의 ‘당신이 어떤 게임을 한다면 그건 게임이 당신을 부리는 것이다. 실질적 주체는 게임 그 자체’라는 표현을 인용하며 “현대의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아바타를 의식하진 못하지만 그 플레이에 대해선 인식한다”면서 “e스포츠에서 보듯 플레이어가 동시에 관전자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임 플레이어는 공간과 시간, 행동의 디테일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할수 있다”면서 “플레이어의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 겉만 보고 게임의 모든 걸 알 수 없듯 플레이어도 마찬가지다. 플레이어의 양상은 무한하다”고 강조했다.
올셋 교수는 현재 한국에서 도입 여부를 논의 중인 게임 질병코드에 어떤 입장이냐는 현장 질문에 “그런 걸 믿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체스만 종일 하는 사람이 있지만 체스 이용 장애란 표현을 쓰진 않는다. 그런 대상은 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아이에게 게임이 큰 즐거움을 줬다면 그 게임이 잘못됐다고 말해선 안 된다. 삶에서 다른 즐거움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게임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 발제를 맡은 윤태진 연세대 교수는 쾌락주의 관점에서 게임 플레이어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윤 교수는 “게임은 즐거움을 빼놓고 얘기하기 어려운데, 이를 뻔하고 당연한 이야기로 생각하기 때문에 연구 대상으로 삼는 사례가 거의 없다”면서 “게임 플레이어가 경험하는 즐거움이 게임 연구의 새 지향점이 됐을 때 게임에 대한 본질적 분석을 넘어 윤리적 담론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될 거로 본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쾌락과 삶의 관계를 정의한 에피쿠로스 등 철학자들의 표현을 인용하며 “쾌락주의에선 즐거움을 그 자체로 선한 것으로 보지만 즐거움을 추구한다고 게임 자체가 선이라고 할 순 없다. 도구적 가치로 봐야한다”고 평가했다. 게임을 통해 얻는 즐거움과 플레이어의 쾌락은 구분되어야 한다는 거다.
또한 윤 교수는 게임이 쾌락을 추구하지만 바람직한 즐거움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가령 즐거움을 추구한다는 명목 하에 폭력, 잔혹성, 사행성, 가학, 혐오를 발산하며 쾌락을 느껴선 안 된다는 거다. 윤 교수는 “게임 플레이의 즐거움은 단순히 감각적 쾌락이나 승리의 기쁨만이 아니라 스토리, 협력, 장의성 등 다양한 요소와 연결되어 있다”면서 “다른 사람을 수단으로 삼는 즐거움을 비판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인의 즐거움에 대한 연구도 물론 계속되어야 하지만, 사회 전체 쾌락의 양을 확대하는 도구로서 연구도 병행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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