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선우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및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이번 개혁안,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연금 본래 목적 살린 점에서 의미 있어”
“재정 안정화 방안 많아…수급연령 상향조정·국고 투입 등도 도입 고려해야”
“일부 대선 후보들이 ‘미래세대 갈취하는 제도’라 호도…완전한 ‘가짜뉴스’”
(시사저널=변문우 기자‧이강산 인턴기자)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월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국민연금은 모두가 겪게 될 '노후'라는 사회적 위험을 나이가 많은 고위험군과 상대적으로 젊은 저위험군이 연대해 대비하는 사회보험 제도다. 이런 공적연금을 '내가 낸 만큼 내가 받아야 한다'는 사적 적금의 개념으로 호도하는 일부 정치인들이 청년들의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
18년 만에 국회를 통과한 연금개혁안을 두고 일부 대권 주자들과 3040 의원들 사이에서 '청년 세대'의 불만을 고리로 공격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을 맡고 있는 강선우 의원은 15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반박했다. 강 의원은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험 제도는 '낼 때는 능력 비례, 받을 때는 소득재분배'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하면서 고령층과 청년층 간의 순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 의원 "국민연금은 비단 청년뿐만 아니라 전 세대에 걸친 문제이다. 가구나 가족별로 살펴보는 것이 더 정확한 이슈다. 청년 이슈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연금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재정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그는 국민의힘이 재정 안정화의 방법으로 연금특위 테이블에 올리려는 '자동조정장치(인구 구조 및 경제 상황의 변화에 따라 연금 수령액과 보험료를 조절하는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연금제도의 성숙도를 고려했을 때 '시기상조'라며 고개를 저었다.
강 의원은 "자동조정장치 도입에 앞서 재정 안정화를 위해 시도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다"고 자신하며 ▲수급연령 상향조정 ▲국고 투입 ▲수익률 제고 ▲보험료율 인상 등을 예로 들었다. 자동조정장치 도입은 재정 안정화 차원에서 수급연령 조정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한 뒤 최후에 고려해 볼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연금개혁안 어떻게 평가하는가.
"이번 합의는 '어떻게 하면 노후 소득을 더 잘 보장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담아낸 첫 개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 1998년에 이뤄진 1차 연금개혁을 시작으로 그간의 연금개혁은 재정 안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연금이 가진 본래의 목적은 '노후 소득 보장'이고 재정 안정화는 그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개혁은 연금의 본래 목적을 살렸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양당 간 합의 과정 막판 당시 조율은 어떻게 이뤄졌나.
"연금개혁 합의 당일(3월20일)에 연금개혁안 합의서 초안을 두고 양당 간 결렬 위기가 있었다. 합의 당일 서명하는 자리에 가서 합의문 초안을 봤는데 내용의 상당 부분이 국민의힘의 언어로 적혀있었다. 원래 보험료율은 향후 8년간 매년 0.5%씩 올려 13%까지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은 43%로 2026년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런데 초안에는 이런 자세한 인상 방법은 안 적혀있고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라고만 명시돼 있었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힘이 주장했던 소득대체율을 2028년도까지 40%로 떨어뜨린 후에, 0.5%씩 6년간 인상하자는 해묵은 주장을 명분으로 복지위에서 다시 또 시간을 끌게 된다 싶었다.
또 국회 연금특위에서 추후 논의될 사항에 수급연령·보험료율 조정 국고 투입 등 여러 재정안정화 조치가 논의될 수 있는데, 자동조정장치 하나만 담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제가 국민의힘 측에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의 자세한 인상 방법과 다양한 재정 안정화 조치에 대한 내용도 합의서에 포함하자'고 요구했다. 그렇게 해서 합의서를 다시 썼기 때문에 모수개혁의 한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연금특위에서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특위 위원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 하지만 저는 자동조정장치는 '최후의 수단'이라 본다. 재정 안정화의 동의어도, 만능열쇠도 아니다. 그전에 도입할 수 있는 게 많다. 해외 사례를 봐도 재정 안정을 위해서 보험료율을 올리다가 더 이상 올리지 못할 때 자동조정장치를 논의한 국가는 있지만 우리나라 보험료율은 아직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도 안 된다.
또 우리나라는 국민연금에 국고의 역할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국민연금공단 운영비 명목의 110억원이 전부다. 그렇기 때문에 보험료율 인상이나 국고 투입 등의 논의를 자동조정장치 도입 전에 선행해야 한다. 이런 조치들을 먼저 해놔야 향후 만약 자동조정장치 도입이 된다 했을 때 공적연금 본연의 취지, 국가가 개인의 노후를 보장한다는 그 취지가 최대한 지켜질 수 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월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한동훈·이준석 등 일부 대선 후보들이 '연금개혁안 수정 혹은 리셋'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후보가 연금개혁안이 발표되자마자 '나이 든 세대들이 꿀을 빨게 되고 젊은 세대들은 손해 본다'는 취지로 주장하더라. 완전한 가짜뉴스다. 이 말이 성립되려면 2026년도부터 적용돼 올라간 소득대체율이 지금 연금을 수급하고 있는 분들한테 다 적용돼야 한다. 그런데 지금 수급을 시작한 국민들은 보험료를 납부할 당시 소득대체율에 따라 연금을 수령하게 되기 때문에 이번 개혁안과 전혀 관련이 없다.
또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미래세대 갈취하는 야합'이라면서 보험료를 657만원 내고 연금액 1억118만원을 수령한 시민의 사례를 제시했던데 이것은 매우 이례적 케이스를 일반적 케이스로 호도한 것이다. 이 후보가 제시한 사례는 '특례노령연금' 제도에서 나온 경우다. 해당 제도는 노령연금 도입 당시 이미 수급 연령을 지나 보험료를 납부할 기회가 없던 소수의 분들을 위해 마련된 한시적 제도였다. 해당 제도를 통해 낮은 보험료율과 높은 소득대체율이 적용됐던 때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적용된 경우가 아주 적었다. 또 해당 시민의 사례는 그중에서도 이례적 케이스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 후보의 주장은 전형적인 '과잉일반화'의 오류인 셈이다."
해당 발언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이런 발언들이 과연 책임 있는 대선 후보들이 할 말인가 하는 생각에 충격을 받았다. 사회보험은 표를 얻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국민들을 위한 길을 만드는 제도다. 그런데 대선 후보들이 사회보험으로 표를 얻으려 하니 왜곡된 주장들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연금개혁안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청년들도 있다.
"이들의 핵심 논거 중 하나는 '재정 고갈'이다. 지금의 20대가 60대로 됐을 때 연기금이 소진돼 연금을 수령할 수 없게 되니 기성세대가 연기금이 있을 때 다 받아 가고 20대는 내기만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연기금 소진과 연금제도의 존립 여부는 관련이 없다. 국민연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많은 국가에서 연기금이 이미 거의 소진됐다. 그런데 소진된 후에도 국고를 투입해 연금을 국민들에게 계속해서 지급하고 있다. 국가는 국민들의 노후를 보장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연기금이 소진돼도 국고 투입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연금제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다른 사회보험제도의 경우는 이렇게 세대 문제로 번지지 않다.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험제도에는 '내가 낸 만큼 내가 받는다'는 은행 적금의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다. '노후'라는 사회적 위험은 모든 사람에게 찾아오지 않나.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험은 위험군들 사이에 자원이 순환하는 형태로 설계돼있다. 건강보험료도 납부하는 청장년층이 많이 하는데 의료서비스는 노년층이 훨씬 많이 받는다. 그런데 건강보험을 청년층에 해악 끼치는 제도라고 하나. 오히려 정규직·비정규직과 같은 노동시장의 계층과 성별 등의 불평등·불공정을 논하는 것이 생산적이다.
'내가 알아서 돈을 모아 내 노후를 알아서 하겠다'며 국민연금 의무가입에 대해 불만이 있으신 분들도 있다. 국가에 비해 국민 개개인은 노후 준비에 있어 근시안적일 수밖에 없다. 그것을 알면서도 국민 노후를 개인의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결정에 맡겨놓는 것은 무책임한 국가의 행태라 생각한다."
3040 의원 일부는 청년들의 부담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이 소득이나 자산이 아닌 태어난 해에 따라 보험료율을 다르게 인상하는 안 등을 내놓으며 논의 구조 자체를 왜곡시켜 버렸다. 그런데 연금이라는 이슈를 떠나 청년 정치인들은 '당사자 정치'를 할 수 있는 집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당사자 정치를 하려면 당사자 캐릭터라는 것이 성별·인종·장애·피부색 등과 같은 '배타성'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청년은 어느 정도 살기만 하면 모든 사람이 거치는 생애 한 기간이기 때문에 배타성이 성립되지 않는다. 그런데 '청년', 즉 '나이'라는 것으로 당사자 정치를 하려고 하니 연금 이슈에 혼동이 발생하는 것이다.
아동수당이나 청년수당 제도 같은 경우 함게 세금을 내고 그 혜택은 주로 청년층에게 돌아가는 것인데 그걸 두고 '중장년층에게 부담 된다'고 하는 정치권의 목소리는 기억나지 않나. 국민연금도 같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연금개혁 과정에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도움 받은 부분이 있나.
"이 전 대표께서도 많이 도와주셨다. 이 전 대표는 '할 수 있는데 미루지 말고 최대한 빨리 하자'는 주의를 강조했다. 또 연금개혁 관련해서 연금의 역사와 특징이나 필요한 장치 등 세세한 부분을 이미 다 알고 있어서 오히려 제가 의지했던 적도 많았다. 정서적으로도 '힘내라'고 많이 말씀해 주셨다."
당에서는 향후 연금개혁 로드맵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연금제도에 출생률 저하와 노동시장 변화 등의 변수를 어떻게 녹여낼지를 논의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노후 보장이라는 큰 우산에 노동시장·출생률 변화·기대수명 증가 등의 변수를 세밀하게 적용해야 한다. 37년 전 연금제가 처음 도입될 때 출생률이 0.5%대까지 떨어질지, AI(인공지능)가 등장할지 예측하지 못하지 않았나. 이런 시대변화를 지체 없이 연금개혁에 녹여내는 것이 첫 번째 숙제다. 그리고 국민들이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도록 만드는 것이 두 번째 숙제다. 국민들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공청회를 여는 등 공론화 작업에 나서야 할 것이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