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우주 인터넷 시대 (上)
[편집자주] 일론 머스크의 저궤도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가 국내 법인 설립 2년여 만에 상용화를 앞뒀다. 영국 '원웹'에 이어 아마존 '카이퍼'도 한국 진출을 준비 중이다. 다가올 6G 시대 저궤도 위성이 핵심 인프라로 떠오르면서 국내 민관군에서도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협력을 모색하는 등 관심이 뜨겁다. 글로벌 저궤도 위성산업의 현황과 미래 시장 전망을 살펴본다.
━
[단독]아마존 '카이퍼' 韓 상륙…글로벌 저궤도 위성 3강 '격돌'
━
아마존은 2022년 저궤도 위성사업 '프로젝트 카이퍼' 일환으로 3개 로켓 발사 업체와 인공위성 발사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아마존 홈페이지
한국이 글로벌 저궤도 위성 사업자 각축장으로 떠올랐다.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에 이어 제프 베이조스의 '프로젝트 카이퍼'도 한국법인을 설립하고 진출을 타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크라이나전에서 스타링크 활약이 컸던 만큼 세계 유일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방위산업 시장을 겨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은 지난해 5월 서울 강남에 아마존카이퍼코리아 유한책임회사를 설립하고 국내 기간통신사업자와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아마존카이퍼코리아의 대표업무집행자는 신화숙 아마존글로벌셀링코리아 대표가 맡았다.
아마존은 스타링크 대항마로 2019년 저궤도 위성사업 '프로젝트 카이퍼'를 시작했다. 10년 내 3236개 저궤도 위성을 발사하기 위해 최소 100억달러를 투자한다. 연내 저궤도 위성 기반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목표다. 아마존에 따르면 프로젝트 카이퍼의 인터넷 속도는 최소 100Mbps(초당 10메가비트)에서 최대 1Gbps(초당 1기가비트)에 달한다.
아마존카이퍼코리아는 아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회신 설비 미보유 기간통신사업자 신청을 하지 않았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국외 사업자가 국내에서 기간통신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국내 기간통신사업자와 국경간 공급 협정을 체결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에 스타링크는 2023년 스타링크코리아를 설립하고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했다. 현재 과기정통부는 미국 본사인 스페이스X와 스타링크코리아의 국경간 공급 협정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이다.
다만 글로벌 저궤도 위성업체가 국내 진출하기 위해 반드시 한국법인을 설립하거나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해야 하는 건 아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국경 간 공급 승인은 국내외 사업간 서비스 공급 계약을 승인하는 것"이라며 "한국법인이 없어도 국내 기간통신사업자와 계약을 맺고 승인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세계 유일 분단국가 韓, 저궤도 위성통신 신시장"
현재 과기정통부는 스타링크와 원웹의 국경 간 공급 협정을 심사 중이다. 아마존까지 포함해 글로벌 저궤도 위성 3강이 모두 한국에 도전장을 낸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저궤도 위성의 군사적 중요성이 커진 영향으로 본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는 '상용 저궤도 위성 통신의 군사적 활용 방안'에서 "지상 통신망과 정지궤도 위성통신으로는 미래에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다양한 무기체계의 통신 요구량과 초연결성을 만족시키기 어렵다"며 "저궤도 위성통신은 미래 군의 초연결을 보장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저궤도 위성업체는 휴전국이라는 한반도의 특수성에 주목한다"며 "남북한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면 통상적으로 위성 수요가 증가한다. 우크라이나전에서 실시간 통신의 중요성이 입증된 만큼 저궤도 위성에 대한 군의 수요가 높을 것으로 본다"고 귀띔했다.
한편 아마존카이퍼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법인을 설립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한국 진출 계획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미래권력' 우주인터넷을 잡아라…세계 각축전
━
/그래픽=김지영
저궤도(LEO)위성 기반 인터넷 시장을 둘러싼 패권 다툼은 2020년대 들어 격화하고 있다. 스타링크를 상용화한 미국 스페이스X를 유럽 유텔샛원웹과 미국 아마존이 추격하는 '빅3' 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유럽연합(EU)·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민간기업과 정부가 따라붙을 기회를 노린다.
1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은 오는 28일(현지시각) 저궤도 통신위성 '카이퍼' 27기가 실린 미국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 로켓 '아틀라스V'의 발사를 시작으로 위성통신망 구축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첫 위성인터넷 서비스를 개시할 시점은 올 연말로 예고했다.
아마존의 시험위성 2기는 2023년 10월 발사돼 한 달여 만에 작동시험을 통과했다. 이 위성들은 4K 동영상 스트리밍과 양방향 영상통화를 구현했다. 아마존은 "앞으로 수년간 아틀라스V를 7차례 발사하고, ULA의 더 큰 로켓 '벌컨 센타우르'를 38차례 발사할 것"이라며 "아리안스페이스·블루오리진·스페이스X 등 다른 발사업체를 통해 30차례 이상의 발사도 계획했다"고 밝혔다.
카이퍼 1세대 위성의 발사 목표수량은 3200여기다. 이를 위해 아마존은 100억달러(14조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기업·기관 고객 중심으로 먼저 위성인터넷 사업을 전개한 유텔샛원웹은 650여기 규모 저궤도 위성군을 보유 중이고, 1위 사업자 스페이스X는 이미 6700여기에 달하는 위성군을 구축해 전 세계 5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스페이스X가 스타링크 구축에 들인 돈 역시 수백억달러대로 알려졌다.
/그래픽=윤선정
조 단위 '빅 베팅'이 잇따르는 배경엔 위성 인터넷 사업을 향한 장밋빛 전망이 자리한다. 저궤도위성(고도 300~2000㎞)의 지연율은 약 0.025초로 정지궤도위성(고도 3만6000㎞·0.5초)을 압도하고, 해저 광케이블(0.07초)보다도 우수하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저궤도위성 기반 통신 시장의 규모가 지난해 1933억달러(276조원)에서 2040년 4120억달러(589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 차원의 투자도 민간기업에 못지않다. 유럽연합(EU)은 2027년까지 저궤도위성 264기와 중궤도(MEO·고도 2000~3만6000㎞)위성 18기로 통신망을 구축하는 데 106억유로(17조원)를 투입하는 '아이리스2' 사업을 지난해 말 발표했다. 중국은 2035년까지 저궤도위성 1만3000개를 발사하는 '궈왕(국가망)' 사업에 착수, 지난해 12월 첫 위성군 발사에 성공했다. 올 초 들어선 신형 중저궤도 임무용 로켓 '창정 8A' 발사도 마친 상태다.
인프라 통제권이 사회 전반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통신 분야의 특성은 각국 정부가 위성 인터넷의 향방에 눈길을 떼지 못하게 한다. 기지국 소재지의 규제 영향을 강하게 받는 지상 통신과 달리, 위성통신은 운영사가 허용하기만 하면 단말 사용자가 어느 곳에서나 정부의 허락 없이 통신망에 접속할 길이 열리는 터다.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스타링크를 야전통신망으로 활용한 우크라이나군은 위성 인터넷의 지정학적 영향력을 증명한 사례다. 또 스타링크는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미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입각하면서 '우크라이나군 통신 지원 중단설'을 유발한 사건을 계기로 특정 통신망 의존이 국가적 불안을 낳을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윤지혜 기자 yoonjie@mt.co.kr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