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인터뷰
“국민이 요구하는 시대정신은 경제와 통합”
“집무 시작 세종에서…4년 중임제 개헌해야”
“대통령실 축소…‘청와대 정부’ 오명 벗어야”
“기본소득 아닌 기회소득…더많은 기회 중요”
“계파나 조직은 없다...국민이 계파이자 조직”
“美 출장? 생사기로의 업계 위해 美와 소통”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6일 서울 여의도 대선캠프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양근혁·안대용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제21대 대통령 후보를 가리는 레이스가 충청에서 막이 올랐다. 첫번째 순회 경선지인 충청은 대표적인 스윙보터로 꼽히는 지역으로, 경선후보들은 충청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공들인 정책들을 제각각 내놓고 있다. 충청은 대선 때마다 대망론이 거론되는 곳이기도 하다.
김동연 경선후보는 3명의 민주당 주자 중 유일한 충청 출신이다. 김 후보는 순회 경선이 시작되자 다른 후보들보다 먼저 고향을 찾아 민심 잡기에 나섰다.
16일 충청행 직전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 경선 캠프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난 김 후보는 “세종을 명실상부 행정수도로 만들고, 대법원과 대검찰청도 충청으로 옮겨 실질적 천도를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종에서 집무를 시작하는 첫 대통령이 되겠다”며 “3년으로 임기를 단축해 다음 대통령을 뽑도록 하고, 이를 완수한 후 표표히 물러나고 싶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충청권 공약으로 ▷대통령실·국회 세종 완전 이전 ▷대법원·대검찰청 충청 이전 ▷개헌을 통한 행정수도 제도화 ▷충청권 대기업도시 3개 및 특성화대학 3개교 조성 ▷충청권 초광역 교통망 구축 등을 약속했다.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인지.
▶지금 국민들이 요구하는 시대정신은 ‘경제’와 ‘통합’이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내란과 탄핵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을 해소해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다.
민생경제가 도탄에 빠졌다. 윤석열 정부의 역주행에 더해 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인해 국정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고, 대외적으로는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겹쳐 총체적인 위기다.
국민통합을 위해서는 정치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다음 대통령은 여야 뿐만 아니라 모든 계층을 끌어안는 폭넓은 정치와 국정운영을 해야 한다.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헌을 추진하되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3년으로 줄이는 자기희생적 개헌을 결단해야 한다. 대통령실 인력의 경우 외교안보 분야를 제외하면 직원이 현재 500여명에 이르는데 이를 100명 수준으로 줄여 ‘청와대정부’의 오명을 벗어야 한다. 기획재정부와 검찰은 해체 수준으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왜 김동연인가. 김동연은 어떤 정치인인가.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경제’, ‘통합’ 그리고 ‘글로벌’ 능력에서 장점과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17년 탄핵 후 경제재건까지, 지금의 경제위기를 해결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
또 글로벌 경제외교를 직접 경험하고 주도한 유일한 현역 정치인이다. 트럼프 1기 정부 때는 경제부총리로서 한미FTA와 환율을 놓고 세 차례 협상을 벌여 국익을 보호하는 실질적 성과를 만들었다. 대통령이 돼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협상 경험, 국제적인 인적 네트워크와 신뢰를 기반으로 급변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우리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소년시절을 판잣집과 천막에서 보낸 ‘흙수저’ 출신이다. 정치적 계파도, 조직도 없다. 나라와 경제를 걱정하는 국민이 저의 계파이자, 조직이다. 그래서 국민통합에 더욱 적합한 후보라고 자부한다.
-민주당 대선 경선 규칙과 관련된 논란이 있었다. 불출마도 고려했었는지.
▶어떠한 경우에도 불출마를 고려하지는 않았다. ‘김동연 호’는 이미 출항했다. 비바람, 설령 태풍이 분다고 회항할 수 없다는 마음이었다. 노무현-문재인을 만든 국민경선을 버린 것은 명분도 없고, 민주당스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이미 경선에 뛰어든 마당에 지나간 일에 대해 더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밭을 탓하지 않는 농부의 마음으로 국민만 의지하며 지지를 호소하겠다.
-대선 때마다 ‘충청 대망론’이 거론된다. 민주당 경선에 뛰어든 3명의 후보 중 유일한 충청 출신이다. 첫 번째 순회 경선 지역인 충청 겨냥 전략은.
▶유일 충청 후보로서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저를 이렇게 키워주신 우리 충청인들께 늘 감사하다. 저는 충북 음성에서, 제 아내는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어머니 고향은 충북 진천이다.
대통령이 된다면 첫날 집무를 세종에서 보겠다. 세종에는 이미 대통령 제2집무실과 국무회의실이 있다. 저는 부총리 때 그 국무회의실에서 국무회의에 여러 번 참석했다. 서울에 있는 국무회의실과는 화상으로 소통했다. 그래서 당시 세종에서는 제가 좌장이었다. 많은 분들이 세종 대통령실 이전 이야기를 하면 ‘정치적 구호일 뿐’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시는데, 그렇지 않다.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제가 세종의 사정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드리는 약속이다.
대통령 수석실 폐지도 필요하다. 지금의 대통령실은 비대하다. 현재의 대통령실이 다 (세종으로) 내려 가는 것은 수용이 안 될 것이다. 저는 이미 대통령실을 ‘슬림(Slim)화’하겠다고 밝혔다. 제7공화국 개헌의 요체는 분권형 대통령제다. 대통령은 책임 총리, 책임 장관과 함께 국정 운영을 하면 된다.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6일 서울 여의도 대선캠프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이른바 ‘이재명 대세론’을 당내 경선에서 깰 비책이나 전략이 있는지.
▶김동연은 점점 더 세진다. 반드시 돌풍을 만들어내겠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 아니라 ‘어대국’이다. 대통령은 국민이 뽑는 것 아니겠나.
일부 당원 동지들과 국민들이 이번 경선 흥행의 빨간불을 걱정하신다. 제가 반드시 국민과 함께 파란불을 켜겠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제게 계파나 조직은 없다. 하지만 나라의 미래를 염려하는 국민이 저의 계파이고, 경제를 걱정하는 국민이 저의 조직이다.
-‘기회소득’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재명 후보가 지난 대선에서 공약한 ‘기본소득’과 어떻게 다른가.
▶저는 ‘기회소득’을 일관성 있게 주장해왔다. 기본소득이 무조건적, 무차별적으로 현금을 주는 것인데 반해, 기회소득은 우리 사회에 가치를 창출하는데도 불구하고 시장의 인정을 받지 못한 한정된 집단을 지원하는 것이다. 대상은 장애인·돌봄 종사자·예술인·체육인 등으로 좁고, 대부분 한시적이다.
‘기본소득’은 누구에게나 무차별하게 주는 것으로 포퓰리즘으로 변질될 수 있다. 지금 우리 국민에게, 특히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기회, 더 고른 기회, 더 나은 기회이다.
-대통령 4년 중임제로 권력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입장인데, 개헌과 관련한 의견을 들려달라.
▶87년 체제는 수명을 다했다. 40년 가까이 지속된 제왕적 대통령, 승자독식의 87년 체제를 종식하고 제 7공화국의 문을 열어야 한다.
권력구조와 관련해서는, 분권형 대통령 4년 중임제로 헌법을 개정해야한다. 다음 대선을 2028년 총선과 함께 치러,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4년마다 국민들로부터 평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임기를 3년만 수행하겠다. 개헌을 위해 5년 임기 중 2년을 희생하겠다는 결단의 의미다.
대선이 끝난 이후에 개헌문제를 처리하겠다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 과거에 우리가 여러 차례 경험한 바가 있지 않나. 그래서 이번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이 개헌 문제에 대해서 분명히 입장을 밝히고, 국민과 소통하고 관철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헌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대선과 함께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한 원포인트 개헌을 하고 지방선거 때 2차 개헌을 할 수도 있다. 아니면 후보들이 개헌 약속을 분명히 하고, 당선된 후보는 그 약속을 지키는 식으로 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개헌을 하려는 마음이 없으면 방법이 보이지 않고, 방법이 보여도 외면하게 된다.
개헌으로 대한민국을 완전히 새롭게 만드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싶다. 그리고 3년으로 임기를 단축해서 다음 대통령을 뽑도록 하고, 이 일을 완수한 후 표표히 물러나고 싶다.
-자동차 완성차 3대 회사(GM, 포드, 스텔란티스) 소재지인 미국 미시간주 출장길에 출마 선언을 했다.
▶대선 출마 선언 직후 2박4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선거운동 기간을 줄여가면서까지 그런 결정을 한 것은 그만큼 우리 자동차 부품업계가 처한 현실이 위중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트럼프 관세의 직격탄을 맞아 생사의 기로에 놓였는데 중앙정부는 손 놓고 있고, 미국 정부나 업체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 마저 찾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업계가 위기에 처하면 우리나라 경제 전체로 파급될 것은 뻔한 일이다. 그래서 방미를 결정한 것이다. 그레첸 위트머 미시간 주지사와는 협의 결과 4가지 사항의 합의에 이르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민주당이 최근 성장과 분배에 있어 성장을 더 우선시 하는 기류를 보이고 있다. 입장을 들려달라.
▶‘성장을 통한 분배’를 강조하는 논리가 있는데 이는 옛날 얘기에 불과하다. 저는 20년 전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 장기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비전 2030’을 만들 때 동반성장을 제시한 바 있다. ‘성장을 위해 분배문제도 같이 가야 한다’는 내용이다. 성장률에 집착하다 보면 장기적으로 질 높은 성장을 이룰 수 없고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 지금이 딱 그 모양이다.
성장은 지속가능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회경제 빅딜’을 제안한다. 대한민국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 계층간, 또는 많은 그룹 간의 빅딜이 필요합니다. 기업, 근로자, 정부간 빅딜이 필요하다. 기업과 근로자가 일자리 제공과 노동 유연성을 놓고 서로 타협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하고, 정부는 규제완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6일 서울 여의도 대선캠프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아파트 관리비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내놨다. 또 경선을 앞두고 청년 정책도 강조하고 있다. 여러 정책 중 이 분야에 무게를 실은 이유는.
▶신재생 에너지 활용, 에너지 거래, 인공지능 기술 도입 등을 통해 전기 및 냉난방비를 줄이면 공동주택 관리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 경기도는 2040년까지 단계적으로 도내 공공주택·택지기구 등 신축아파트 80만호를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경기도민 4명 중 3명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이렇게 관리비를 줄여나가다 보면 관리비 제로 아파트가 될 수 있다.
효율 높은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활용하면 관리비에 비중이 큰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고, AI 등 첨단기술로 유지관리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친환경 에너지를 판매해 거두는 수익을 관리비로 활용토록 한다면 관리비 제로가 어렵지만은 않다.
청년정책으로는 2035년까지 모병제 완전전환, 대학등록금 무이자 후불제, 비정규직으로 7년 근무한 청년에게 6개월 유급휴가 지급(근로시간 저축제도) 등을 약속한 바 있다. 병역과 학비, 취업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자는 취지다. 현재 대한민국이 마주하고 있는 많은 난제들은 결국 청년이 나서야 해결될 수 있다.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이 절실하다.
-국민의힘이 유연근로제를 통해 ‘주 4.5일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대선 공약으로 내놨다. 이에 대해 “이름만 같다고 다 같은 ‘주 4.5일제’가 아니다. 이미 경기도는 ‘임금 삭감 없는 주4.5일제’ 시범 사업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제시한 주 4.5일제는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1시간 더 근무하고 금요일에는 오전만 근무한다는 내용이다. 근로시간 총량에는 변함이 없이 근로시간대를 옮기는 방식이다. 국민을 우롱하는 조삼모사(朝三暮四), 하석상대(下石上臺)에 불과하다. 가짜 4.5일제라고 할 수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 8월 주 4.5일제 도입을 예고한 데 이어 올해 5월 시범사업을 시작하기로 하고 현재 기업들로부터 접수를 받고 있다. 주 4.5일제 유형은 격주 주 4일제, 주 35시간제, 매주 금요일 반일 근무 등 3가지다. 임금삭감은 없다.
여러 후보와 정당들이 주 4.5일제와 관련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으나, 경기도는 이미 근로자의 삶의 질 및 기업생산성 제고를 위해 주 4.5일제를 시범운용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를 통해 정책효과를 검증해 나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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