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핵심 계열사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카카오 택시. 연합뉴스
카카오 계열사 카카오모빌리티(카모) 2대 주주인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 지분 매각을 시도하자 카카오 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외부 재무적 투자자(FI) 간 계약 조건에 회사 최대주주(카카오)가 뒤바뀔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최근 잇따른 계열사 매각·분사 문제로 카카오 내부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내 사모펀드 브이아이지(VIG)파트너스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유력 후보로, 티피지와 지분 거래 협상이 조율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브이아이지파트너스 컨소시엄은 단순 재무적 투자자로서의 지분 인수를 넘어 카카오 지분을 포함한 50% 이상의 경영권 확보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카모의 최대주주는 지분 57.2%를 보유한 카카오다. 그밖에 미국 사모펀드인 텍사스퍼시픽그룹(TPG·지분 23.03%)과 칼라일(6.17%) 등이 주요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브이아이지파트너스 컨소시엄은 티피지 등이 보유한 소수 지분에 카카오의 일부 지분을 더해 40% 이상의 지분을 2조원대 중후반 가격에 인수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카모 쪽은 이번 지분 거래에 대해 “재무적 투자자들 간 거래로, 카카오의 경영권 매각은 고려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유영중 카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사내에 “아직 구체적인 거래 조건 등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이후 변화되는 사안들이 있을 경우 크루(직원)들에게 추가적으로 공유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노조는 “주주 간 특정한 옵션 계약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카모가 계약일로부터 3년 안에) 기업공개(IPO)를 못하거나 그와 같은 조건이 될 경우 브이아이지파트너스 컨소시엄에 경영권을 넘기게 될 것이란 언론 보도가 실제 딜(거래)과 일치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브이아이지파트너스 컨소시엄은 카모의 기업공개에 따른 기대수익을 바라보고 2조원대의 돈을 투자하는 것인데, 상장 실패 리스크를 고려해 최대주주인 카카오의 보유 지분 일부를 브이아이지파트너스 컨소시엄에 넘겨주는 약정이 있다는 게 노조 쪽 설명이다. 이 경우 브이아이지파트너스 컨소시엄이 50% 이상 지분을 확보해 회사에 대한 지배권 및 경영권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김범수 창업주의 사법 리스크를 포함해 카카오를 둘러싼 대부분 문제는 사모펀드의 입김에서 비롯한 것”이라며 “(지배구조 개선 등) 사모펀드의 긍정적 기능도 있겠지만, 카카오의 경우 그 영향력이 너무 과도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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