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 컨소시엄, 美 미주리대에 연구용 원자로 수출 계약 체결
원자력연 독자 기술 등 고평가…1단계 초기 사업은 142억 규모로
"연구로 수출, 한미 과학 동맹 견고함 보여줘…민감국가 해제 총력"
[서울=뉴시스]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한국원자력연구원·현대엔지니어링·MPR 컨소시엄은 미국 미주리대학교가 국제 경쟁입찰로 발주한 '차세대 연구로 사업(NextGen MURR 프로젝트)'의 첫 단계인 초기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은 원자력연이 운영 중인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의 모습. 과기정통부는 하나로 운영 등 원자력연의 풍부한 경험이 계약 체결 성공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사진=원자력연 제공)
[서울=뉴시스]윤현성 심지혜 기자 = 우리나라가 원자력 기술 종주국인 미국에 '연구용 원자로(연구로) 설계' 수출 계약을 맺었다. 미국의 도움을 받아 원자력 기술 개발을 시작한 지 66년 만에 역수출하는 새역사를 썼다.
최근 미국 에너지부(DOE)의 민감국가 지정으로 한미 과학기술 협력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 가운데, 정부는 이번 수출 성과를 두고 "한미 과학기술 동맹 관계가 훼손될 일은 없다는 미국 측 입장을 실질적으로 확인한 것"이라고 낙관을 표했다.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한국원자력연구원·현대엔지니어링·MPR 컨소시엄은 미국 미주리대학교가 국제 경쟁입찰로 발주한 '차세대 연구로 사업(NextGen MURR 프로젝트)'의 첫 단계인 초기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미주리대의 MURR은 고농축우라늄 연료를 사용하는 출력 10MWth(메가와트) 규모의 연구로로, 주로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생산하는데 활용된다. 미국 내 연구로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에 해당한다.
이렇게 생산된 동위원소는 암환자들을 위한 방사성 치료 등에 활용된다. MURR은 1966년 가동을 시작해 노후화된 상태인데, 미주리대는 동위원소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차세대 연구로 건설 사업을 지난 2023년 공고했다.
연구용 원자로(연구로) 개념도. (사진=원자력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주리대가 꼽은 차세대 MURR의 핵심 조건은 출력을 20MWth 수준으로 2배 높이고, 원자로 성능의 핵심 지표인 최대 열중성자속을 기존 MURR의 4x10¹⁴n/㎠/sec에서 5x10¹⁴n/㎠/sec로 약 20% 개선하는 것이다.
원자력연 컨소시엄은 지난 7월 최종협상 대상자로 선정됐고, 이번에 최종 계약을 체결하면서 1단계인 초기 설계 사업에 착수했다.
이번 계약 체결 성공에 대해 과기정통부와 원자력연은 그간 연구로 분야에 대한 정부의 꾸준한 투자를 바탕으로 일군 높은 기술력과 그간 다른 나라에서도 연구로 건설 사업을 수행한 경험, 원자력 사업 경험이 많은 현대엔지니어링과 미국 MPR과의 협력이 주효했다고 자평했다.
특히 원자력연에서 개발한 세계 유일의 고성능 연구로 핵연료 기술이 사업 수주의 핵심 기술 요인이었다. 이 기술은 우라늄 밀도가 기존보다 높아 연구로 성능 향상 및 높은 수준의 핵확산 저항성 보유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에 설계 수출 계약을 맺은 연구로의 경우 우라늄 사용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고밀도 우라늄을 통해 효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우리나라 컨소시엄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게 원자력연의 설명이다.
다만 이번 계약은 사업 초기 단계(1단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컨소시엄은 미주리대와 함께 설계 요건 등을 설정하고 부지 조사·환경영향평가 등을 진행하게 된다.
이같은 1단계에 약 2~3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 사업 2단계인 개념설계·기본설계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고 추가 계약을 진행해야 한다. 아직 우리나라가 최종적으로 모든 사업을 수행하는 것이 확정되진 않은 셈이다. 현재 1단계 사업 규모는 1000만 달러(약 142억원) 수준으로 추산되며, 미주리대가 밝힌 차세대 MURR 사업의 전체 사업비 예상 규모는 10억 달러(약 1조4201억원) 수준이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최종 협상 대상자로서 계약을 한 것은 1, 2단계가 다 포함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며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우리나라 컨소시엄이 2단계까지 간다고 할 수 있고, 그렇게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주리대의 MURR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연구로가 노후화되고,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수요 증가에 따라 연구로 수출 시장 규모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전세계 54개국에서 227기의 연구로가 운용되고 있는데, 현재 가동 중인 연구로 70% 이상이 40년 이상 노후 연구로로, 향후 20년간 50기 정도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연구로 수출을 촉진하고 연구로 관련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연구로 수출 전략성 강화 ▲민관협력형 수출기반 조성 및 기술 고도화, ▲국제협력을 통한 수출 기회 확대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서울=뉴시스]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이 미주리대 차세대연구로(NestGen MURR) 초기설계 사업을 수주했다. (사진=원자력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이번 연구로 수출 계약 성과를 두고 과기정통부와 원자력연은 미국의 민감국가 지정 이후에도 한미 과학기술 협력이 차질없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이창윤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민감국가와 관련해서는 범정부적으로 지정 해제를 위한 교섭활동을 적극 추진 중이다. 민감국가 지정으로 인해 한미 과학기술 동맹 관계가 훼손될 일은 없을 것이라는 미국 측 입장도 지속적으로 말씀드려왔다"며 "이번 수출 성과도 이같은 미국의 입장을 실질적·구체적으로 확인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외에도 현재 한미 간 과학기술 협력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연구로 수출 외에도 원자력연과 DOE 산하 연구소 간 연구 협력 MOU(양해각서)가 체결됐고, 양 기관 간 공동 연구도 이달 중 신규 착수 예정"이라며 "원자력 뿐 아니라 핵융합, 바이오, 이차전지 등 분야에서 우리 출연연과 DOE 산하 국립연구소와의 공동연구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수출 계약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주한규 원자력연 원장 또한 민감국가 지정이 한미 과학기술 협력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주 원장은 "민감국가 지정이 지난 15일 발효됐는데 그 전후로 원자력연이 DOE 산하 연구소와의 MOU 체결, 연구로 수출 계약 체결 등을 진행했다"며 "미국 현지에서는 민감국가 지정이 전혀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있는 수준이다. 국내에서 민감하게 우려하는 것 만큼 지장이 있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을 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sim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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