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곤충을 닮은 마이크로로봇인 '로보비(RoboBee)'에게 각다귀의 착륙법에서 영감을 받은 착륙 장치를 장착했다. Harvard Microrobotics Laboratory 제공
미국 하버드대가 자체 개발한 마이크로로봇 '로보비(RoboBee)'에게 안전한 착륙 장치가 장착됐다. 길고 얇은 다리 때문에 '거대 모기'라는 별명이 있는 곤충 각다귀에게 영감을 받았다.
로버트 우드 하버드대 마이크로로봇연구소 교수팀은 각다귀의 착륙 방법에서 영감을 받은 안정적인 착륙장치를 개발하고 로보비에 장착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1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공개됐다.
2013년 처음 개발된 로보비는 무게가 약 0.1그램, 날개 길이가 3센티미터에 불과한 마이크로로봇이다. 날개를 1초에 120번까지 펄럭이며 비행한다. 선행 연구에서 로보비는 곤충처럼 날거나 잠수하고 공중에서 제자리에 떠 있는 호버링(hovering) 능력까지 보여줬다. 지난해에는 공중에서 수평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요잉(yawing) 비행에도 성공했다.
로보비는 작고 가벼운 몸체 때문에 안전한 착륙이 어렵다는 것이 과제였다. 지면 가까이에서 날개를 펄럭이면 공기의 와류가 생겨 착륙이 불안정해졌다. 연구팀은 "그동안 착륙을 위해 지면에서 약간 떨어진 위치에서 전원을 꺼 떨어뜨리면서 안전하게 착륙하기를 기도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몸에 비해 다리가 긴 곤충인 각다귀에서 영감을 얻었다. 며칠에서 몇 주 정도로 짧은 성충 시기 대부분을 이착륙에 할애하는 각다귀는 긴 다리가 지면에 착지할 때 충격을 완화한다. 로보비의 몸체와 날개 비율이 각다귀와 유사하다는 것도 각다귀를 고른 이유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제1 저자인 현낙승 미국 퍼듀대 교수는 "비행체의 성공적인 착륙은 충돌 전 표면에 접근하는 속도를 최소화하고 충돌 후 에너지를 빠르게 소멸시키는 데 달려 있다"고 말했다. 현 교수는 연구가 진행될 당시 하버드대 마이크로로봇연구소 박사후연구원이었다.
연구팀은 각다귀처럼 긴 다리 세트를 만들어 로보비가 바닥에 착륙할 때 감속을 도와 완만하게 착지할 수 있도록 돕는 착륙 장치를 개발했다. 다양한 구조의 다리 프로토타입을 제작한 뒤 다리 분할 비율과 관절 위치가 각다귀와 유사한 디자인으로 결정했다.
실험 결과 새로운 착륙 장치를 부착한 로보비는 단단한 바닥뿐 아니라 가볍고 흔들리기 쉬운 식물의 잎 위를 건너다닐 때도 안정적으로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로보비는 곤충을 닮은 작은 크기와 비행 능력 덕분에 향후 환경 모니터링과 재난 감시 분야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식물의 인공 수분도 잠재적 활용 분야로 꼽힌다.
연구팀은 "로보비는 생물학과 로봇공학의 접점을 탐구할 수 있는 훌륭한 플랫폼"이라며 "곤충의 생물학적 영감은 로봇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무수한 방법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126/scirobotics.adq3059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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