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방송·문화]
마리아 칼라스의 마지막 일주일 담아
열정과 고고함 잃지 않는 모습 조명
안젤리나 졸리 혼신의 연기로 갈채
안젤리나 졸리는 영화 ‘마리아’를 위해 7개월간 보컬 훈련을 받으며 스크린 위에 마리아 칼라스를 소환했다. 졸리는 혼신의 연기를 펼치며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 등에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판씨네마 제공
“예술을 위해 살고 사랑을 위해 살았습니다. 드러나지 않는 손으로 주변의 불행한 일들을 도와주려 했습니다. 언제나 참된 마음으로 나의 기도를 거룩한 성전에 올렸습니다. 어찌하여 주님이여, 내게 이렇게 보상을 하시나요.”
죽음을 앞둔 마리아 칼라스(안젤리나 졸리)가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중 ‘예술을 위해 살고, 사랑을 위해 살고’를 부른다.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대체불가의 프리마돈나 ‘라 칼라스’로 화려한 삶을 산 그녀지만 말년은 초라하고 쓸쓸했다. 프랑스 파리의 아파트에서 가정부, 집사와 개 두 마리를 가족으로 삼으며 외로운 시간을 보내던 칼라스는 노래로 세상에 이별을 고했다.
칼라스의 마지막 일주일을 그린 영화 ‘마리아’(포스터)가 오는 16일 개봉한다. 영화는 50대의 칼라스가 우울증, 불면증 등에 시달리며 자신에게만 환영으로 보이는 방송국 기자에게 지난 삶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판씨네마 제공
음악이 인생의 전부였고, 무대가 존재의 이유였던 칼라스는 목 상태가 악화해 무대에 오르지 못한다. 그러나 “다시는 무대에 서지 않겠다”고 말하면서도 칼라스는 텅 빈 극장에서 피아니스트와 함께 비밀리에 노래를 연습하며 재기를 꿈꾼다.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 달라는 칼라스의 부탁에 가정부는 녹음기를 켜지만 예전과는 다른 목소리에 할 말을 잃는다.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전기 영화 ‘스펜서’(2022),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를 그린 ‘재키’(2017) 등을 연출한 파블로 라라인 감독은 이번 영화를 발표하며 현대사의 상징적인 여성들을 그려낸 3부작을 마무리했다. 라라인 감독은 끝까지 노래에 대한 열정과 고고함을 잃지 않는 예술가의 면모를 지닌, 여전히 아름다운 칼라스의 모습을 조명한다.
전성기 시절 칼라스의 빛나던 모습과 옛 팬들의 칭찬을 받기 위해 노천 카페에 일부러 나가 앉아있는 쓸쓸한 현실을 교차하는 편집은 ‘한 때의 영광’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보여준다. 인물의 내면을 파고드는 연출뿐만 아니라 에펠탑, 튈르리 정원 등 빈티지 렌즈와 필름으로 수려하게 담아낸 파리의 명소가 관객들의 눈길을 끈다. 칼라스의 취향이 반영된 그녀의 생활 공간은 자료를 토대로 복원했다.
영화는 칼라스에게 깊은 우울증을 안겨 준 연인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할루크 빌기네르)와의 이야기도 풀어낸다. 세계적인 부자였던 오나시스는 젊은 시절의 칼라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10년 넘게 연애하지만, 칼라스를 버리고 케네디 대통령과 사별한 재클린 케네디와 결혼한다.
‘보헤미안 랩소디’(2018), ‘레미제라블’(2012) 등에 참여한 존 워허스트 음악감독은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 중 ‘정결의 여신’,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 중 ‘아베 마리아’ 등 영화에 담긴 곡들을 칼라스의 목소리와 졸리의 목소리를 섞어 관객들에게 들려준다.
졸리는 7개월 동안 보컬 훈련을 받으며 마리아의 예술 인생을 스크린에 펼쳤다. 영화 후반부 칼라스가 아파트 창밖을 향해 생의 마지막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다. 졸리는 “인생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으며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크리틱스초이스 시상식 등에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러닝타임 123분, 15세 이상 관람가.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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