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쏘시오그룹 텔레그램 채널 갈무리]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오늘 뉴스는 담당자 숙취로 쉽니다…힝 속았징”
지난 1일 동아쏘시오그룹이 텔레그램에서 운영하는 PR/IR 공식 채널에 올라온 깜짝 ‘만우절 개그’에 다양한 반응이 터져나왔다.
채널 운영자도 이를 의식한 듯, 굴하지 않고 이튿날 멘트를 올렸는데, 이 역시 뒷목을 잡게 만든다.
“저 어제 나름 좋은 개그였는데 반응이 넘 싸해서 상처에는 역시 ‘스킨가드’”
‘스킨가드’는 동아제약의 대표 패치 제품으로, 이 와중에 자사 제품 홍보도 빼놓지 않은 것.
채널 구독자들과 홀로 밀당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웃게 되는데, 묘한 중독성에 다음 멘트가 기대되기까지 한다.
업계에서 “도대체 동아쏘시오그룹 텔레그램 채널 담당자가 누구냐”는 질문이 쏟아지는 이유다.
[동아쏘시오그룹 텔레그램 채널 갈무리]
동아쏘시오그룹 텔레그램 채널은 ‘엄근진’(엄격·근엄·진지)을 벗고 젊은 감성으로 무장했다. 전통 제약사가 가지는 보수적인 이미지를 탈피한 것이다.
“화요일은 화요 먹는 날인가?”, “내 일주일은 6일이야, 널 기다리다 ‘목’이 빠졌거든” 같은 멘트도 당당하게 올린다.
친절함까지 가미했다.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제약·바이오 분야 기사를 한 줄로 요약한 설명을 통해 친근하게 접할 수 있다.
일례로 동아에스티가 자회사 메타비아를 통해 개발 중인 비만치료제 신약 후보물질 ‘DA-1726’이 언급된 기사에 대해 “더 먹어도 더 빠지는 비만 치료제 후보”라고 직관적으로 설명한다.
동아제약 OTC(일반의약부) 사업부 제품을 소개한 기사에 대해서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써보면 다르다니까요~”라고 애정을 가득 담아 소개한다.
[동아쏘시오그룹 텔레그램 채널 갈무리]
회사 제품에 대한 자부심과 구독자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하는 친절함, 느닷없는 개그로 밀당까지 하는 이 잔망스러운 채널 운영자가 90년대 혹은 00년대생일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했다.
그러나 수소문 끝에 찾아낸 채널 담당자의 정체는 ‘반전’이었다.
“정체를 안 밝히려고 했는데 오늘 들통났네요”라는 첫 마디의 주인공은 85년생 소재현 동아쏘시오그룹 커뮤니케이션실 책임매니저다.
그는 “제가 공개되면 텔레그램방과 매칭이 안될 것 같아서 그동안 숨겨왔다”라며 쑥쓰럽게 웃었다. 실제 잔망스러운 멘트, 이에 맞는 이모티콘까지 붙이는 아기자기한 멘트와는 대조적인 낮은 중저음의 소유자다.
소 책임은 지난 2월 동아쏘시오그룹이 공식 텔레그램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이를 전담하고 있다. 장이 열리기 전 자사의 주요 기사를 한눈에 훑을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게 첫 시작이었다.
그는 14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대부분 회사의 채널이 공시나 보도자료를 전달하는데,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관심이 안 갈 수도 있고, 경직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예를 들어 동아제약의 ‘벳풀’(반려동물 브랜드)이라고 하면 처음 보는 사람은 잘 모를 수 있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하려고 생각했다”며 “한 번에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하려는 방법을 고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즈 원빈이 EXO 수호에게 박카스맛젤리를 설명하는 모습. [유튜브 출장십오야 갈무리.]
최근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텔레그램 채널을 운영하는 것은 빠르게 정보를 수용하는 젊은 주주들이 많아진 것도 한몫한다. 동아쏘시오그룹 채널은 자사가 공식적으로 배포한 보도자료를 공유하는 차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보도자료로 소개하지 못하는 내용도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전달하고 한다.
소 책임은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소스를 알게 될 때 별도의 자료를 내지 않고 채널에서 언급하기도 한다”며 “많은 자료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부담을 덜어드리는 노력을 하자는 취지에서 생각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베나치오 유튜브 쇼츠. [동아제약 유튜브 채널 갈무리]
이러한 홍보 방식은 ‘젊은 동아제약’으로 나아가는 동아쏘시오그룹의 브랜드 이미지를 한층 강화시킨다.
동아제약의 대표 상품은 전통적인 효자제품 ‘박카스’이지만, 요즘 2030세대에는 여드름 흉터 치료제 ‘노스카나겔’과 ‘애크논크림’으로 입소문이 났다. 홍보모델도 배우 노정의 등 MZ 소비층을 타킷으로 한다.
소화제 ‘베나치오’의 경우 2030 직장인을 겨냥한 유튜브 쇼츠도 화제가 됐다. 지난 2월 공개된 ‘썸남 앞에서 트림나와서 깨질 뻔한 썰 푼다’ 쇼츠는 14일 현재 조회수 139만회를 기록했다.
박카스 역시 아이돌그룹 라이즈(RIIZE)를 모델로 한 ‘박맛젤’(박카스맛 젤리)로 젊은 세대를 겨냥한 제품으로 ‘박카스의 진화’로 평가받고 있다.
소 책임은 “최근에 한 분이 ‘가끔씩 열받는 멘트들이 하나씩 있다’며 도대체 텔레그램 채널 담당자가 누구냐고 물어보기도 했다”며 “그렇게 생각해주셔서 나름대로 전략이 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동아쏘시오그룹은 텔레그램 채널 외에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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