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중 관세 145%, 中 대미 관세 84%…국내 업체들 "장기화하면 칩 가격도 영향"
지난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있다. /오사카(일본)AP=뉴시스
미국과 중국이 고율 관세로 상호 압박 수준을 높이는 가운데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원료 가격도 오름세를 보인다. 당장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입을 타격은 크지 않지만 '관세 전쟁'이 장기화하면 칩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반도체 필수 소재로 쓰이는 주석의 가격은 지난 2일 런던금속거래소(LME) 현물 가격 기준 톤(t)당 3만857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연초(약 2만5000달러) 대비 54% 상승한 수치다. 이후 가격은 전날까지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3만 달러대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주석은 반도체 칩과 기판을 연결하는 납땜 과정인 '솔더링 공정'의 필수 소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도 주석 기반 합금을 솔더링 공정에 폭넓게 사용하고 있다.
주석 가격 급등 배경에는 미·중 무역 갈등이 거론된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주석 생산국이자 정제국으로 꼽힌다. 최근 미국은 중국에 14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발표했고 중국도 미국에 84%의 관세를 적용하며 맞불을 놨다.
주요 생산국의 공급 차질도 주석 가격을 끌어올린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주석 주요 생산국인 미얀마는 최근 규모 7.7의 강진이 발생하며 주석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은 내전을 겪고 있어 공급이 불안정한 상태다.
희소 금속으로 반도체 제조에 활용되는 갈륨과 인듐 가격도 4월 들어 상승세를 보인다. 갈륨의 유럽 도착 기준 실거래가(CIF 기준)는 지난 7일 kg당 700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대비 30% 이상 뛰었다. 인듐은 같은 날 동일한 기준으로 40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며 전년과 비교해 15~20% 상승했다.
이들 원자재 역시 중국이 세계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글로벌 갈륨 생산량의 약 98%가 중국에서 나온다. 인듐도 중국이 전 세계 생산의 절반 이상을 담당한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해 말부터 해당 희귀 금속들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미·중 간 관세 전면전이 심화하면서 가격 변동성이 커졌다.
/사진=뉴스1
업계에서는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반도체 칩 가격도 오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원자재 단가는 보통 제조 3~4개월 전 선계약을 통해 결정된다. 원재료의 시장 시세가 계속 오르면 신규 계약 단가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 시 원료 가격을 별도로 논의하지만 시장 가격이 상승하면 그 흐름이 계약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다만 원가 부담을 누가 떠안느냐는 계약 구조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클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마이크론은 관세 대응 차원으로 고객사에 서한을 보내 메모리 모듈과 SSD(솔리드 스테이드 드라이브) 가격 인상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는 관세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메모리 모듈과 SSD에는 관세가 부과된다. 앞서 마이크론은 지난달 말 고객사에 D램 일부 제품군에 대해 최대 11%까지 가격 인상을 할 수 있다고 알린 바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에 대한 구체적인 적용 세율이 나오지 않은 만큼 선제적인 가격 조정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매일 관세가 달라지는 상황이라 예측 자체가 어렵다"며 "원료 가격 상승 등으로 칩 가격 부담이 늘면 가격 인상도 검토할 수밖에 없겠지만 관세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돼야 방향을 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