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이데일리 가상자산포럼]
김종승 엑스크립톤 대표 발표
“디지털 결제시대, 원화의 효용성 떨어져… 외환법 개정·환전 시스템 등 제도 정비 서둘러야”
트럼프 2기 ‘크립토 허브’ 본격화
미국, 달러 패권 재정의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 육성 중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미국이 달러 패권 강화를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글로벌 무역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 활용이 본격화될 상황에 대비해 정책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무역 거래에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국내 결제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는 ‘이중 스테이블코인 시스템’이 구축돼야, 거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통화정책의 통제력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종승 엑스크립톤 대표는 11일 서울 중구 KG하모니홀에서 열린 ‘제1회 이데일리 가상자산 포럼’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디지털자산 정책에 따른 한국의 위기와 기회’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김종승 엑스크립톤 대표가 11일 서울 중구 KG하모니홀에서 열린 열린 ‘제1회 이데일리 가상자산포럼’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디지털 자산 정책에 따른 한국의 위기와 기회’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트럼프 2기의 금융 전략… “스테이블코인으로 달러 패권 재정의”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을 세계 최고의 크립토 허브로’라는 기치 아래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축과 비트코인 전략자산화, 그리고 명확한 시장 구조 확립을 추진 중이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정책은 달러 중심의 국제 통화 체제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법안(GENIUS Act)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및 준비금 규제를 명확히 하고, 이를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와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 금 등에 가치가 고정돼,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가상자산(디지털자산)이다.
미국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급격한 성장을 디지털 금융 시대 달러 패권을 강화할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현재 2282억 달러로 1년새 49% 성장했다. 김 대표는 “전세계 달러 유동성 규모는 21조 달러로,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전체 유동성의 1%의 규모로 성장한 셈”이라며 “경제 정책을 담당하는 수장들은 신중하게 봐야 하는 새로운 현상이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스테이블코인 결제 규모는 작년 말 기준 20조 달러를 넘으면서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결제 규모를 추월했다. 김 대표는 “특히 기존 은행 시스템을 통하지 않아도 미국 달러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면서 신흥 시장에서는 변동성이 높은 자국 통화보다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미국 국채 수요, 달러 유동성, 금리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혁신과 리스크 간 균형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김 대표는 대부분의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국채를 준비자산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미국은 기축통화국으로 무역 적자를 통해서 달러를 공급하는데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자본계정을 통해서 부채증가 없이도 달러를 공급하는 게 가능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무역 거래에서 청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기존엔 3일 이상 걸렸는데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면 1시간 이내 가능해진다”며 “결제 속도가 빨라지면서 간접적인 유동성 창출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현재 달러 유동성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7조달러 이상의 유동성이 생겨난다”고 말했다.
“무역은 달러, 국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이중 시스템 필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확산하면서 통화가치가 불안한 국가는 이미 법정화폐의 안전성을 위협받는 상황이다. 신흥국의 자금이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달러 자산으로 이동하면서 달러 강세가 제속되고 자국 통화 가치는 더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스테이블 코인을 이용하기 위해 평균적으로 약 4.7%의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프리미엄이 30%까지 붙었다.
문제는 한국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되는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글로벌 무역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부상하고 있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국제 결제는 피할 수 있는 흐름이다. 그런데 한국 기업들이 거래대금을 달러 스테이블 코인으로 수취할 경우 이를 다시 원화로 전환하려면 복잡한 환전·출금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디지털 무역 환경에서 원화의 효용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별도로 구축하고, 이를 글로벌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연동할 수 있는 ‘이중 스테이블코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대표는 이 구조에 대해 “무역에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국내 거래에는 원화스테이블코인을 쓰고, ‘달러-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온체인(블록체인 네트워크 위)에서 빠르게 정산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시스템은 외국 금융 중개기관의 의존도를 줄이고 디지털자산 생태계에서 한국의 통화 주권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화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 편입되기 전 정책적 준비도 필요하다. 김 대표는 “국내 외국환거래법상 스테이블코인을 외환거래 수단으로 포함하는 등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해야 한다. 또 원화·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원활한 교환을 위한 유동성 풀 확보 및 환전 시스템의 구축도 필요하다. 아울러 외환시장의 안정성 유지를 위한 스테이블코인 환전·거래 모리터링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대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놓고선 사용처가 있는지 등 다양한 논쟁이 있어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면서도 “이와 별개로 스테이블코인을 정책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건지에 대한 논의는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유경 (yklim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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