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결승까지 거침없는 승부 … 당분간 한-중전 불가피신진서 9단(왼쪽)이 쉬자양 9단과 승부를 벌이고 있다.(사진 한국기원 제공)
(MHN스포츠 엄민용 선임기자) '절반의 성공!'
제1회 북해신역배 세계바둑오픈전 정상을 향한 태극군단의 첫 행보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7승7패.
10일 중국 광시장족자치구 베이하이시에서 열린 북해신역배 세계바둑오픈전 본선 64강전에서 한국은 14명의 출전 선수 중 신진서·박정환·변상일·신민준·안성준·김지석·박민규 9단 등 상위 랭커 7명이 32강에 진출했다. 그러나 설현준 9단을 비롯해 든든한 허리가 돼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나현 9단, 문민종 8단 등 7명은 패배의 쓴잔을 들었다. 특히 태극군단 중 유일한 테극낭자 오유진 9단은 중국의 젊은 강자 천셴 8단을 맞아 시종 유리한 국면을 이끌다 승리 일보직전에 실족해 아쉬움을 남겼다.박정환 9단(왼쪽)이 셰커 9단과 반상을 마주하고 있다.(사진 한국기원 제공)
한국 대표팀 전체의 기상도는 그리 니쁘지 않다. 최정예 멤버들이 그대로 생존했기 때문이다. 우선 랭킹 1위 신진서 9단은 중국 쉬자양 9단의 대마를 사냥하며 146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고 사뿐히 32강 무대를 밟았다. 초반부터 상대를 압박해 간 신진서 9단은 중반 들어 한 번의 전투에서 상대의 대마를 포획하며 비교적 손쉽게 이번 대회 첫 승을 신고했다.
박정환 9단도 중국의 강호 셰커 9단을 227수 만에 흑 불계승으로 제압했다. 초반부터 발빠른 포석으로 집에서 앞서간 박정환 9단은 중앙의 흑대마가 쫓기면서 위기를 맞을 뻔했지만, 치밀한 수읽기로 흑대마를 살려내면서 단숨에 승세를 굳혔다. 이후 '끈질긴 바둑'으로 유명한 셰커 9단이 집요하게 추격해 왔으나 집이 넉넉한 박정환 9단은 무리하지 않고 깔끔하게 승리의 길을 닦아 갔다.안성준 9단(오른쪽)이 리쉬안하오 9단과의 대국에서 수읽기에 몰두하고 있다.(사진 한국기원 제공)
또한 신민준 9단과 변상일 9단이 각각 쑨텅위 7단(중국)과 루민취안 6단(중국)을 상대로 승전보를 알린 데 이어 안성준 9단은 리쉬안하오 9단(중국), 김지석 9단은 장웨이제 9단(중국), 박민규 9단은 리하오퉁 7단(중국)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특히 친형 안형준 5단의 결혼식(12일)을 지켜보지 못하게 된 안성준 9단은 중국의 우승후보 중 하나인 리쉬안하오 9단을 제압하며 한국 대표팀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대부분의 세계대회에서 늘 그랬듯이 이번 북해신역배 역시 초반 기세는 중국이 압도하고 있다. 주최국 중국은 29명의 출전 선수 중 딩하오·왕싱하오·양딩신·당이페이·리웨이칭·리친청 9단 등 상위권 기사들과 유일한 여자 진출자 우이밍 6단까지 포함해 모두 21명이 32강에 올랐다. 이처럼 중국 선수 절대다수가 포진해 있어 한국 선수들은 8강전까지는 한-중전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북해신역배 세계바둑오픈전 본선 64강전이 벌어지고 있는 대회장 전경.(사진 한국기원 제공)
이 밖에 일본은 출전 선수 10명 중 4명이 생존한 반면 대만(4명)과 북미·유럽(각 2명)·동남아(1명) 선수들은 모두 64강에서 탈락했다.
이어진 32강 대진 추첨에서는 신진서 9단 대 황징위안 6단, 박정환 9단 대 구쯔하오 9단, 변상일 9단 대 자오천위 9단, 신민준 9단 대 리웨이칭 9단, 안성준 9단 대 저우전위 8단, 김지석 9단 대 투샤오위 9단, 박민규 9단 대 딩하오 9단의 대결이 성사됐다. 32강전은 11일, 16강전은 12일 같은 장소에서 이어진다. 이후 하루를 쉬고 8강전은 14일, 4강전은 15일, 대망의 결승 3번기는 17일부터 열린다. 8강전부터 결승 3번기는 장소를 웨이저우섬으로 옮겨 치른다.
중국위기협회와 광시장족자치구 체육국, 베이하이시 인민정부가 공동 주최하는 제1회 북해신역배 세계바둑오픈전 우승 상금은 180만 위안(3억 3600만 원)이며, 준우승 상금은 60만 위안(약 1억 1900만 원)이다. 모든 대국은 중국 바둑 규칙을 적용하며 본선은 각자 2시간에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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