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해제 때 ‘일등 공신’ 추앙받은 禹의장, 개헌론 꺼내자 ‘개헌 수괴’ 질타
“국회의장 놀이에 빠졌다”…禹의장 전화번호 공유, ‘후원금 취소’ 독촉까지
친명 의원들도 ‘개헌 저지’ 촉구…비명 주자들은 ‘개헌 화답’하며 대치 양상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 연합뉴스
지난해 비상계엄 해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의 주역으로 꼽혔던 우원식 국회의장이 돌연 더불어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에게 '문자 폭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 의장이 꺼낸 '대선‧개헌 동시 투표론'이 정권 교체를 앞두고 있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실익이 되지 않을 것이란 지지자들의 판단에서다. 평소 개헌을 주장해온 민주당 의원들마저 강성 지지층과 친명(親이재명) 주류층의 압박에 소신을 밝히지 못하는 분위기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우 의장이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올린 개헌 담화문에는 천 단위가 넘는 댓글이 달려있다. 이중 대부분은 개헌에 반대하는 지지층이 남긴 댓글로 확인됐다. 이들은 우 의장을 향해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이라는 은어를 사용하면서 수위 높게 비난했다. 특히 일부 지지자들은 개헌 찬반 입장을 이 대표에게 반기를 드는 기준으로 들며 다른 의원들에게까지 문자 폭탄을 돌리겠다고 엄포도 놓았다.
민주당 당원게시판과 이재명 대표 팬 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도 우 의장을 비판하는 글이 수백 건 가까이 게재됐다. 이 대표 중심으로 정권교체를 해야 하는 시점에서 우 의장이 개헌론으로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개헌 수괴가 긴급비상 개헌령을 내렸다" "국회의장 놀이에 빠져서 본인이 대통령인줄 아는가"라고 질책했다.
특히 일부 이 대표 지지자들은 우 의장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유하며 그에게 '개헌 저지' 문자 폭탄을 보내자고 회원들을 독려했다. 또 우 의장 후원금 취소 방법을 안내하는 글도 다수 올라왔다. 앞서 지지자들은 우 의장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의 해제 결의안 처리를 신속하게 이끌었다며 열렬한 찬사를 보냈었지만 지금은 '개헌 수괴'라며 180도 태도가 달라진 모습이다.
원내에서도 강경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개헌에 반대하며 우 의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TPO(시간·장소·상황)에 맞지 않는 국회의장 놀이 중단하시고 더 이상 개헌 주장으로 국민들의 분노를 사지 않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양문석 의원은 "개헌은 개나 줘라" "제발 그 입을 닥쳐라"고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이에 평소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해온 의원들은 개헌론 화두가 던져진 후 어떤 입장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반면 비명(非이재명)계 대권 주자들은 '개헌 찬성' 입장을 연이어 내고 있다. 민주 진영에서 첫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두관 전 의원은 "개헌 대통령이라는 이름으로 출마를 결심했다. 제7공화국을 여는 개헌 대통령이 되겠다"며 "제7공화국을 위해 임기를 2년 단축해야 한다면 기쁘게 받겠다"고 전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개헌이 곧 내란종식"이라며 힘을 실었다. 김동연 경기지사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같은 입장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역시 이 대표와 민주당을 향해 개헌을 받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대표가 진심으로 '민주주의 회복'을 원한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권력 구조의 대수술'"이라며 "개헌 논의를 정치공세로 몰아가며 본질을 흐리는 것은 시대적 요구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권 주자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이 대표가 개헌을 약속 못하는 이유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5년 간 본인 한 몸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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