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식 "탄핵소추, 무제한 반복 허용되면 '정쟁도구' 변질 우려" 입법적 정비 요청
'전해들은 말' 탄핵심판 적용엔 이미선·김형두 "완화" vs 김복형·조한창 "엄격히"
헌법재판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PG) [윤해리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에서 전원일치로 파면을 결정한 가운데, 일부 재판관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발의 횟수에 제한이 필요하다거나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 문제에 대해 보충의견을 제시했다.
보충의견은 법정의견의 결론에 동의하면서 그 이유를 보충할 필요가 있을 때 내는 의견으로, 결론에는 동의하지만 논리나 근거가 다를 때 남기는 '별개의견'과는 다르다.
이 사건에서는 모두 5명의 재판관이 3가지 보충의견을 밝혔다.
주심을 맡은 정형식 재판관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부결될 경우, 다른 회기 중 다시 발의하는 횟수를 제한하는 규정을 입법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문에 보충의견을 제시했다.
국회법 제92조는 부결된 안건을 같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할 수 없도록 하는 '일사부재의 원칙'을 규정한다.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탄핵소추안은 지난해 12월 7일 열린 제418회 정기회 회기 본회의에서 정족수 미달로 부결됐지만, 야당은 곧바로 419회 임시회를 열어 탄핵소추안을 재발의해 통과시켰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임시회 회기를 일주일 단위로 끊어가며 국회 본회의에서 계속 (재발의를) 이어가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며 '일사부재의' 원칙을 우회하기 위해 '회기 쪼개기'로 대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헌재는 이날 결정문에서 국회의 이 같은 탄핵소추안 표결이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정 재판관은 입법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보충 의견을 제시했다.
정 재판관은 탄핵소추안이 무제한적으로 반복 발의가 허용될 경우 고위공직자 지위의 불안정과 국가기능의 저하를 초래하고, 탄핵제도가 거대 야당 정쟁의 도구로 변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재판관은 보충의견에서 "실질적으로 주요 소추 사유에 변동이 없는 탄핵소추안의 재발의는 제한될 필요가 있다"며 "입법자는 탄핵소추의 성격과 본질, 공익 사이의 형량 등을 고려해 탄핵소추안의 발의 횟수에 관한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론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인정 문제와 관련해선 엇갈린 보충의견이 나왔다.
이미선·김형두 재판관은 보충의견에서 "탄핵심판 절차에서 '전문법칙'에 관한 형사소송법 조항들을 완화해 적용할 수 있다"고 했지만, 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반대로 "대통령 탄핵심판의 경우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을 최대한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적시했다.
전문법칙이란 재판부가 직접 들은 것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보고받은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원칙적으로 부정하고, 법률이 정한 요건을 충족할 때만 예외적으로 인정한다는 형사소송법 원칙이다.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나 참고인 진술조서도 전문증거 영역에 해당할 수 있다. 피신조서는 재판에서 피고인 당사자나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만 증거로 할 수 있다. 법정에서 부인하면 사용할 수 없다.
헌재는 변론 과정에서 탄핵심판은 형사재판과 성질이 다르다며 헌법재판에서는 형사소송법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헌재는 이번 결정에서 윤 대통령 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군인 등의 검찰 신문조서를 증거로 인정했다. 헌재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와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윤 전 대통령 측은 박 전 대통령 사건 이후 형소법이 개정돼 증거법칙을 엄격히 적용하게 됐는데 과거 전례를 따르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을 해왔다.
이와 관련해 김형두·이미선 재판관은 탄핵심판에서 전문법칙 적용을 완화할 수 있다면서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또는 진술조서는 그 절차의 적법성이 담보되는 범위에서 증거로 채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탄핵심판의 중대성, 피청구인의 방어권 보장 등을 고려할 때 헌재가 앞으로는 탄핵심판 절차에 있어서 형소법상 전문법칙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탄핵심판 절차에 요청되는 신속성과 공정성, 두 가지 충돌되는 가치를 보다 조화시킬 방안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보충의견을 냈다.
k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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