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파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일대에 모인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이 사물놀이를 하면서 축제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사진= 이지현 기자.
"방 빼 방 빼. 윤석열 방 빼!"
4일 오후 12시쯤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 녹지광장 앞은 축제 현장이었다. 이날 오전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하자 탄핵 찬성 집회 측이 준비한 행진 트럭에서는 노래가 흘러나왔고 대열을 맞춘 사람들은 트럭 뒤를 따라 광화문으로 움직였다. 시민들은 "이겼다!" "수고하셨습니다!" "3년을 기다렸다" "아따, 속 시원하다" 등을 외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선고 전보다 사람들은 많이 빠졌지만, 여전히 송현공원 쪽 대형 스크린 앞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비상행동 의장단이 돌아가며 발언하자 시민들은 화면에 손을 흔들면서 환호했다. 나머지는 집회 때 사용했던 간이 스펀지 방석, 피켓 등을 들고 이동했다.
눈에 띄는 참여자들도 많았다. 슈퍼마리오 인형 탈을 쓴 시민은 손수 만든 피켓을 들고 광화문 쪽으로 걸어갔고, 8명 정도 사람이 대형 태극기를 들고 경복궁 동십자각 앞쪽을 지나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탈을 쓴 사람도 있었다. 경복궁 앞에서 풍물패가 공연을 펼치자 사람들은 함께 두 손을 이리저리 흔들며 춤판을 벌이기도 했다.
서울 구로구에 거주하는 이모씨(70대)는 전날 오후부터 자리를 지켰다고 했다. 이씨는 "파면이라는 당연한 결정이 너무 늦어졌다"며 "시간과 인력 모두 낭비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면 이야기를 직접 들으러 나왔는데, 너무 벅차고 기쁘다"며 "오늘(4일) 축제를 즐기다가 돌아갈 예정"이라고 했다.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일대에 모인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이 사물놀이를 하면서 축제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사진= 민수정 기자.
도로 한쪽에는 집회 때 사용했던 쓰레기가 쌓여있었다. '윤석열 즉각 파면' '윤석열 퇴진' 문구가 적힌 피켓들이 널려있었고, 박스에는 먹다 남은 음료수, 일회용품이 담겨있었다.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한 한 여성 참가자는 편의점 비닐봉지로 도로 위에 흩어진 쓰레기를 주우며 행진을 따라갔다.
대부분의 쓰레기는 '범시민대행진' 자원봉사자들이 처리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도로 중앙선 가드레일에 묶어놓은 리본들과 피켓들, 일반 쓰레기들을 하나하나 분리수거 했다. 자원봉사 중이던 40대 남성 A씨는 "특정 정당에 소속돼서 나왔다기보단 개인으로 신청해 참여했다"며 "의미 있는 날 좋은 일을 하게 돼 기분이 좋다"고 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11시22분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헌재 일대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인근엔 1만명 이상의 집회 참가자들이 모였다. 헌재의 파면 선고 이후 찬성 측 집회 참가자들은 빠른 귀갓길을 찾았다. 정오 기준 안국역 앞에 모인 탄핵 찬성 측 참가자들은 경찰 추산 5000명으로 빠르게 줄었다.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일대에서 탄핵 찬성 집회가 끝나자 자원 봉사자들이 일부 지지자들이 남긴 리본 등을 철거하고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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