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과 환율, 시장 구조 등 차이점 많아
헌정사상 3번째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됐다. 앞서 두 차례 심판은 대통령 탄핵 인용과 기각으로 갈렸지만, 이후 1년간 한국 증시가 오름세를 보였다. 다만 이번엔 기대보다 우려 섞인 목소리가 크다. 수출과 환율, 시장 구조 등 차이점이 많기 때문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 기각 결정이 나온 2004년 5월 14일 768.48에서 1년 뒤 923.19로 올랐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 인용 결정이 나온 2017년 3월 10일 이후 1년 동안에도 코스피지수는 2097.35에서 2459.45로 상승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을 만장일치로 인용하면서 파면됐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4일 헌법재판소 변론기일에 자리한 모습. /뉴스1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측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경기 영향이 컸다. 현재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 결정한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 중 2506.71까지 뛰었다가 다시 2450선 안팎으로 후퇴했다.
먼저 노무현·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 이후 수출이 성장세를 보였다. 수출 성장률은 코스피지수 흐름과 맞물려 움직이는 대표 지표다. 수출 연간 성장률이 2004년엔 31%, 2017년엔 15.8%였다. 2004년엔 중국이 고도 성장기였고, 2017년엔 반도체 업황이 좋았던 영향이 크다.
반면에 올해 1분기 수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2.1% 줄었다. 수출의 양대 축인 반도체와 자동차 모두 주춤한 영향이 컸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상호 관세’를 발표하면서 2분기(4~6월) 수출도 위축될 것으로 예상하는 이가 많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와 미국의 수요 둔화가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2분기 수출 성장 동력이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외환 환경도 낙관적이지 않다. 보통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때 코스피지수는 오름세를 보인다. ‘큰 손’인 외국인 투자자 자금 유입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 이후 1100원을 웃돌던 원·달러 환율은 이듬해 1000원을 밑돌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환율이 1100원대 중반에서 1000원대 중반으로 내려왔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50원대로 출발, 탄핵심판 선고 직후 1430원까지 하락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계속됐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효과로 풀이된다. 문제는 한국과 미국 간 금리 격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이 지속해서 안정화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나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발표 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경기 침체를 피하기 위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미국 연방기금금리(FF) 선물시장 참가자들은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4회 이상 인하할 확률을 72.4%로 반영하고 있다. 일주일 전만 해도 50.8%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오는 4일(현지시각) 비즈니스 저널 콘퍼런스에서 연설할 예정인 가운데, 그의 발언이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탄핵 국면과 주식시장을 비교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주식 개인 투자자 수가 1500만명 시대를 열었고, 해외주식 투자 규모는 160조원을 넘어서는 등 시장 상황이 많이 달라져서 그렇다.
다만 증권사들은 공통적으로 증시에 단기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꼽았다. 경제 성장률을 방어하기 위해 추경이 필수라는 의견이 많다. 미국의 관세 부과로 한국 수출이 10% 이상 줄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대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가장 큰 정치적 혼란이 해소됐다는 점에서 여야의 추경 합의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며 “성장률 방어를 위해 최소한 GDP의 1~2%(25조원~50조원) 사이 정도의 재정 지출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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