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평균 트래픽 상위 3곳 '글로벌 플랫폼'
이용대가 지급하는 국내사업자와 달리
비용 지불 전혀 안 해 '무임승차' 논란
'정당한 대가' 기준 불확실해 법안 계류
"디지털주권 제약땐 ICT발전 저해 우려"
구글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주요 부가통신사업자 일 평규 트래픽 현황(2020~2023). 과기정통부 제공
넷플릭스 로고
'망 사용료' 뜨거운 감자
미국 행정부가 구글과 넷플릭스 등 미국의 글로벌 빅테크 플랫폼에 '망사용료 방패'를 안겨줬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올해 발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망 이용대가 산정을 '디지털 규제 장벽' 중 하나로 규정했다. 보고서를 살펴보면 "2021년 이후 외국 콘텐츠 제공자가 한국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에 네트워크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요구하는 여러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며 "일부 한국 ISP는 콘텐츠 제공자이기도 한만큼 미국 콘텐츠 제공자(CP)가 지불하는 수수료는 한국 경쟁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 이같은 의무는 한국 3대 ISP의 과점을 강화해 콘텐츠 산업에 해를 끼칠 수 있으므로 반경쟁적일 수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망 이용대가 산정 자체가 한국 기업과 글로벌 기업을 차별하는 규제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미국의 상호관세를 비롯한 통상 압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마냥 마음을 놓기는 쉽지 않다.
◇글로벌 플랫폼 '망 무임승차' 논란 왜 생겼나= 구글과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이 '망 무임승차' 논란에 휩싸인 것은 4~5년 전이다. 인터넷 서비스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동영상 콘텐츠 제공 등 다각적으로 발전하고,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인터넷 사용량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집계한 '주요 부가통신사업자 일 평균 트래픽 현황'을 살펴보면 상위 3위권 사업자가 구글, 넷플릭스, 메타로 모두 글로벌 플랫폼이다. 특히 유튜브 등을 보유하고 있는 구글의 트래픽 비중은 2020년 25.9%에서 2021년 27.1%, 2022년 28.6%, 2023년 30.6%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망 이용 비중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셈이다.
넷플릭스는 2020년 4.8%에서 2021년 7.2%로 늘었다가 2022년 5.5%로 잠시 주춤했으나 2023년 6.9%로 다시 늘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을 운영하는 메타는 2020년 3.2%에서 2021년 3.5%, 2022년 4.3%, 2023년 5.1%로 조금씩 증가 추세다. 2023년을 기준으로 보면 절반에 가까운 42.6%를 글로벌 플랫폼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사업자 중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그 뒤를 이었지만, 네이버 비중은 1.7~2.9%, 카카오 비중은 1.1~1.4%에 그친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인터넷 접속을 제공하고 품질을 보장할 의무가 있는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국내 기간통신사업자(ISP)들은 늘어나는 트래픽을 수용할 수 있도록 망 용량을 지속적으로 증설해야 한다. 이들 통신사는 시설 증설 투자 비용을 마련하고자 CP사에 '망 이용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 숲 등은 통신사들과 자율적으로 협의해 정보통신망 이용대가를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플랫폼 기업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망 이용량은 글로벌 플랫폼이 수십배나 많은데 비용은 전혀 내지 않다보니 '무임승차'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법원도 CP사가 망 이용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통신사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2021년 6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소송 1심 판결 결과는 넷플릭스가 패소했다. 법원은 넷플릭스가 SKB에 망 이용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금전적 대가로 방식을 한정하지는 않았다. 기업 당사자 간 자유롭게 협상으로 풀 문제라는 게 법원의 결론이었다. 이후 양사는 소송을 취하하고 기밀유지 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비용부담 구조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후 2023년 12월 미국 아마존닷컴의 게임스트리밍업체 트위치가 한국의 네트워크 수수료(망사용료) 부담을 이유로 한국 사업을 종료하기로 해 논란이 재점화했다.
◇'망 사용료' 입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국회에서는 '망 사용료' 논란이 불거지자 여러 차례 입법화를 시도했으나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는 김상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영찬 민주당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당시 김 전 의원은 "국내 트래픽 발생 상위 10개 사이트의 국내외 사업자 비중 자료에 따르면 2021년 2분기 기준 해외 부가통신사업자의 트래픽 발생 비중이 78.6%인 반면, 국내 부가통신사업자의 비중은 21.4%에 불과해 국내 트래픽 발생량의 상당수가 해외 부가통신사업자로부터 유발되고 있는 점이 확인됐다"며 "(일부 해외 부가통신사업자는 해외 사업자는) 국내 인터넷 망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음에도 망 사용료 계약을 체결한 국내 사업자와 달리 망 사용료를 부담하지 않고 서비스의 품질 유지를 위한 충분한 조치조차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전기통신사업자는 다른 전기통신사업자가 정당한 계약 체결을 요청하는 경우 정보통신망 이용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고, 윤 전 의원의 개정안에는 망 이용 계약 체결을 부당하게 거부하거나 정당한 대가 지급을 거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해당 개정안들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2대 국회 들어서도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과 김우영 민주당 의원, 이정헌 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2건이 계류 중이다. 이 의원과 김 의원은 지난해 8월 디지털콘텐츠 제공 시 정보통신망 이용·제공에 관해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을 부과하거나 계약 체결을 부당하게 지연·거부하는 등의 행위를 제재해 국내외 CP사간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놨고, 이 의원은 같은 해 10월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에 활용돼야 할 인터넷망 자원을 특정 대형 CP만 무상으로 점유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경우 국내 인터넷망의 고도화와 유지·관리에 쓰이는 투자는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고 판단, 정보통신망 이용계약의 체결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규정해 대형 CP의 협상력 남용을 바로 잡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담았다.
◇반복되는 논란과 좁혀지지 않는 입장 차= 국내외 CP사간 망 이용대가 지급 역차별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은 대체적으로 공감대를 이루고 있지만 법제화하는 것에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ISP사와 CP사 간 적정 망 이용 대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탓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검토 결과 '정당한 이용 대가'라는 용어를 법안에 사용할 경우 명확성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윤 전 의원의 개정안에도 '정당한 대가' 기준이 구체적으로 없고,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관계기관이나 이해당사자의 입장도 차이가 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제공 환경을 조성하려면 일정 기준 ISP사와 망 이용 계약 체결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을 표했으나 미국, EU 등 주요국의 망 이용대가 정책 논의 동향이나 망 이용대가 규제가 국내·외 통신시장 및 무역 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또 방송통신위원회도 입법취지에 공감했으나 계약의 정당성 여부를 사후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고, 법을 위반한 사업자에 대한 조치(사실조사, 시정명령, 과징금 등)와 연계해야 하니 사후규제로 규율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와 달리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망 이용대가 지급을 의무화하는 것은 CP사에 과도한 부담을 초래하고, 국내 소비자 및 인터넷 생태계 및 콘텐츠 산업 전반에 대한 피해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반대했다.
법안을 낸 김 의원은 미국 행정부가 이중잣대를 두고 한국의 디지털 주권을 내정간섭한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3일 입장문을 내고 "대부분의 국내외 CP사가 망 이용에 따른 합리적인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데도 높은 비중의 인터넷 트래픽을 유발하는 소수의 해외 CP가 이용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행위는 역차별에 해당한다"면서 "망 무임승차 방지법은 협상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는 거래 대상자에 망 이용계약 체결을 의무화하고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 부과를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해외 기업을 차별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고 미 행정부에 반론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USTR은 망 무임승차 방지법이 콘텐츠 산업에 해를 끼치는 반경쟁적인 법이라고 호도하지만 빅테크의 기금 납부 등을 통한 인터넷망 투자 기여를 제언했던 브렌든 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처럼 오히려 빅테크의 사회적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미국 내 상당한 것으로 안다"며 "대형 글로벌 CP가 요금을 약 40% 수준의 큰 폭으로 인상하고 서비스 미출시 등으로 국내 이용자를 홀대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우리나라의 디지털 주권에 제약을 가한다면 중장기적인 ICT 산업 발전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 의원도 자신의 SNS에 "(USTR 보고서는 )참 이상한 논리"라며 "망 제공자가 경쟁자일수도 있다는 것이 정당한 망 이용계약을 맺지 않아도 된다는 핑계가 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망이용계약 공정화법 논의는 협상력에 우위를 가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국내 ISP 기업의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거나 정당한 계약 자체를 거부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시작됐다"며 "미국 내에서도 마찬가지로 AT&T, 버라이즌, 컴캐스트와 같은 ISP사업자들이 자국(미국) CP로부터 망이용대가를 받고 있다"고 근거를 댔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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