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라운지] 여자 아이스하키 한유안·장현정앳된 십대 소녀들이지만 우리나라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소녀들인 한유안(오른쪽), 장현정 선수. 2025 03. 31. 수원 광교복합체육센터 아이스링크/ 조인원 기자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는 지난 2023년 사상 최초로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 1 그룹 B(3부 리그)에서 우승을 거머쥐면서 2부 리그 승격에 성공했다. 기적에 가깝다는 평이었다. 중·고교, 대학교 팀조차 없는 국가에서 쉽지 않은 성과였다.
그러나 그 뒤로 다시 내리막을 걸어야 했다. 주축이었던 선수들이 은퇴하거나 노쇠했다. 2024년 2부 리그 5전 5패로 다시 3부 리그로 내려왔다.
암울한 상황에서 희소식이 들려왔다. 지난해 1월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3X3 대표팀이 은메달을 따내는 드라마를 쓴 것.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주최 아이스하키 대회에서 한국이 메달을 따낸 건 남녀 통틀어 처음이었다. 주역은 두 공격수 한유안(17)과 장현정(16)이었다.
둘은 9일부터 영국에서 열리는 여자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1 그룹B에 나서는 대표팀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가장 어리다. 김도윤 대표팀 감독은 “‘즉시 전력감’이다. 경험을 쌓으라고 뽑은 선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31일 경기 수원선수촌에서 두 소녀를 만났다. 둘은 2023년 처음 만났다. 장현정은 “언니가 워낙 표정이 없어서 차가울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생각보다 웃기다”며 웃었다. 한유안은 “현정이는 말이 많을 것 같았는데 역시 말이 많더라”고 했다. 입맛도 판이하다. 한유안은 ‘한식파’, 장현정은 마라탕과 떡볶이를 좋아한다. 쉬는 날이면 한유안은 ‘넷플릭스’, 장현정은 친구들과 수다를 떤다.
장현정은 초등학교 4학년 아이스하키를 하던 친구를 따라 처음 채를 잡았다. 그는 “처음 잡자마자 재밌었다. 어느 날부터 골도 많이 넣고, 유스 대표팀에도 뽑혀서 이렇게까지 하게 됐다”고 했다. 반면 한유안은 가족 덕분에 아이스하키가 친숙했다. 사촌 언니가 아이스하키 대표팀에서도 뛰었던 한재연이었던 것. 한유안은 “언니를 좋아해서 따라 시작했는데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둘은 같은 공격수지만, 한유안은 정교한 기술로 승부한다. 손끝 감각이 남자 선수들도 놀랄 정도라고 한다. 김도윤 감독은 “축구로 치자면, 한국에서 갑자기 브라질 ‘삼바 축구’ 선수가 나온 것”이라고 했다. 실력을 인정받아 아이스하키 특성 학교인 캐나다 온타리오 아카데미에 유학 중이다.
장현정은 월등한 속도로 빙판을 가로지른다. 동년배 중에는 단연 가장 빠르고, 성인 무대에서도 뒤처지지 않는다. 김 감독은 “하키에서는 투지도 중요한데, 상대에게 부딪힐 때 겁이 없는 게 보인다. 필요할 때는 영리하게 움직인다”고 했다. 장현정은 국내 아마추어 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다. 2023 수원시장배, 강원특별자치도지사배 전국 아이스하키 대회 여자부 최우수 선수상 등을 받았다.
서로 다른 점을 꼬집으며 즐겁게 웃던 둘이었지만, 대표팀 이야기가 나오니 표정이 진지해졌다. 장현정은 성인 대표팀에 소집된 게 처음이다. 그는 “아이스하키를 시작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태극 마크를 다는 게 꿈이었다”며 “무엇이든 잘하고 싶다”고 했다.
한유안은 지난 2월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도 소집됐지만,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진 못했다. 김도윤 감독은 이번 대회에선 한유안을 중용할 계획이다. 한유안은 “이번 대회뿐 아니라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서 아이스하키가 한국의 인기 종목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LG 말고도 후원사가 많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유안이가 나이답지 않게 넓게 바라본다”면서 웃었다.
대표팀은 3일 출국한다. 한국의 세계 랭킹은 18위. 홈팀 영국(21위)과 기세가 좋은 이탈리아(19위)가 주 경계 대상이다. 둘은 “언니들에게 기댈 생각은 없다. 스스로 힘으로 이겨서 꼭 메달을 목에 걸고 오겠다”고 입을 모았다.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