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개인정보 보호 vs 활용 해법’ 세미나
가명정보 한계 지적…“산업적 데이터 결합 가능해야”
권영세(앞줄 오른쪽 두번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같은당 최보윤, 김장겸 의원실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는 원본 데이터를 사용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 필요합니다. 그 해법이 익명정보입니다."
이원석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2일 국회에서 열린 'AI 시대의 개인정보: 보호 vs 활용 해법은?'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과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는 인공지능(AI) 시대 개인정보의 활용과 보호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데이터3법의 핵심 조항 중 하나인 가명정보 제도가 시행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실제 산업적 활용은 활발하지 않다"며 "결합 절차의 복잡성과 높은 비용, 법령 해석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기업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가명정보 제도는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도입됐지만, 결합 전문 기관을 반드시 거쳐야 하고 데이터셋 간 결합에도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기업들이 활용하기엔 쉽지 않다. 여기에 사후 감사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현장에서는 외면받는 실정이다. 이 교수는 "AI 시대에 필요한 데이터는 양뿐 아니라 산업 활용성이 중요한데, 현재 제도로는 부족하다"며 "AI 시대에 필요한 데이터는 단순히 양이 아니라 자유롭게 결합하고 활용할 수 있는 산업적 데이터"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해법으로 익명정보 체계를 제시했다. 익명정보는 가명정보와 달리 추가 정보 없이도 개인을 특정할 수 없도록 처리된 정보로, 활용성과 안전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꼽았다. 그는 "미국이나 중국은 원본 데이터 자체를 쓰지만 우리는 그게 불가능하다"며 "익명정보에 노이즈 삽입 등 기술을 활용하면 데이터 유용성을 일정부분 확보하면서도 법적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익명정보 활성화를 위해 국가 차원의 인증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기준이 모호해지고 혼선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익명성 판단이 기업에 맡겨지면 책임 회피나 혼선이 생길 수 있다"며 "국가 차원에서 익명 정보 여부를 판단하고 인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 엘박스 대표도 실무 현장에서 겪는 개인정보 활용의 한계를 짚었다. 이 대표는 "AI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데이터의 품질, 양, 최신성 모두 중요하지만 현재 제도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며 "특히 수집 기반 데이터는 구축 속도가 느리고 법적 제약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사 사례를 들며 "서비스 론칭 이후 데이터 품질을 유지하려면 수집을 넘어 실시간 활용까지 가능해야 하는데, 개인정보 관련 제도는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며 "현장의 유연성을 반영하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을 위해 구체적인 보완책을 제시했다. AI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데이터는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만큼 개인정보의 민감성과 법적 리스크를 고려한 균형 있는 활용 구조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양첨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개인정보정책국장은 "가명정보 활용과 별개로 익명정보는 정보주체 권리 침해 우려 없이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논의가 필요하다"며 "현재 관련 공론화와 입법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명정보 활용도 국가 차원에서 제도 정비를 강화하고 있고, 범정부 차원의 가명정보 종합 대책도 상반기 내 발표 예정"이라 덧붙였다.
정부 차원의 데이터 활용 전략도 소개됐다. 배일권 행정안전부 공공지능데이터국장은 "공공기관이 보유한 10만건 이상의 데이터 중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어 활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공공데이터법 개정을 통해 가명 처리 데이터 제공을 명시하고 실적을 평가 지표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교통카드 이용 내역이나 암 임상 정보처럼 민감정보 중심으로 합성데이터 개방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원석 교수는 "개인정보 보호와 산업적 활용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우리만의 균형 해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익명정보 체계가 제대로 안착되면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AI 경쟁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유진아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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