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윤석열 비상계엄 , 헌법수호·국민신뢰 관점에서 '중대한 법위반'... 파면 결정, 피할 수 없어
[이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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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로 넘어온 윤 대통령 탄핵심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가 4월로 넘어온 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
ⓒ 연합뉴스 |
마침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이 오는 4월 4일로 지정되었다. 선고기일 지정이 늦어지면서 온갖 억측과 주장이 난무했다. 헌법재판관 몇 명이 절차적 쟁점에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선고기일을 고의적으로 지연하고 있다는 가설이 대표적이다.
유력한 대권주자인 야당 대표의 항소심 재판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하여 일부러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항소심 판결 시점 이후로 늦추고 있다는 가설은 순수하게 법리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납득할 만한 근거를 갖추고 있었다. 그렇지만 특정 헌법재판관과 윤석열 대통령 측의 내통설까지 야당 국회의원의 입을 통해 전해지면서 불안감이 고조되었다.
헌법재판관들이 인용 5명, 기각 3명의 교착상태(deadlock)에 빠졌다는 보도까지 이어지면서 증폭된 불안감은 극단적 방어책을 만들어냈다. 선고를 지연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헌법재판관을 탄핵소추하여 사실상 헌법재판소의 기능을 정지시켜야 한다는 주장,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전체를 단계적으로 혹은 일괄적으로 탄핵소추하여 실질적으로 국무회의의 기능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도 흘러나왔다.
만약 파면결정이 나오면 헌법재판소를 없애 버려야 한다는 대통령 지지자들의 주장과 분명히 결을 달리 하지만 헌정질서가 중단된다는 점에서는 결과적으로 동일한 과격한 주장이다. 대통령령인 '국무회의 규정'의 의사정족수나 의결정족수를 개정할 수 없도록 단 한 명의 국무위원을 남기고 모든 국무위원을 탄핵소추해야 한다는 주장도 헌정질서를 중단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될 때까지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연장하는 법률안,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법정기한 내에 대통령이나 대통령권한대행자가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았을 때 법률상 자동으로 헌법재판관의 지위를 부여하는 법률안은 그래도 헌정질서의 중단을 막기 위한 목적을 가지기 때문에 용인될 수 있다.
대통령권한대행자는 대통령이 지명하여 임명할 수 있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법률안, 내란 목적 비상계엄을 선포하여 탄핵소추되고 형사기소된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기 위한 개헌안도 헌법재판소의 기능장애를 초래하여 헌정질서의 작동을 방해하거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해 탄핵되지 않는 한 대통령의 임기를 보장하는 헌정질서를 중단시키게 된다.
좌고우면할 것 없이 헌법과 법률에 따른 판단 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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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 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헌법재판소를 향해 행진하는 가운데, 열린송현 녹지광장에서 시국미사를 개최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들이 행진에 합류해 대열 선두에 섰다. |
ⓒ 권우성 |
헌정질서가 중단될 수 있는 여러 가지 가설들이 여과없이 주장되면서 거부할 수 없는 압박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예상되는 파국을 막기 위한 충정 때문인지 헌법재판소는 결국 선고기일을 지정했다. 사실 지난 3월 24일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결정이 나오면서 선고기일 지정의 임박은 예상되었다.
국무총리가 복귀하여 그나마 국회의 동의 절차를 통해 간접적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대통령권한대행자가 대통령 파면결정이 내려졌을 때 대선을 관리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야당 대표의 항소심 재판도 무죄 결과가 나와 신속한 선고기일 지정에 대한 오해의 여지도 사라졌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이나 언론이 예상했던 3월 28일까지도 선고기일 지정되지 않자 비상상황이 발생했다면서 야당은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야당 주도로 헌법재판관 임기연장, 대통령권한대행자의 헌법재판관 임명제한,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의 자동임명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었다. 이러한 법률안이 모두 국회에서 가결되어도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가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전부를 일괄적으로 탄핵소추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욱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제정된 현행 헌법은 대통령 직선제와 헌법재판소 도입을 골자로 한다. 1960년 4.19혁명으로 개정된 헌법에서도 헌법재판소 제도가 도입되었지만 실제로 출범하지는 못했다. 헌법재판소의 출범으로 헌법은 비로소 살아 있는 법이 되었다.
헌법재판소는 12.3비상계엄으로 내란을 일으킨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진행하면서 변론기일을 종료하고도 한 달 넘게 선고를 지연해 존재이유를 의심받으며 헌법개정을 통한 폐지론까지 제기되었다. 헌법적 지위가 명백한 사법기관인데도 헌법과 법률에 따른 독립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고려에 따라 선고를 지연시켰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려울 정도로 긴 시간을 흘려 보냈기 때문이다.
현재의 대통령 탄핵심판은 사실관계가 명확하고 법적 쟁점도 정확하게 정리된 만큼 헌법재판소는 좌고우면할 것 없이 헌법과 법률에 따른 법적 판단을 내리면 된다. 무엇보다도 청구의 적법성과 관련하여 국무총리 탄핵심판 때처럼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정족수가 과반수인지 3분의 2 이상인지에 관한 논란은 없다.
두 차례의 탄핵표결이 있었지만 회기를 달리 정하였으므로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반할 여지도 없고, 검찰의 수사기록을 탄핵심판의 증거로 삼을 수 있다는 선례가 확립되어 있으니 증거채택과 관련된 논란도 정리되었다. 탄핵소추의결서에서 제시된 내란죄를 철회하면서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내란행위로 재구성되었으니 '탄핵소추의 동일성'도 유지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각하결정의 가능성은 사라졌다는 뜻이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행위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절차적, 실제적 요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하여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권한행사임이 분명하다. 대통령의 지휘·감독을 받는 계엄사령관이 발령한 포고령(특별조치)도 명시적으로 국회의 활동을 금지시켰으니 명백하게 위헌적이며 포고령에 포함된 다른 내용도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여 위헌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법규명령의 성격을 가지는 포고령에 따른 실행조치로서 계엄군의 국회 봉쇄와 계엄해제요구절차 방해도 여러 증인들의 진술을 통해서 대통령의 지시가 확인되었으니 국회의 활동을 금지시킨 포고령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
포고령에도 포함되지 않은 독립적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계엄군의 난입행위도 변론기일에 출석한 대통령이 직접 본인이 지시했다고 자백했으므로 위헌적 행위에 해당한다. 정치인, 법조인, 언론인 등에 대한 체포계획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영장 없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므로 위헌적이고 위법적 행위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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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에 내리는 눈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3월 3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눈이 내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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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파면을 위한 법위반의 중대성을 ① 헌법수호와 ② 국민신뢰의 관점에서 이해한다. 대통령을 파면해야만 헌법질서가 회복될 정도의 법위반이거나 대통령을 파면해야 할 만큼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정도의 법위반이어야 대통령 파면에 필요한 중대한 법위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2004. 5. 14. 2004헌나1 결정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이 어떠한 것인지'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나, 한편으로는 탄핵심판절차가 공직자의 권력남용으로부터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제도라는 관점과 다른 한편으로는 파면결정이 대통령에게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박탈한다는 관점이 함께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될 것이다. 즉, 탄핵심판절차가 궁극적으로 헌법의 수호에 기여하는 절차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파면결정을 통하여 헌법을 수호하고 손상된 헌법질서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요청될 정도로 대통령의 법위반행위가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경우에 비로소 파면결정이 정당화되며,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선거를 통하여 직접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대의기관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민의 신임을 임기 중 다시 박탈해야 할 정도로 대통령이 법위반행위를 통하여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경우에 한하여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가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12.3비상계엄 선포행위로 국민으로부터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국회의 권능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헌법질서를 심각하게 파괴했으며 국민의 군대인 계엄군의 총부리를 국민에게 겨누게 함으로써 국민의 신임을 철저하게 배반했다. 대통령이 저지른 법위반의 중대성은 헌법수호의 관점에서나 국민신뢰의 관점에서도 대통령을 파면할 만큼 중대하다는 뜻이다.
헌법재판소가 선고기일을 지연시킬 때처럼 대통령의 중대한 법위반을 확인하고도 대통령을 파면하지 않는다면 또 다시 헌법재판관 탄핵소추 주장이나 헌법개정을 통한 헌법재판소 폐지론이 고개를 들 것이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지정함으로써 국정마비의 파국을 막은 담대함으로 이제 헌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파면결정이 헌법재판소에 요청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준일씨는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헌법학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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