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12.3 내란으로 수많은 시민이 일상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이미 그전부터 일상을 잃어버린 채 살고 있다. 조선소 하청 노동자, 호텔 정리해고 노동자, 화재로 일터를 잃은 노동자 등. 노동자로서 존중받길 바라며 지상에서 여러 해를 싸웠던 사람들은 현재 고공에 있다.
빌딩 숲 사이 30m 높이 CCTV 철탑에서, 도로 한복판 지하차도 안내 구조물 위에서, 불에 탄 공장 옥상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노동자들. 이들이 외치는 목소리에는 탄핵 이후 우리가 만들어야 할 세상이 담겨 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당장의 인간다움을 포기하고 목숨 건 고공농성을 이어가는 사람들. 그들의 목소리를 뉴스타파가 연속해서 보도한다. <편집자 주>
① 조선 하청 노동자가 30m 철탑 위에 오른 이유
② 불탄 공장 위에서 여성 노동자 둘이 사는 이유
③ 호텔 요리사가 도로 위 10M 고공에서 꾸는 꿈
서울시 중구 세종호텔 앞 왕복 6차선 도로 위 구조물에서 북을 치고 있는 고진수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지부장. 세종호텔에서 20년간 일식 요리사로 일했던 그는 2021년 12월 정리해고됐다.
서울시 중구 명동의 세종호텔 앞의 왕복 6차선 도로 위 10미터 높이 구조물에 사람이 있다. 쉴 새 없이 오고 가는 차량의 소음과 매연을 견디며 하루 세 번 고공에서 북을 치는 사람.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 고진수(51) 씨다. 그는 아침 8시, 점심 12시, 저녁 5시 30분 고공에서 북을 치며 한 시간씩 선전전을 한다. 선전전을 하며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외친다.
저희는 이곳 세종호텔에서 일하다 코로나를 핑계로 해고당한 노동자들입니다. 객실에서 청소하고, 주방에서 요리하고 홀에서 음식을 나르는 노동자들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정리해고 요건이 완전히 사라진 지금 해고자들을 복직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 고진수 /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지부장
고진수 씨는 민주노총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이하 세종호텔지부)의 지부장이다. 2001년 세종호텔에 일식 요리사로 입사해 20여 년을 일했다. 그는 지난 2월 13일 새벽 5시 세종호텔 앞 도로 한가운데 설치된 10미터 높이 지하차도 진입 차단 구조물에 올랐다.
이 구조물 꼭대기에는 가로 폭이 1m도 되지 않는 좁은 통로가 있다. 이 공간에서 고 지부장은 오늘(3월 31일)로 47일째 살고 있다. "처음 이곳에 올라오고 일주일 간은 너무 추워서 웅크리고만 지냈다"는 고진수 지부장. 그는 "정리해고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이곳에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시 중구 명동 세종호텔 앞 10m 높이 지하차도 진입 차단 구조물 위에서 고진수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지부장이 오늘(3월 31일)로 47일째 고공농성 중이다.
고진수 세종호텔지부 지부장이 농성 중인 10m 높이 구조물에는 가로 폭이 1m도 되지 않는 좁은 공간이 있다. 고 지부장은 이 공간에서 오늘(3월 31일)로 47일째 생활하고 있다.
베테랑 일식 요리사가 고공농성을 하게 된 이유
고진수 지부장 등 세종호텔지부 조합원 12명은 2021년 12월 10일 정리해고됐다. 이들은 대부분 20년 이상 세종호텔에서 일한 베테랑 호텔리어이자, 호텔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오랜 기간 싸워왔던 사람들이다.
세종호텔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영난을 정리해고의 사유로 들었다. 하지만 노조는 ‘노조 파괴’의 과정으로 받아들였다. 회사의 해고가 정리해고 요건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데다,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만 콕 집어 해고했기 때문이다.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의 고진수 지부장은 세종호텔에서 20년간 일식 요리를 했던 베테랑 요리사다.
2021년 12월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세종호텔지부 조합원들이 퇴사 직전 다양한 호텔 유니폼을 입고 촬영한 단체 사진. 일식 요리사인 고진수 지부장(맨 왼쪽)은 이날 도어맨 복장을 입고 사진 촬영을 했다. 출처 : 스튜디오R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정리해고는 심각한 경영상의 위기가 있어야 하고, 정리해고에 앞서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정리해고 대상자를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선정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노동자 측과 성실히 협의해야 한다. 하지만 고 지부장은 회사가 모든 과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회사는 직원들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았어요. 대표적으로 코로나19 시기에 정부가 고용을 유지하는 사업장에 ‘고용 유지 지원금’을 인건비의 90%까지 지원했어요. 우리는 교섭 과정에서 이걸 받으면서 좀 버티자고 제안했고, 추가로 사측이 부담해야 할 10% 몫까지 우리가 감당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사측은 모두 거부했어요. 그러고는 세종호텔은 복수노조 사업장인데,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만 12명을 정리해고 한 거예요. 저희가 해고되면서 호텔에 민주 노조 조합원은 단 3명만 남았고, 결국 '소수' 노조가 되어 교섭권을 잃었습니다. 저희가 정리해고를 코로나를 ‘핑계’로 한 ‘노조파괴’라고 말하는 이유죠.
- 고진수 /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지부장
“코로나19는 핑계...정리해고 본질은 ‘노조 파괴’”
고진수 지부장과 해고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직후 부당함을 주장하며 호텔 앞에 천막농성장을 차렸다. 3년간 거리 위 천막생활을 하며 노동위원회와 법원을 통해 정리해고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하지만 법은 노동자의 편이 아니었다. 지난해 12월 12일 대법원은 세종호텔의 정리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원심 결과를 확정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세종호텔의 경영상 위기는 코로나19로 인하여 발생한 것인데, 코로나19 관련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경영상 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이 사건 지부 소속인 원고 근로자들만이 해고 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그 선정 결과에 합리성이나 상당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서울 명동역 10번 출구로 나오면 세종호텔 앞에 1,200일 넘게 차려진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천막농성장이 있다.
지난 2024년 7월, 170여 개 시민사회단체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4개 법률단체는 2심 재판부에 세종호텔의 정리해고는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같은 1심 판결에 171개 시민사회단체와 민변 등 4개 법률단체 등이 반박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2심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심지어 대법원은 노동자들의 상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이란 앞선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본안 심리 없이 판결을 확정 짓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법정 다툼은 3년 만에 해고자들의 패소로 끝이 났다. 고 지부장은 “평생을 일한 일터에서 일방적으로 쫓겨난 것도 억울한데, 법원마저 노동자들 의견은 무시하고 속전속결로 사측 편을 들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세종호텔은 저희를 해고하고 2년 만에 코로나 종식 선언과 동시에 코로나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익을 내고 있고, 흑자로 바로 전환이 됐어요. 그런데도 법은 그 당시에 (호텔 경영이) 어려웠다는 이유만 들어서, 그것도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만 해고했는데도 불구하고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거예요. 코로나19로 한동안 영업 적자였다고 해도, 그게 노동자들 탓은 아니잖아요. 왜 아무 잘못도 없는 노동자가 회사 밖으로 쫒겨나야 하는지, 제 상식으로는 납득하기가 힘들었습니다.
- 고진수 /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지부장
세종호텔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2023년 9월 19일부터 2박 3일간 진행했던 오체투지 행진 모습. 이들은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서울행정법원에서 용산 대통령실을 거쳐 세종호텔까지 거리 위를 기어서 행진했다.
세종호텔은 코로나19가 회복되자마자 영업실적이 대폭 늘었다. 세종호텔을 운영하는 (주)세종투자개발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세종호텔의 당기순이익은 2023년 12억, 2024년 32억 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12억 원)을 뛰어넘었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에 따른 경영상 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던 법원의 예상이 틀린 셈이다. 세종호텔지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상 위기가 사라진 만큼 사측이 법원 판결과 무관하게 노동자들을 복직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12명의 해고자 중 6명이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는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이들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억울한데 더 이상 억울함을 호소할 곳이 없는 상황. 고 지부장이 고공농성을 하게 된 이유다.
회사가 정말로 노조 파괴 목적이 아니었다면, 코로나19가 끝나고 관광객이 늘어서 직원이 많이 필요해진 지금, 해고자 6명을 복직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는 거죠. 저희를 복직시킨다고 인건비 부담이 엄청 늘지도 않을 거예요. 제가 해고될 당시에 20년 차였는데 연봉이 두 번 삭감되면서 3,300만 원이었거든요. 누굴 뽑더라도 우리보다 연봉을 덜 주진 않을 텐데…차라리 경력이 있는 우리를 복직시키는 게 낫지 않겠어요? 그런데 사측은 우리와 대화조차 하지 않고 있어요.
- 고진수 /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지부장
세종호텔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15년 잔혹사
고진수 지부장과 해고 노동자들의 투쟁은 정리해고 이전부터 계속돼 왔다. 회사의 직원 외주화, 임금 삭감, 구조조정 등에 맞서 15년 전부터 싸웠다. 이 15년은 세종호텔을 좌지우지했던 주명건 전 세종대 재단 이사장과의 싸움이기도 했다.
세종호텔은 세종대학교 재단 ‘대양학원’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법인의 수익사업체다. 재단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명건 씨는 ‘대양학원’ 설립자의 장남으로, 1996년부터 2004년까지 세종대 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주 전 이사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4년, 교육부 감사에서 약 113억 원의 회계부정이 적발돼 재단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재단에 명예 이사장이라는 자리를 만들어 복귀했다. 세종호텔 회장으로도 돌아왔다. 고 지부장은 "그때부터 비극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주명건 회장은 오래전부터 호텔의 각 사업 부서를 외주화하고 싶어 했어요. 그런데 재단에서 쫓겨나면서 그 계획을 이루지 못했죠. 2009년 호텔 회장으로 복귀한 후 1, 2년간은 노조의 눈치를 살피더니 2011년 복수노조법이 통과되자 어용노조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노동환경을 악화시키기 시작했어요.
- 고진수 /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지부장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들의 천막 농성장에는 주명건 전 세종대 재단 이사장(왼쪽)과 현재 재단 이사를 맡고 있는 그의 아들 주대성 전 서울남부지법 판사의 사진이 걸려있다.
2011년 세종호텔에는 친 회사 성향의 복수노조 ‘세종연합노조’(이하 연합노조)가 생겼다. 세종호텔지부 조합원 여럿이 연합노조로 넘어갔고, 소수가 된 세종호텔지부는 교섭권을 빼앗겼다. 사측은 연합노조와 교섭하며 기존 노조에 막혔던 여러 정책을 밀어붙였다. 객실정비, 주차관리 등 호텔의 필수 직종들을 외주화했고, 정규직 직원 숫자를 대폭 줄였다.
10년 전만 해도 직원 250여 명 대부분이 다 정규직이었습니다. 지금 정규직은 21명밖에 없어요. 하청 노동자들도 한 40여 명에 불과합니다. 250명 가까이 일하던 그 일터에 지금은 전체 60명, 70명도 안 되는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어요. 객실 숫자는 10년 전보다 100개가량 늘어 333개에 달하는데, 일하는 사람은 오히려 줄었으니 노동강도는 당연히 더 심해졌죠.
- 고진수 /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지부장
연합노조는 사측이 원하는 대로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데 합의했다. 심지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서 '성과에 따라 임금을 30% 올릴 수도 있고, 삭감할 수도 있다'는 조항을 단체협약에 포함시켰다. 고 지부장은 "임금 삭감은 회사의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주로 적용됐다"며 "20년차였던 제 경우에도 정리해고 당시 3,800만 원이었던 연봉이 두 번 삭감되며 3,300만 원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2021년 12월, 세종호텔지부 조합원들이 회사의 일방적인 정리해고 통보에 반발하며 로비 농성을 벌이고 있는 모습. 출처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세종호텔지부는 소수 노조가 된 후로도 부당한 회사의 구조조정에 맞서 싸웠다. 파업을 하고, 피켓 시위를 하며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했다. 회사는 부서 전환 배치로 압박했다. 수십 년 일한 주방장급 직원에게 신입 직원이 맡을 일을 시키거나, 객실 담당자를 주방으로 보내는 등 직원들을 이리저리 옮겼다.
저는 호텔 안의 일식당 요리사였는데, 주명건 회장 복귀 후에 외식사업부서로 파견됐고요. 같이 노동조합에 있었던 선배들 중 저보다 경력이 한 10년씩은 더 많은 분들은 거의 주방장급인데도 막내들이 하는 일을 맡았어요. 양파 까고, 불판 닦고, 기물 정리하는 일이요. 조리사들을 아예 다른 부서로 전환 배치하면 부당 전보가 될 확률이 높으니까 주방 안에 두되, 그런 방식으로 모욕을 준 거죠.
- 고진수 /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지부장
고 지부장을 인터뷰하던 날, 세종호텔 앞 천막농성장에서 만난 세종호텔지부 허지희 사무장도 여러 차례 부서 전환 배치를 당했다고 말했다.
제가 28년 근무했었는데요. 20년은 호텔 대표전화 받는 전화 교환 업무를 했었는데, 노조 활동하면서 객실 청소로 업무가 바뀌었어요. 회사는 나가라는 뜻으로 전환 배치를 했을 텐데 저는 객실 청소 6년 하고도 안 나갔죠. 그런데 코로나 때 객실 청소 부서를 용역업체 담당으로 돌려버리고, 저를 주방 보조로 또 보내더라고요. 조합원들이 해고되기까지 그냥 어느 하루 아침에 딱 해고된 게 아니에요. 13번까지 전환 배치 당한 사람도 있어요. 이저저리 부서를 돌리면서 나가라고 떠민 건데, 그런데도 안 나가고 버티니까 코로나19를 핑계로 평소 눈엣가시 같았던 조합원들을 한 번에 정리한 거라고 생각해요.
- 허지희 /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사무장
“세종호텔은 정상화됐는데…해고자 복직 왜 안 되나”
고 지부장에게 세종호텔은 갖은 수모를 겪고 쫓겨났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은, 애증의 공간이다. 누군가는 고 지부장에게 "다른 직장으로 이직하면 더 좋은 조건에서 일할 텐데 왜 그리 미련하게 싸우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고 지부장이 고공농성까지 하며 복직을 요구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정규직으로 채워진 호텔의 일자리들을 다시 정규직으로 되돌려 놓고 싶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시기에 저희처럼 해고를 당했지만 노동조합이 없거나 노조의 힘이 약해서 싸울 수도 없던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사람들이 코로나19 끝나고 대부분 다시 비슷한 일을 하고 있어요. 다만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형태로요. 코로나19가 회복되고, 관광업은 다시 활성화됐지만 일자리의 질은 회복되지 않은 거죠. 저희 투쟁을 통해서 이런 현실을 알리고도 싶고요. 세종호텔 정리해고자들의 복직이 그런 일자리들의 조건들을 다시 정규직으로 바꿔내고, 되찾아가는 시작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분명 250명 정규직이 일하던 때가 있었고, 지금 세종호텔은 그때처럼 영업이 잘 되고 있으니까요.
- \고진수 /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지부장
지난 3월 18일 뉴스타파와 인터뷰를 마친 고진수 세종호텔지부 지부장의 모습
서울시 중구 명동역 10번 출구로 나오면 세종호텔 바로 앞에 설치돼 있는 세종호텔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천막 농성장이 있다. 현재 12명의 해고자 중 6명이 복직을 요구하며 1,200일 넘게 농성 중이다.
현재 고 지부장이 자신의 복직만큼 바라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다. 고공에 오르기 전 누구보다도 열심히 탄핵 집회에 참여했다. 노동 탄압을 일삼았던 윤석열 정부가 막을 내리면, 세종호텔 정리해고 문제도 조금은 해결책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가 기약 없이 늦어지면서 하루하루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금 노동자들의 문제가 윤석열 탄핵에 묶여서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억울함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더 힘든 투쟁을 선택하게 되고요. 가진 자들은 자기들 편안함을 다 유지하면서, 자기들 누릴 거 다 누리면서 그렇게 목소리를 높이면서 다 방어를 해내는데 민중들은 정말 하루하루가 힘든 상황에서, 고공농성이라는 더 힘든 투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정말 너무나 분노스럽습니다.
- 고진수 /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지부장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들에게 향한 탄핵 광장의 발걸음
법은 세종호텔 해고자들을 외면했지만, 탄핵 광장의 시민들은 이들 곁에 남았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탄핵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세종호텔 노동자들에게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세종호텔 앞에 모여 연대 집회를 하는 모습. 사진 출처 : 세종호텔지부 페이스북
서울 명동 세종호텔 앞 고진수 세종호텔지부 지부장의 고공농성장 아래 시민들이 보내 온 물품들이 쌓여 있다. 사진 출처 : 세종호텔지부 페이스북
취재진이 고공농성장을 두 번째 방문했던 3월 21일 밤 8시경. 세종호텔 앞에는 그를 응원하러 온 시민들이 여럿 있었다. 이른바 ‘말벌 동지’라 불리는 이들이었다. ‘말벌 동지’는 윤석열 탄핵집회에 나온 시민들 가운데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의 각종 투쟁에 함께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매일 광화문에서 열리는 탄핵집회가 끝나면, 고 지부장이 있는 농성장에 들러 함께 시간을 보낸다. 고 지부장이 있는 고공을 바라보며 같이 운동하고, 연주하고, 노래도 부른다. 고 지부장은 “12.3내란 이전에는 조합원들끼리만 지키던 농성장이었는데, 이제는 함께해주는 말벌 동지들이 많아 감동이고 힘이 난다”며 “아마도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2030여성 분들이 많이 공감해 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마지막으로 고 지부장에게 ‘만약 호텔로 돌아가게 된다면 꼭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꼭 하고 싶은 거요? 저 세종호텔 연회장에서 지금 오랫동안 세종호텔 투쟁에 함께해 주신 동지들 초대해서 연회 행사를 꼭 한 번 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투쟁 도와주신 분들께 맛있는 음식 꼭 대접하고 싶어요.
- 고진수 /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지부장
뉴스타파 홍여진 sara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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