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손 회장, 곧 美 방문해 발표”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이 1조달러(약 1471조원)를 들여 미국 전역에 인공지능(AI) 기술이 대거 적용된 산업 단지를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9일 보도했다. 닛케이는 “노동력 부족을 감안해 AI 로봇이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무인 공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사람의 개입 없이 완전 자동화로 연중무휴 운영되는 이른바 ‘다크 팩토리(dark factory·암흑 공장)’다. ‘다크 팩토리’는 사람이 없어 조명이 필요 없는 공장을 뜻한다.
손 회장은 조만간 미국을 방문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인더스트리얼 파크(산업 단지) 구상’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투입되는 돈은 1조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프트뱅크가 오픈AI와 미국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 투자액(5000억달러)의 2배 규모다.
그래픽=송윤혜
◇손정의의 미국 AI 공장 계획
소프트뱅크가 구상하는 산업 단지는 수요 예측부터 생산 라인 설계, 생산, 검수 등의 모든 과정을 AI가 하는 것이다. AI가 탑재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투입도 유력하다. 닛케이에 따르면, 이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AI 칩은 엔비디아에서 조달하고, 독일 휴머노이드 로봇 회사인 ‘애자일로봇’의 기술 활용을 고려하고 있다. 애자일 로봇은 소프트뱅크 그룹의 비전펀드가 투자한 회사다. 소프트뱅크는 대만 폭스콘을 파트너로 합류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과거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의 생산을 폭스콘에 위탁한 바 있다. 닛케이는 “스마트폰, 자동차, 에어컨 등 다양한 제품의 생산 공정에 AI를 활용해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바꿀 것”이라고 했다.
소프트뱅크의 이번 AI 산업 단지 구상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이은 대규모 투자다. 닛케이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에 대응해 미국 이외 주요 제조 업체는 대미 투자를 늘릴 것”이라며 “소프트뱅크는 AI 도입을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려 한다”고 했다.
손정의 회장의 이 같은 구상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앞서 발표한 5000억달러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도 “무리한 자금 조달 계획”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와 별도로 1조달러 규모의 신사업을 벌이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닛케이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자금을 모으고, 금융기관뿐 아니라 투자펀드로부터 직접 융자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고용 없는 무인 공장에 대한 미국 내 반발도 예상된다. 제조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는 관세를 인상하며 ‘제조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했다”며 “일자리 유치를 기대한 각 주에서 반발이 나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무인 공장 원조는 인구 대국 중국
손정의 회장이 구상하는 ‘다크 팩토리’는 현실화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에 있는 생산 공장 ‘기가 팩토리’가 95% 자동화로 운영된다”고 밝혔다. 약 30초마다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일본 화낙도 AI 기술을 로봇 시스템에 접목해 자동화 생산 라인을 구축했다. 일본 야마나시에 위치한 공장에서는 로봇이 쉼 없이 일하며 연간 최대 2000만개의 부품을 생산할 수 있다.
‘다크 팩토리’에서 가장 앞선 국가는 역설적이게도 14억 인구 대국 중국이다. 중국 샤오미는 지난해 베이징 창핑 지역에서 완전 자동화가 가능한 스마트폰 공장을 가동했다. 8만1000㎡ 규모의 이 다크 팩토리에는 24억위안(약 4900억원)이 투자됐다. 연간 1000만 대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다. 로봇과 자동화 시스템은 원자재 취급부터 최종 조립, 품질 검사에 이르는 생산 공정을 관리한다. 공장 기계에는 AI와 IoT(사물인터넷)가 탑재돼 실시간으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되면서 1초에 스마트폰 1대씩 생산해 내고 있다. 대만 폭스콘도 중국 내 주요 아이폰 생산 공장을 자동화하고 있다. 폭스콘은 과거 로봇 도입으로 공장 직원 수를 11만명에서 5만명으로 줄인 적이 있다.
중국 기업들은 생산 현장에 휴머노이드 투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BYD, 지리 등 중국 완성차 기업들은 자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를 공장에 배치하기도 했다.
기업들이 다크 팩토리로 전환하는 이유는 비용 절감과 높은 생산성 때문이다. 인건비를 줄일 수 있어 비용이 줄고 제품 가격이 저렴해질 수 있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사람보다 정밀한 로봇을 통해 일관성 있고 높은 수준으로 품질 관리할 수 있다”며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노동력 감소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다크 팩토리(dark factory)
사람 없이 로봇과 기계만으로 연중무휴 생산이 이뤄지는 공장을 말한다. 불(조명)을 켤 필요가 없어 ‘다크 팩토리(암흑 공장)’라는 이름이 붙었다.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첨단 기술을 동원해 모든 공정을 자동화한다. 인건비 등 비용 절감뿐 아니라 24시간 돌아가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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