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여야, 취지 동의한다면 10조 필수추경 조속 편성·제출"
여야, 국가재난에도 예비비·소비쿠폰 공방 되풀이…버팀목없는 韓경제 우려
최상목 부총리, 긴급현안 경제장관 간담회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현안 관련 경제관계 장관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3.30 xyz@yna.co.kr
(세종=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 영남권 중심의 동시다발적인 산불을 계기로 추경론에 재시동이 걸렸다.
그동안 여야 정치권과 전문가그룹에서 추경론의 불을 지핀 것과 달리, 이번에는 편성권을 쥐고 있는 예산당국이 추경론을 띄운 것이어서 논의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이른바 '산불 추경' 원포인트 사업보다는, 글로벌 통상 리스크와 심각한 내수부진에까지 대응해서 긴급하게 실탄을 수혈하는 위기대응 필수추경의 개념이다.
정부가 제시한 규모는 대략 10조원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긴급현안 관련 경제관계장관간담회'를 열어 "정부는 시급한 현안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속하게 집행 가능한 사업만을 포함한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곧바로 편성작업에 나서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야가 필수추경의 취지에 '동의'한다면 조속히 관계부처 협의 등을 진행해 추경안을 편성하겠다는 전제를 분명히 했다.
여야정 국정협의체를 통해 추경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달라는 종전의 입장에서 반발짝 진전된 것이면서도, 여야 조율이 필수적이라는 현실 인식을 재확인한 셈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여야 '동의'의 의미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세부적인 예산사업 내역을 언급하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최 부총리는 필수추경의 3대 분야로 ▲ 재난ㆍ재해 대응 ▲ 통상 및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 민생 지원 등을 제시했지만, 여야 입장이 맞서는 예비비 또는 소비쿠폰 등은 거론하지 않았다.
추경 예산안 논란(PG) [제작 이태호] 사진합성, 일러스트
결국 이번에도 디테일이 '뇌관'이다.
국민의힘은 재난·재해대응 예비비 증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야권의 '예비비 삭감'을 부각하겠다는 정치적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재의 예비비로도 이번 사태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사실관계부터 여야 주장이 엇갈린다.
용처에 제한이 없는 일반예비비(8천억원)를 제외하고, 재해재난 등을 위한 목적예비비는 올해 1조6천억원 규모다. 일종의 정부 '외상비'에 해당하는 '국고채무부담행위'도 1조5천억원 한도의 예비카드로 꼽힌다.
별도로 행정안전부(3천600억원), 산림청(1천억원) 등 부처별로 9천270억원의 재해재난대책비가 편성돼 있다. 재해재난 지원은 통상적으로 2개 연도에 걸쳐 집행된다. 가령, 지난해 기록적 호우에 따른 피해복구비가 올해 예산에도 책정된 구조여서 가용재원은 재산출해야 한다.
산불 피해복구 규모를 정확하게 추산하기 이른 시점이다보니 여야의 시시비비를 가리기 어렵고 정치공방만 가열되는 형국이다.
최상목 부총리, 긴급현안 경제장관 간담회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현안 관련 경제관계 장관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3.30 xyz@yna.co.kr
민생지원 사업도 주요 대치 전선으로 떠오를 수 있다.
민주당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또는 지역화폐 할인지원 등 소비진작 패키지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쿠폰추경'에 부정적이다.
산불로 직격탄을 맞은 대구·경북(TK) 지역경제를 어떻게 지원할지도 별도의 과제가 될 수 있다.
최 부총리는 구체적인 언급 없이 "영세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고물가ㆍ고금리에 따른 경영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하고, 서민ㆍ취약계층의 소비여력을 확충해 내수를 진작시키는 사업들을 적극 발굴하겠다"고만 말했다.
기획재정부 중앙동 청사 기재부 사옥 전경-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제공]
이런 세부내역에서 여야 간 공감대가 도출되지 않는다면, 무성한 논의만 남긴 채 흐지부지된 '벚꽃 추경론'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자는 "여야가 모두 수긍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면 추경안을 제출하더라도 작년 11~12월 예산 국회처럼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그 묘수를 찾는 게 정치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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