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대규모 산불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급박한 가운데, 정치권이 ‘예비비’ 문제로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지난해 예비비를 삭감해 가용 예산이 6000억원에 불과하다며 예비비를 복구하자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예비비 2조4000억원에 부처별 예산, 국고채무부담 등을 활용하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산불 등 재난 예비비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재난 관련 예비비가 충분하다고 한 발언을 비판하며 야당에 산불 대응 예비비 추경 협조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野 삭감한 예비비 2.4조, 與 “실 가용액 4천억”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30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표가 재해 대응 재원이 충분하다는 대국민 사기극을 펼치고 있다”면서 민주당이 산불 대응을 위한 ‘예비비 추경’에 협조해야 한다고 했다.

여당 기재위원들은 민주당이 지난해 절반으로 삭감한 예비비(2조4000억원)와 관련해 “재난·재해 목적예비비 1조6000억원이 편성된 것마저도 산불 대응에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 중 가용 예산은 사용처가 확정되지 않은 목적예비비(4000억원) 뿐이라고 했다.

이는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예산 총칙에 고교무상교육법(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지원한 목적예비비(9000억원), 만 5세 무상보육을 위한 목적예비비(약 3000억원)를 제외한 수치다. 즉, 목적예비비 가운데 무상교육·보육 예산 1조2000억원을 뺀 나머지만 산블 대응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이 발표한 '재난 복구 가용 현황' 참고자료. /국민의힘

◇‘부처별 예산’ 9270억 vs 2000억만 可

부처별 재해·재난대책비에 대한 의견도 갈렸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 비용을 ‘9700억원’으로 언급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실제 비용은 9270억원인데 이 대표가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다만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8일 이 대표 발언에 대해 “실무 보고서 오타가 있어 잘못 말한 것”이라며 9270억원이 맞는다고 했었다.

국민의힘은 이 가운데 즉시 사용 가능한 예산은 2000억원 수준으로 봤다. 나머지 7200억원은 다른 곳에 이미 집행됐거나 사용 목적이 정해져 있다는 주장이다.

즉, 민주당은 산불 대응에 ▲예비비 2조4000억원 ▲부처별 재난·재해대책비 9270억원 ▲재해복구 국고채무부담 1조5000억원 등을 합해 약 4조8000억원을 쓸 수 있다고 본다. 반면 국민의힘은 ▲예비비 4000억원 ▲부처별 재난·재해대책비 2000억원을 합해 6000억원만 산불 대응에 사용 가능한 만큼, 예비비 자체를 추가 편성하자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송언석 기재위원장은 이날 회견 후 취재진에 “이재명 대표가 계속 추경을 주장해오지 않았느냐”면서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예비비 증원이 꼭 필요하다는 국민의힘 기재위 의견과 함께 논의한다면, 추경을 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 민주당 천막당사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정부 ‘10兆 추경’ 추진, 野는 35조원

한편 정부는 이날 10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형 산불 피해를 수습할 재난·재해 대응, 통상·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민생 지원 등 필수적인 소요 재정만 담아 ‘필수 추경’으로 명명했다. 민주당이 마련한 자체 추경안은 35조원 규모다. 이 대표의 핵심 정책인 민생 회복 소비 쿠폰, 지역화폐 할인 지원 예산 등이 담겼다.

진성준 의장은 “이번 추경은 민생경제가 너무 어렵다는 데서 시작한 것으로, 산불 추경만으로 끝날 것이 아니다”라며 “소비진작, 민생경제, 대미(對美)통상 대책, 미래산업 지원, 그리고 산불 대책을 포괄하려면 민주당이 제시한 35조원을 갖고는 턱없이 부족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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